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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정만 "가계부채 해결없이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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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08 10:29:47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 인터뷰서 밝혀
"금융은 맑은 날 우산 빌려주고 비오는 날 회수"
"최대 빚더미 2016~17년 금융권 역대최고 순익"
"마른 수건 짜내면 돈 아니라 먼지 밖에 안 나와"
"빚투는 연좌제·마녀사냥 결합된 신종 불법추심"
"목숨으로 빚을 갚으라는 야만은 이제 그만해야"
"법정 최고금리 24%…전세계에 유례없는 고금리"
"금리 20% 미만으로 낮춰야…韓특수성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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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정만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서울복지타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9.07.08.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54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1540조원은 체감이 잘 안 될 정도로 큰 금액이다. 1500조원이면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5000만대 살 수 있다. 우리 국민 1인당 자동차 1대씩을 돌릴 수 있는 돈이다. 아울러 1540조원은 우리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다.

더 심각한 사실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계소득 증가 속도보다 더 빨라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아직 괜찮다'고 한다. 과연 그 말을 믿어도 될까.

1500조원대 가계부채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직접적으로 지장을 주고 있다. 가계부채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계부채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변호사 출신인 박정만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8일 서울 마포구 서울복지타운 내 센터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밀고 있지만 소득주도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바로 가계부채"라고 경고했다.

박 센터장은 "사람들이 돈을 벌면 정상적으로 써야 하는데 쓰지 못하고 (빚을 갚느라) 계속 금융권으로 (돈이) 흘러가니 소비가 위축되고 생산량이 떨어지고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획기적인 가계부채 축소정책을 강하게 시행해야만 원래 의도했던 소득주도성장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비상시기인만큼 중앙정부가 나서서 채권소각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부실채권을 자꾸 양도 양수하는 과정에서 시민을 옥죄는 방식을 설계할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과감하게 채권소각을 해주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이 이끄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2013년 7월 문을 열었다. 이 기관은 가계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확대예방, 채무조정 서비스, 가계부채 규모관리, 복지서비스 연계 등 금융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박 센터장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애써 외면하는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가계부채 문제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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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정만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서울복지타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9.07.08. amin2@newsis.com
박 센터장은 "금융이라는 것은 원래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금융이 '맑은 날 우산 빌려주고 비오는 날 우산 회수하는' 그런 형태가 됐다"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2007년도 660조~670조원이었던 가계부채가 지금 1540조원이 됐다. 이 기간 동안 가장 이익을 본 집단은 바로 금융권"이라며 "금융회사 이윤의 원천은 이자다. 이자는 기간에 따라서 늘어난다. 부채 규모가 늘어날수록 이익을 누리는 집단은 금융 쪽이다. 2016~2017년 가계부채 비상상황에서 금융권은 역대 최고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냐"고 꼬집었다.

가계부채의 직격탄을 맞는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박 센터장은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빚을 죄악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이 재기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빚을 안 갚는 것은 죄가 될 수 있지만, 빚을 못 갚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법적인 절차든 상담이든 빚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궁극적으로 사회와 경제가 발전한다"며 "(빚을 진 사람들이) 자꾸 숨어들게 만들고 그들을 '도덕적 해이'라며 공격하면 궁극적으로 이는 국가를 좀먹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못 갚는 사람들을 향해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나온다'는 말을 하는데 마른 수건을 짜면 나오는 것은 먼지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에서 인권의 무게가 먼지보다 가벼워서야 되겠나. 빚은 목숨으로 갚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박 센터장은 "실패를 범죄로 규정짓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 일반화 돼 있다"며 "경제적으로 한번 실패했다고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고 제대로 된 사회인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번 낙인을 찍히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그런 구조가 점점 더 형성돼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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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정만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서울복지타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9.07.08. amin2@newsis.com
박 센터장은 그러면서 "채무의 원인을 살펴보면 주거가 없어서, 주거비용이 비싸서, 일자리가 없어서, 의료비가 없어서 제2, 제3금융권으로 흘러가고 그러다 결국 못 갚는 형태"라며 "주거와 일자리를 드리면 충분히 다시 빚을 지지 않는 완전한 해방이 가능하다. 발판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악성 채무에 시달리다 못해 서울 각지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방문한 이들은 자립의지를 잃은지 오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례도 있다. 한 방문자는 센터를 찾아와 "내 손목에 줄 3개 그어진 거 보이지. 내 말 안 들어주면 한 줄 더 추가야"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박 센터장은 전했다.

빚더미에 눌려있는 이들이 대체로 소외계층이다보니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도우려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등 가계부채 문제 상담기관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않다.

박 센터장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센터나 정부가 채무를 감면해준다고 하면 댓글들이 매우 적대적이다. 떳떳이 빚 갚는 나는 뭐냐, 국가가 다 갚아주니 앞으로 내 빚 안 갚아도 되겠네 등 댓글이 적힌다"고 센터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전했다.

그는 "갚을 여력이 있는 사람은 갚으면 된다. 그리고 그 분들도 우리 센터에 오시면 우리가 더 잘 갚게끔 상담을 해드린다. 여윳돈이 생길 정도로 잘 갚을 수 있게 설계도 해준다"며 "빚을 목숨으로 갚으라고 강요하는 야만은 이제 문명사회에서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실제로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법 무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악성채무의 늪에 빠져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박 센터장은 불법 무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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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정만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서울복지타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9.07.08. amin2@newsis.com
그는 "불법 무등록 대부업체는 그 사람의 상환능력을 보지 않고 빌려준 다음에 이자를 못 갚으면 '가지고 있는 것 다 내놔' 하면서 심리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소위 '없이 사는 사람'을 더 없게 만든다"며 "무등록 불법 대부업이나 사채 부분은 검찰과 경찰이 나서서 엄단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제스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가 현재 24%인데 20% 미만으로 떨어져야 한다.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일치시켜서 20% 미만으로 해야 한다"며 "이렇게 고이율인 곳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20%가 최고다. 이렇게 고이율을 방치하는 국가는 세계에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일각에서는 세계에서 최고금리를 법률로 규제하는 국가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하는데 우리는 실패한 시장의 경험이 있다"며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부터 10년간 빚을 목숨으로 갚는 사례, 몸을 파는 사례 등 살인적인 고이율에 사람들이 학살을 당했던 시장의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예로 드는 지적은 틀렸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연예인 가족의 채무를 폭로하는 이른바 '빚투(나도 떼였다)' 논란에서도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발견한다.

그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겠지만 (빚투는) 이미 없어진 연좌제라는 구시대 형벌을 부활시키는 작업"이라며 "이는 인권에 반하는 잘못된 경향이다.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부분 그 사람(연예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인데 연좌제로 풀어가려고 한다. 변제 받기 위한 새로운 유형의 독촉"이라며 "연좌제와 마녀사냥이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불법추심이다. 이게 확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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