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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를 시종장으로 착각한 핼리팩스, 뷔야르 '그날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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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23 0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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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는 사실만이 영원하다. 인생에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정상에 머무는 시간도 길지 않다.

프랑스 작가 에리크 뷔야르(51)의 '그날의 비밀'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짚은 소설이다. 그의 관심사는 역사의 조명을 받은 주연들보다는 사건 소용돌이에 휘말린 무수한 조연들이다.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얼핏 사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건들을 다뤘다.

2017년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다.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1930년대 유럽이 배경이다. 16개의 짤막한 이야기로 구성됐다. 1933년 2월 20일, 독일 대기업의 총수 24명이 모인 비밀회동으로 시작한다. 히틀러와 괴링을 만나는 자리인 이곳에는 크루프, 오펠, 지멘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히틀러를 시종장으로 착각한 핼리팩스, 히틀러와 슈슈니크의 만남, 정신 병원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 수테르, 리벤트로프를 위한 작별 오찬, 오스트리아로 행진하다 멈춰버린 독일군 탱크, 할리우드 소품 가게에 입고된 나치스 군복,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의 한 장면, 오스트리아 병합 다음 날 실린 네 건의 부고 기사 등이 이어진다.

그러나 유명한 외교 협상이나 드라마틱한 전투는 나오지 않는다. 뷔야르는 특유의 블랙유머로 거대한 경제권력과 일상화된 부패, 정경 유착 등을 그렸다.

"체임벌린 부부는 점잖지만 초조한 기색을 내보였다. 유럽 강대국의 장관을 초대한 오찬을 짧게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령껏 퇴장하는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 곧바로 초대객들, 그들 역시 뭔가 일이 벌어졌고 체임벌린 부부 사이에서 물밑 대화가 오고 갔다는 느낌이 들었고 캐도건, 처칠, 처칠의 부인 그리고 몇몇 다른 사람들까지 그런 느낌에 휩싸였다."

"괴링이 발언권을 잡고 몇몇 사안을 힘주어 설명한 후 다시 3월 5일의 선거를 거론했다. 봉착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선거 유세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치당은 수중에 한 푼도 없었고 선거 유세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 순간 얄마르 샤흐트가 벌떡 일어나 좌중을 향해 미소 지으며 소리쳤다. '자, 신사 여러분, 모금함으로!' 분명히 조금 돌출된 행동이었지만 이 제안이 사업가들에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뇌물과 뒷거래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었다." 이재룡 옮김, 176쪽, 1만2800원, 열린책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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