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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치밀한 日 보복 조치, 우리 정부 외교 역량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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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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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지난해 12월2일~9일까지 일본 도쿄로 한일 기자단 교류 출장을 다녀왔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은 한일 간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양국의 주요 외교현안과 입장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한일 간 기자교류를 실시한다.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 등을 방문해 고위 당국자와 일본 기자들을 만나 한일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일본의 외교정책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일주일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기자단 교류 프로그램 일정을 소화하면서 일본 정부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 외무성 공무원들은 출장 몇 주 전부터 기자들이 방문하고 싶은 지역과 기관, 방문 목적에 대해 조사하고 먹지 못하는 일본 음식까지 세심하게 설문조사를 했다.
 
외무성이 마련한 일정은 촘촘하게 짜여져 있었다. 매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외무성에 가서 당국자들과 현지 대학교수를 만나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과 입장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 기자들과 당국자들이 나눈 대화내용을 놓치지 않고 보고서로 꼼꼼히 작성하는 외무성 공무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외무성 보도관(대변인)이 한국 기자들을 위해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편안한 저녁자리려니 가벼운 마음으로 갔으나 보도관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합의 등 한일 간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져 기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출장 기간 동안 느낀 기자들의 생각을 평가하기 위한 의도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신칸센 탑승과 료칸 숙박, 고베의 지진대책 현장과 사케 공장 방문 등 일본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은 하나하나 의미가 있었고 허투루 마련된 일정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출장을 다녀온 지 7개월이 지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로 한국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기습적으로 허를 찔렸다. 하지만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 판결 이후 한 달 만에 간 출장 기간 때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내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외무성은 지난해 연말까지는 한국정부가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두고 '역시 일본은 무섭다'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가 수입선 다변화나 국산화를 하기 어려운 핵심소재 3개를 콕 집어내 수출 제한을 했기 때문이다. 출장 프로그램 하나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일본 정부가 이번 단계적 보복 조치를 위해 몇 개월 동안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을지는 대략 짐작이 간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190여가지의 경제 보복 시나리오를 면밀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의 정지, 비자의 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의 제2의, 3의 단계별 대응조치에 반해 우리 정부는 얼마나 다양한 맞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강제징용 기금 조성안 외에 다른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다른 대안은 없다'였다. 민간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반일 감정이 거세지고 한일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데 '플랜 B'도 없다니.

일본 보복조치가 시행되자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뾰족한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외교부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철회와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해 한일 기업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지속 촉구한다고 한다. 징용 기금 조성안은 일본이 이미 단호하게 거절한 안이다.

외교 문제를 경제 보복 조치와 엮은 일본 정부의 치졸한 대응 방식한 물론 괘씸하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자유무역주의에 위반하고 자국의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잇따를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제서야 '상황을 보며 대책을 연구해보겠다'는 청와대와 외교부의 답변은 우리 기업들을 속타게 만든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시점은 우리 법원의 징용 가해 기업 자산 매각 결정이 나올 때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주먹구구식, 단편적 해법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면적이고 정교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의 치밀함에 막연한 대응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본 보복 조치에 대해 차분한 기조를 유지해오던 청와대는 지난 4일 적극 대응으로 선회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분명한 의지를 천명하고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는 하루 빨리 전향적인 자세로 대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번 경제 갈등은 징용 문제로 촉발된 것이다. 결국 외교 문제로 풀어야 한다. 일본이 그렇게 나온다고 우리까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반응할 수는 없다. 외교부는 다각도의 채널과 물밑접촉을 통해 일본 정부와 협의하며 문제 해결을 주도함으로써 본연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고 증명할 때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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