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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인터뷰]조혜련 "딸로 태어나 받은 상처 '사랑해 엄마'로 극복"

등록 2019.07.21 09:41:27수정 2019.07.21 1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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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코미디언 조혜련(49)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묻어 나왔다. 남편(조이컬쳐스 대표)과 신혼부부처럼 다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24시간 붙어 다니며 연극 '사랑해 엄마'의 연기자와 제작자로 함께 하고 있다. 19일부터 앙코르 공연에 돌입했는데, 남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2015년 초연한 '사랑해 엄마'는 1980년대 남편 없이 홀로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억척스럽게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애환을 담았다. 연극배우 윤진하(39)가 자신의 이야기를 극본으로 쓰고 연출도 맡았다. 조혜련 부부는 지난해 응원차 연극을 보러 갔다가 '사랑해 엄마'에 매료됐다. "감동 받아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연출가가 너무 힘들어서 다 접고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했을 때 붙잡았다"고 회상했다.

조혜련은 연기자들을 직접 모았다. KBS 아나운서 출신 김경란(42)을 비롯해 탤런트 정애연(37), 류필립(30), 손진영(34), 코미디언 박슬기(33) 등이다. 탤런트 김희선(42)·김민종(47) 주연의 드라마 '미스터Q'(1998)에 비유했다. 당시 조혜련은 라라패션 개발과 사원 '오순심'을 연기했는데, "캐릭터 하나하나 잘나지 않았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바꿔나가는 이야기는 '사랑해 엄마'와 비슷하다"고 짚었다.

"경란이는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세상에 나오기 싫어했다. 슬기는 몸이 정말 안 좋았는데, 난독증이 있어서 극본을 한 번에 못본다. 근데 '사랑해 엄마' 극본은 한 번에 읽고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 진영이도 가족사 때문에 힘들었고, 애연이는 예쁘지만 연기를 하고 싶어도 잘 안 됐다. 사실 필립은 캐스팅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미 연습부터 하고 있었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서로 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 감동적인 것 아닐까. 출연료도 많이 주지 않는데 다들 나를 신뢰해줘서 감사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email protected]


'사랑해 엄마'는 4~6월 석 달 동안 1만4000명이 봤다. "딸이 공연을 본 뒤 엄마, 이모까지 표를 끊어주며 입소문이 나는 식"이다. 조혜련 역시 엄마이자 딸로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다. 1990년대 중반 MBC TV 개그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날'의 코너 '울엄마'에서 서경석(47)과 모자 호흡을 펼쳤지만, "그 때는 20대 후반이라서 몰랐다"고 돌아봤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의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며 "물론 두려움도 있었다. 제목만 봐도 슬픈 연극인 것을 알지 않느냐. 성공한 작품들을 보면 극적인 요소들이 많은데, '사랑해 엄마'는 어떻게 승부를 걸까 고민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호평해 줘 앙코르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은 160석이다. 앙코르 공연이 열리는 유니플렉스는 300석 규모다. 공연시간도 90분에서 100분으로 늘어났으며. 엄마와 아들 신을 늘려 감동을 배가시킨다. '사랑의 엄마'가 그저 슬픈 것 만은 아니다. 곳곳에 개그 코드가 많아 1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 두루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오픈런은 아니지만, 두세달간 서울에서 공연하고 지방을 도는 등 전국투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린다. 그런데 슬픈 눈물이 아니라, 행복한 눈물이다. '사랑해 엄마'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내가 아닐까. 엄마와 아들을 이해하게 됐다. 우리 엄마를 보고 허리 아프고, 다리를 약간 저는 설정을 따왔다. 실제로 엄마가 어렸을 때 '돈잡아 먹는 귀신아. 대학은 왜 가냐. 네가 연기자되면 나는 대통령된다'고 했다. 이 연극을 하면서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했구나'라고 알게 됐다. 극중 아들 '철동'이 사춘기라서 만날 싸움질하고, 엄마는 생선 팔아서 물어주고 선생님께 빌지 않느냐. 우리 아들 우주가 그랬다. 만날 게임만 하고, 학교도 때려치우고 한 살 많은 여자를 사귀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이 연극을 한 뒤 달라졌다. 내가 잘하니 우주도 잘한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철동이와 연기할 때 우주가 군대갔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그냥 쏟아진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email protected]


조혜련은 TV조선 예능물 '엄마가 뭐길래'(2015~2016)에서 아들 우주(17), 딸 윤아(19)와 일상을 공개했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었기에 조금 드라마틱하고, 왜곡돼 비춰진 점도 있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한 윤아는 국제학교 졸업 후 미국 조지폭스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딸이 음향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다음달 17일에 미국으로 떠나기 전 '사랑해 엄마'를 보러 온다고 하더라. 2000만원 정도 장학금을 받고 간다"며 "우주는 축구를 하다가 그만두고 드럼, IT 쪽도 공부했는데, 지금은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꼭 대학을 가야 되느냐'고 하길래 '안 가도 된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연극을 보러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혜련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1993년 KBS 개그맨으로 데뷔했으며, 1995년부터 MBC에서 활동하며 '울엄마' '골룸' 등으로 사랑 받았다. 드라마 '때려'(2003) '스마일 어게인'(2006) 뮤지컬 '넌센스2'(2017) '메노포즈'(2018~2019) 등에서도 활약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녀에게서 웃음을 바라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정은 선배가 영화 '기생충'으로 잘 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지 않았느냐. 1년 선배인데 학교 다닐 때부터 좋아했다. 개성있고 워낙 연기를 잘한다. 나도 '사랑해 엄마'를 통해 웃긴 이미지가 희석돼 영화, 드라마 등 좋은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나는 정극 연기를 하고 싶어서 대학로에서 전전긍긍했다. 관객들이 웃길 타이밍인데 '왜 안 웃기지?'라고 실망할까봐 두려웠지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연기밖에 없었다. '사랑해 엄마' 공연할 때 '철동아~' 부르면서 처음 등장하면 관객들이 다 웃는다. 객석과 가까이 있어서 계속 말을 시키는 분들도 있다. 이번에도 관객들이 '웃길거야' 기대하지만 안 웃긴다. 첫 번째는 안 웃기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는 엄마가 극을 끌고 가는 힘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하더라."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email protected]


2005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한국 비하 발언으로 오해를 받았다. 지금도 기사에 악플이 달리지만, 속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성한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인 아픔이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 관련 발언을 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며 "일본에서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예민한 부분을 간과했다"고 사과했다. "악플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나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해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 좋은 분들이 정말 많다. 악플을 쓸 자유도 있고, 안 볼 자유도 있지 않느냐. 상처 받고 신고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국민 전체의 생각은 아니니까"라는 주의다.

조혜련은 방송가를 누비던 전성기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KBS 2TV '해피투게더', MBC TV '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하지 않으면 '내가 못 나가는 것 아닌가?' 움츠러 들곤 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송해 선생님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면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방송 활동을 하겠지만, 예전처럼 오버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개그우먼들은 수명이 짧은데 박경림(40), 송은이(46) 등이 자신만의 분야를 구축한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지난 4월 '사랑해 엄마' 출연진과 MBC에브리원 예능물 '비디오스타'에 나갔을 때도 "MC 박나래, 김숙을 보고 '엄마 미소'가 지어지더라. 예전에는 후배들이 웃기면 '나도 뭐 하나 쳐야 되는데'하면서 불안해했다. 이제는 '아이구 재미있네~' 하면서 웃고, 나에게 질문이 오면 재미있게 살려서 이야기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개그우먼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혜련이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련은 7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2019.07. [email protected]


조혜련은 원래 남묘호렌게쿄를 믿었지만, 남편을 만난 뒤 가족 모두 크리스천이 됐다. 지난해 책 '반전의 하나님'을 펴냈으며, 평택대 피어선 신학전문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중이다. 교회 간증과 대학교 강연 등도 하고 있다. 코미디언 활동뿐 아니라 일본·중국어 공부, 운동, 뮤지컬·연극까지 끊임없는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대 남녀차별이 심했던 시절, 집에서 아들이길 바랐지만 딸로 태어난 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나의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봤다. 일반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는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올까 궁금하더라. 이러한 에너지 자체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란 환경에서 인정 받아야 한다는 자세가 몸에 배었다. 안 그러면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이 컸으니까. 처음에는 앞뒤 안 재고 불도저처럼 달려들었다면, 이제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꼭 필요한 것만 열심히 하고 싶다. '사랑해 엄마'로 일확천금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여운이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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