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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불법주차 단속 불가”…제주 소방차 전용구역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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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2 06:30:00
'소방차 전용구역 과태료' 소방법개정안 기존건물 제외
주차난 심각한 제주, 허점 악용해 불법 주정차 발생
공동주택 화재 증가세…소급적용으로 대형사고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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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11일 오전 제주도내 한 아파트 주차장 소방차 전용구역에 차량들이 주정차하고 있다. 2019.07.11.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제주시내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최근 단지 내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보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넣었다가 관계당국으로부터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지난해 개정된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 차량을 세우는 것이 불법이지만 개정안 시행 이전에 착공한 아파트의 경우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불법 주정차를 하지 못하도록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자체적으로 계도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설명에 김씨는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주차 과태료 신축 건물만 해당

화재 발생 시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 만들어진 소방차 전용구역이 제주에선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세대 이상 아파트와 3층 이상 기숙사의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지만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완공된 건물이 없어 사실상 소방차 전용구역이 전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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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소방차. (사진=뉴시스DB)


문제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보니 허점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주정차하는 사례가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차난이 심각한 제주의 현실도 불법 주정차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형동에 사는 박모(34)씨는 “퇴근이 늦어지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가 많아 불법 주차에 대한 유혹이 있다”며 “그렇지만 소방차 전용구역에 차를 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불이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소방당국은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소방서 관계자는 “관할 소방서에서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정차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일깨우는 한편 수요일마다 소방통로를 점검하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단속 근거가 없다”고 했다.

◇5년간 제주 공동주택 화재 244건…개정안 소급 적용 시급

소방기본법 개정안 소급 적용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기존 소방차 전용구역도 과태료 대상에 포함하는 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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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진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이 의원은 “불법 주차 등으로 화재·구급 현장에서 소방차의 신속한 접근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이미 설치된 전용구역은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아직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중이다.

제주지역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데다 아파트나 기숙사 등에서 불이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2013년 31건이었던 제주지역 공동주택 화재 건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의 경우 43건을 기록했으며 등 5년간 총 24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정차로 인해 화재 시에 소방차가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전용구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방차의 접근을 용이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 교수는 “기존에 소급 적용되지 않았던 소방법 개정안들도 국민에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소급적용하는 추세”라며 “소방차 전용구역은 비용이 더 들어가지도 않고 국민 편의를 훼손하는 것도 아니어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s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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