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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선우 “발레는 예술, 스포츠같은 기록 승부가 아니라”

등록 2019.07.16 10: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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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빌리 엘리어트’ 소년

어느덧 ‘U-20 국가대표’ 발레리노로 성장

[인터뷰]임선우 “발레는 예술, 스포츠같은 기록 승부가 아니라”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나라 1대 빌리가 돼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공연을 잘할 수 있을 지 걱정이지만 앞으로 트레이닝에 열심히 임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9년 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국내 라이선스 초연 제작발표회, 임선우(19)의 어린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발레를 전공한 임선우는 국내 각급 발레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차세대 발레 꿈나무’로 평가받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국내 1대 ‘빌리’가 돼 2010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 신인상과 2011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 신인상을 휩쓸며 배우로서 가능성도 인정 받았다.

발레 꿈나무가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서 발레 유망주가 됐다.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원이 돼 프로 무대를 누비고 있다.

어엿한 청년인데, 여전히 그의 앞에 붙는 수식 ‘1대 빌리’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임선우는 “빌리를 연기했던 것이 아직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임선우,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제작발표회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임선우,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제작발표회

빌리를 연기할 때 개구쟁이로 유명했던 임선우는 어느덧 늠름한 청년이 됐다. “발레는 기술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예술이 아니거든요. ‘빌리 엘리어트’에서 노래, 연기를 배워서 발레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발레를 다양한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게 해줬죠. 뮤지컬 덕에 트레이닝이 많이 됐습니다.”

임선우가 발레에 빠진 것도 빌리처럼 벼락 같았다. 뮤지컬에서 ‘빌리’는 발레학교 입학 심사위원이 ‘춤을 출 때 어떤 감정이냐’고 묻자 “전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답한다.

여섯 살 때 자세 교정을 위해 발레를 시작한 임선우는 여덟 살 때 문화센터에서 발레 바를 잡고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인 퐁듀를 하는 도중, 전기가 오는 것을 느꼈다. 그날 이후 발레를 전공하기로 했다.

이후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촉망 받는 발레리노가 됐다. 지난달 제12회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 시니어 남자부문에서 금상(공동 1위)을 차지했다. 이번 콩쿠르 시니어 부문(만 19~27세)에 최연소로 출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상금 3000달러(약 346만원)와 병역면제를 받았다.

[인터뷰]임선우 “발레는 예술, 스포츠같은 기록 승부가 아니라”


무릎 전방통증을 유발하는 슬개건염을 왼쪽 무릎에 앓고 있는데, 콩쿠르 직전 통증이 심해졌음에도 이를 이겨내고 거둔 쾌거다. 고등학교 때부터 슬개건염을 꾸준히 관리히고 있다. “무대에 올라가거나 긴장하면 저절로 진통 효과가 생겨요. 리허설이 끝나면 아프고. 무대 체질인가봐요. 하하.”

임선우가 새삼 실력을 입증한 것은 지난해 11월 세종문화회관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공동 주최한 발레 '라 바야데르'다.

전사 솔로르와 공주 감자티의 결혼식에서 고난도 기교의 춤을 추는 주요 조역인 ‘황금신상’ 데뷔를 치렀다. 온몸에 금칠을 한 채 화려한 기교를 선보인 그에게 큰 박수가 쏟아졌다. “차분하고 절제 있는 신상을 생각하면서, 테크닉에 신경을 썼어요.” 

임선우는 대학 대신 유니버설발레단을 택했다. 2017년 10월 연수단원을 거치지 않고 코르드발레(군무)로 들어왔다. “또래들과 대학 생활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가끔 아쉬울 때도 있지만, 보다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원하는 꿈이 분명하니까요. 잃는 것도 있으면 얻는 것도 있지요.”

약관의 임선우, 나이답지 않은 경지다.

[인터뷰]임선우 “발레는 예술, 스포츠같은 기록 승부가 아니라”


하반기에 ‘지젤’ ‘심청’ ‘춘향’ 등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일정을 빼곡하게 소화해야 하는 임선우의 꿈은 세계정상급 파리 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이곳 제1의 무용수인 박세은(30)과 함께 무대에 서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며 부끄러워했다. “아마 박세은 선배님은 저를 알지도 못할 거예요. 제가 정말 정말 열심히 해야죠.”

임선우는 어렸을 때는 마냥 무대에서 춤 잘 추는 무용수가 멋있어 보였다. “발레가 스포츠처럼 기록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예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정 표현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는 고백이다.

“물론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연기, 감정을 비롯 모든 것을 다 갖춰야 하죠. 연습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에요.”

1대 빌리가 아닌, 그냥 임선우가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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