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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핵실무협상 무산 경고, 한미동맹 이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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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7 10:19:19
남측엔 북미협상서 빠지라고 모욕하고
미국엔 한국과 합동군사훈련 중단 요구
'평화 거부하는 장본인이 북한' 비판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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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처럼 판문점 북미정상회동을 위해 문재인대통령이 애를 쓴 것을 아는 북한이지만 문대통령더러 북미정상대화에 관여하지 말라고 타박하고 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북한이 느닷없이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빌미삼아 북미 핵실무협상이 개최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2~3주 안에 북미 핵실무협상을 열기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협상을 열기로 한 시한이 끝나가는 시점에 북한이 돌연 협상을 안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담화는 특히 "오는 8월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훈련 '동맹 19-2'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군사훈련을 실무협상을 무산시키는 핑계로 삼고 있다. 과거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핑계삼아 남북간 회담이나 교류를 중단시켰을 때에도 거의 없던 행태다. 훈련기간이 지나면 회담이나 교류를 재개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북한 외무성의 위협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일까.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문재인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제 정신을 가지고…"라고 경박스럽게 표현한 이래 미국과 관계에서 한국을 소외시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펴왔다.

이후 북한 매체들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들은 한국이 미국을 의식해 경협 등에 나서지 못한다면서 천박한 어휘를 동원해 거의 매일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해왔다.

오늘도 조평통이 운영하는 대남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또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가능한 북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뒤집으려고 시도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전체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준수를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을 재개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을 설득하려 시도해 왔다. 설득이 성공하진 못했지만 문대통령은 국내외에서 '김정은의 대변인'이라는 비난마저 들어야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남조선 당국자'라는 3인칭 단어 뒤에 숨어서 문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모욕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 평화를 위협해 자초한 것이다. 북한은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의 혈맹이라는 중국조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에 동의했기 때문에 현재의 대북제재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문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조롱은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북한을 위해 한국의 모든 것을 바치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북한의 남침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된 상태에서 시작해 두 세대 만에 선진국이자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성장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이런 발전상을 '기적'으로 표현한다. 모두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세계 각국과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이에 비해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권력세급체제를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와 대립해왔다. 심지어 대립을 일으켜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체제 강화에 활용하기도 했다. 30년에 걸친 북한 핵개발의 전 과정에 이런 일들이 빼곡하다.

북한이 한국과 문대통령을 조롱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이 자초한 국제 제재를 한국이 나서서 망가트려 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도 선진민주국가의 위상을 포기하고 북한 같은 '국제사회의 미아(迷兒)'가 되는 것도 감수하라는 뜻이다. 저들 표현대로 '날강도같은 주장'이다.

북한은 최근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달 27일 외무성 미국국장 담화문을 통해 "조미(북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동지와 미국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면서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것 만큼 남조선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남조선 당국자'(문재인 대통령)를 모욕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한 것이 남한 정부라는 건 전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을 두어번 만나 길을 텄으니 이제 문대통령은 빠지라고 타박한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한국을 타박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일으키는 점은 더욱 문제다.

어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판문점 상봉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확약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빠진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위원장이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해달라고 요구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가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트럼프대통령이 북한의 술수에 넘어간 사례라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일부에선 한사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북한의 의도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문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만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 북한은 마음놓고 이런 주장을 펴기가 어렵게 된다. 북한이 문대통령을 향해 북미 정상대화에 '중재자, 촉진자'로 나서지 말고 빠지라고 한 북한의 속셈이 바로 이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의 행태는 한미동맹이 무력화되면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해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적화통일을 노리고 있다는 경계심마저 자극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행태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길 거부하는 장본인이 바로 북한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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