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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이정준 WCG대표 "VR·로봇, e스포츠의 미래"

등록 2019.07.26 09:07:00수정 2019.08.05 09: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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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로봇 등 신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스포츠 영역 지속 발굴"

"시간이 지나면 e스포츠에서 'e'자가 떨어지고 스포츠 될 것"

"WCG의 방향성은 게임의 역기능 해소하고 순기능 강화"

"중국 지방정부의 e스포츠 지원 부럽다…한국도 필요하다"

"반드시 한국에서도 개최…내년엔 더 즐거운 축제로 돌아올 것"

[주목! 이 사람]이정준 WCG대표 "VR·로봇, e스포츠의 미래"

【시안(중국)=뉴시스】오동현 기자 = "시간이 지나면 e스포츠에서 'e'자가 떨어질 것이다. VR, 로봇 등 신기술과 게임의 접목은 스포츠의 미래가 될 것이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중국 시안에서 개최된 'World Cyber Games 2019(WCG 2019)'는 미래 e스포츠의 방향성을 제시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축제였다.

6년 만에 열린 WCG는 게임스포츠 종목뿐 아니라 VR, AR, 로봇 등 신기술을 접목한 색다른 장르의 e스포츠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WCG 기간에 만난 이정준 WCG 대표(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부사장)는 "지금은 e스포츠지만, 시간이 지나면 'e'자가 떨어지고 스포츠가 될 수 있다"면서 "VR, AR, 로봇 등 신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스포츠 영역들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1972년생인 이정준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따고,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MBA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LG전자 해외마케팅 부문에서 일하다, 2005년 처음으로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다. 스마일게이트 홀딩스에서는 2011년부터 몸 담아 2016년 부사장 직책까지 맡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WCG 대표직도 수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마일게이트에서 주로 해외 사업을 맡아 신규 게임을 발굴하고 자사 게임을 수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서 얻은 글로벌 게임시장에 대한 통찰력은 e스포츠가 VR게임, 로봇대전 등 새로운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할 것이란 확신을 갖게 했다. 이번 WCG에서 '뉴호라이즌' 종목으로 IT 신기술을 접목한 미래 스포츠 4종을 선보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대표는 "우리가 WCG에서 선보인 '뉴호라이즌' 종목들이 향후 새로운 스포츠가 될 수 있는 영역들"이라며 "VR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향후 재밌는 경기가 될 수 있다. e스포츠는 보는 관점에서 재미를 줘야 하기 때문에 WCG에서 실험적으로 진행했고,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그는 "VR이 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관람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고, 재밌어 했다. 우리가 관람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개선해 나가면, VR게임도 기존의 인기 스포츠 종목 못지 않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WCG는 VR챔피언십으로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실시간 시뮬레이션 게임 '파이널 어썰트'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VR 기기를 장착한 선수들의 행동과 이에 따른 유닛들의 움직임을 LED디스플레이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체험부스로 자리 잡은 VR게임 '포커스온유'와 '로건'에도 관람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또한'WCG 로봇 파이팅 챔피언십'을 진행하며 신체인식 '로봇 대전 격투 게임'을 선보였다.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팔·다리에 부착된 센서와 조이스틱으로 로봇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박진감 넘치는 대전을 펼쳤다.

특히 '로봇 대전'은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신체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 종목이다. 이는 스포츠와 IT 신기술이 가미된 새로운 미래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대표는 "이번 대회에서 VR게임, 로봇대전 등을 선보였다"며 "이번 종목 말고, 예전에 후보로 나왔던 것들 중에는 드론 레이싱도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접목돼 스포츠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VR은 종목을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VR에서도 새로운 종목을 발굴해서 e스포츠가 가능한 것들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WCG는 국가대항전 성격을 띄고 있어 '게임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각국을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이 금·은·동메달을 두고 경쟁한다. 각국을 대표하는 만큼, 올림픽처럼 상금보단 명예를 강조한다. 이번 WCG에는 전세계 111개국 4만명의 선수들이 예선에 참가했으며, WCG 파이널에는 예선을 통과한 34개국 506명의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이러한 세계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선 게임이나 e스포츠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리면서도 전통 스포츠로써 제대로 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WCG가 가져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게임의 역기능을 해소하고 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전체적인 방향"이라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명예롭게 여기지만, 게임(e스포츠)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대회가 올림픽처럼 명예부여라는 포지션을 갖고 갈 수 있다면 사회에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 WCG에서 게임스포츠뿐 아니라 컨퍼런스, 뮤직 페스티벌 등의 영역을 확대한 것도 너무 e스포츠에만 몰두하는 것보단 젊은이들의 축제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목적이 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중국 지방정부(시안)의 e스포츠 정책이 부럽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도 한국 정도는 아니지만, e스포츠나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사회적 시각이 올라오고 있다"며 "우린(WCG) 주로 중국의 지방정부와 같이 일하게 되는데 매우 적극적으로 e스포츠를 지원하고 있고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지금도 이미 중국은 시장이 가장 큰 상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을 넘어서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금전적인 지원이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안시는 조직 내에 e스포츠 전담조직을 두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부러운 점도 있다. (한국도)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 

내년에도 WCG는 개최될 예정이다. 차기 후보지로 중국의 지방정부가 WCG조직위원회 측에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년 대회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대표는 "중국 지방 정부에서 일부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은 WCG의 탄생지다.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한국에서도 개최할 생각이다. 대회는 정례화해서 매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CG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e스포츠 대회중 하나였지만, 2013년 중국 쿤산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고, 스마일게이트가 2017년 삼성전자로부터 WCG 권리를 양수하면서 6년만에 개최될 수 있었다. WCG는 대회의 중립성을 위해 스마일게이트와 별도로 운영되는 법인이다.

이 대표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의장(WCG 조직위원장)이 주도하며 WCG를 인수하게 됐다"며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축제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 WCG의 방향성이다. e스포츠 대회를 매개로 올림픽처럼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고 갈등 해소를 통해 새로운 축제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2020년 WCG는 더욱 즐겁고 흥미로운 축제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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