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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블랙리스트 '팝업 시어터' 공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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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9 15: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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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시어터 '디 아이' 공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대표적 사례인 '팝업 시어터' 사태에 대해 약 4년 만에 공개 사과했다.

박종관 예술위 위원장을 비롯한 예술위 직원들은 19일 오후 3시 대학로예술극장 1층 시어터카페에서 팝업시어터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팝업시어터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0월 예술위가 기획사업 프로그램 '공원은 공연중'의 하나로 선보였다. 극장 로비, 카페, 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돌발적으로 벌이는 15분 안팎의 팝업형태의 공연이다.

당시 예술위는 시어터카페에서 공연한 연극 '이 아이'(연출 김정)의 내용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취소와 공연 방해를 논의했다. '이 아이'는 프랑스 작가 조엘 폼의 작품 중 9번째 장을 김정 연출이 각색했다. 이 과정에서 원작의 하늘색 잠바가 노스페이스 잠바로, 캠핑이 수학여행으로 각색됐다.

이후 간부진이 공연장소인 시어터 카페에서 공연을 방해했다. 팝업시어터 차기작이던 '불신의 힘'(연출 송정안), '후시기나 포켓또'(연출 윤혜숙)의 대본까지 사전 검열했다. 이후 연극계는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작년 4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 결과, 공연취소 지시, 공연 방해, 대본 검열이 사실로 확인됐다. 예술위가 팝업시어터 참여예술가 섭외 과정에서부터 블랙리스트를 적용했으며, 이 사태에 대한 내부 자체조사 결과를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했다는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또 이 일을 공익제보한 담당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자 부당한 전보 조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예술위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 2017년 2월과 지난해 5월 사과문를 발표하고 임직원 23명을 징계했다.

예술위는 "진정한 사과는 사과를 받을 주체가 인정하는 사과가 돼야 한다고 판단, 팝업시어터 피해자와 예술가에게 공개 사과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사업참여 피해 예술가와 당시 사업담당 직원들도 예술위의 사과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 아이'의 김정 연출과 배우 황순미·임영준·김원정은 "'팝업시어터' 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이 예술가를 지원하는 저변에서 자리를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번 자리가 마지막이 아니라 오늘의 이 사건을 시작으로 지난 시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상처 줬던 모든 예술가들과 더욱 긴밀히 만나기를 바란다"면서 "그것이 오늘의 사과가 가진 무게이며 강력한 자기반성 의지라고 생각하고 각오하길 부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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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혜숙, 김정, 송정안 연출가

당시 대본을 검열당한 '불신의 힘' 연출 송정안, '후시기나 포켓또'의 연출 윤혜숙도 "예술위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수용, 오늘이 ‘팝업시어터’ 사건의 진상을 시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지난한 사과 과정에 대한 울화를 뒤로한다"면서 "이 자리가 '책임에 따른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 문예위의 사과문이 끝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2015년 10월 '팝업시어터' 공연 전 뉴시스와 만났던 김정 연출·송정안 연출·윤혜숙 연출은 당시 팝업시어터 같은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창작 갈망의 숨통을 튼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팝업시어터 검열 사태는 이들의 창작력의 발목을 잡는 올가미가 됐다.

’팝업시어터‘를 담당한 예술위 문화사업부 소속 직원들이던 염한별·김준수·김진이씨도 입장을 전했다. '팝업시어터' 이후 예술위 간부들 대신, 실무를 맡았던 세 사람이 예술위를 떠나야만 했다. 이들은 연출가들 입장에서 부조리한 상황을 알리고, 진실을 전하려 애썼다.

이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는 우리가 속한 조직으로부터 상처 받았음을,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양하게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세 사람이 실명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팝업시어터'는 더 이상 우리에게 감춰야 할 낙인이 아니다"면서 "지난날 분하고 또 부끄러웠던 기억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위 관계자들과 '팝업시어터'로 피해를 본 예술가들과 연대한 연극인 80여명도 함께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팝업시어터 피해자, 당시 담당직원들을 만나 '팝업시어터 사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을 공동작성했다. 사과문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시어터카페 홈페이지 등에 게시됐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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