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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세계수영]"내가 못 간 올림픽, 딸이 가면 더 기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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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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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다이빙 국가대표 권하림(오른쪽)과 아버지 권순성씨.
【광주=뉴시스】권혁진 기자 = "처음에는 태권도를 시키려고 했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도 접촉할 수 있길 원했습니다. 잘하면 더 좋고. 그런데 지금은 다이빙을 잘 시킨 것 같네요. 하하."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여자 다이빙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선 권하림(20·광주시체육회)의 아버지 권순성(54)씨가 옛 기억을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권씨는 1980년대 체조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태극마크를 단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평행봉 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사를 다니면서 많이 잃어버렸지만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메달이 한 박스나 된다.

권하림은 국가대표 출신 권씨의 운동 신경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어릴 때에는 틈만 나면 높은 곳을 찾아 뛰어내리기 일쑤였다. 연주를 위해 사준 피아노는 권하림에겐 훌륭한 점프대였다.

아버지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권하림은 물을 유독 좋아했다는 것이다. 권씨는 "어릴 때 서울 YMCA에 아는 분이 있어서 토요일마다 딸을 데리고 가 수영을 시켰다. 다이빙 하는 후배한테도 갔는데 하림이가 너무 재밌어했다. 2~3시간을 놀았는데 '30분 정도 논 것 같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물과의 만남은 권하림의 인생을 뒤흔든 사건이 됐다. 단순한 흥미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다이빙 세계에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체조 교실에서 익힌 기본 동작은 빠른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 성장을 거듭하던 권하림은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3관왕으로 다이빙계에서 제법 알아주는 선수가 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의 물맛을 봤다. 권하림은 1m 스프링보드와 혼성 10m 플랫폼 싱크로나이즈드를 소화했다. 두 종목 모두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돈 주고도 얻지 못할 값진 경험이었다.

권씨는 "우리 때는 성적이 되게 중요했는데 요즘에는 참가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하면 성적에 관계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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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이영환 기자 = 12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예선, 한국 권하림이 다이빙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9.07.11.  20hwan@newsis.com
권하림의 다음 목표는 도쿄올림픽 진출이다. 내년 4월 국제수영연맹(FINA) 월드컵을 통해 티켓 확보를 노린다. 권하림의 도쿄행은 아버지 권씨의 꿈이기도 하다. 권씨는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창 기량이 좋을 시기 서울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으나 예기치 않은 부상에 좌절했다.

 "서울올림픽에 모든 걸 맞췄는데 부상이 생겼다. 거기까진 내 운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한 권씨는 "딸이 올림픽에 가면 내가 가는 것보다 좋을 것 같다. 나도 한 번 따라가고 싶다"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부상 없이 오랜 기간 활동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권씨가 원하는 바다. 올림픽행에는 실패했지만 권씨는 체조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30대 초중반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동료들이 심판 등으로 진로를 바꿨을 때도 권씨의 신분은 여전히 선수였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현재 현역 선수들의 운동 처방을 돕고 있는 권씨는 "국가대표 선수라면 옆에서 무시해도 소용이 없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이 안 된다.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롱런은 자기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몸을 아프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아빠의 조언을 들은 권하림은 "내가 워낙 톡톡 튀는데 잘 절제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다"면서 "마스터의 길을 걸으셨으니 궁금한 것과 운동적인 면으로는 상담할 수 있어서 좋다"고 활짝 웃었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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