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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 화려한싱글은없다]미혼 그녀가 쓰러졌다, 일이 있어서 살만하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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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23 06:04:00  |  수정 2019-07-29 10:06:53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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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생을 살면서 그 단계, 그 연령대에서 꼭 해야 될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거나 그로 인해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결혼에 대해 사람들한테 자주 하는 얘긴데, 그 얘기를 좀 더 설득력 있게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일이 생겼다.

내가 사는 동네에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있다. 조용한 분위기라 생각할 게 있거나 복잡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장소다. 게다가 인상도 좋고, 자상하게 손님들을 챙기는 카페 사장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나와 동년배인 그녀와는 사실 15~16년 전 회원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던 그녀는 여러번 맞선을 봤지만, 결국 본인 이상형을 만나지는 못했다. 내가 보기에 괜찮은 남성들이 있었고, 그녀가 마음을 열면 좋은 만남도 가능했었는데, 그녀는 이상이 높았던지 “허접한 상대를 만날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살면서 천천히 사람들을 만나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헤어졌다가 우연찮게 동네 카페에 들렀다가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이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죠. 제 선택으로 결혼을 안 한 거고,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타고난 건지, 자기관리를 잘한 건지 그녀는 얼굴에 주름살이 조금 늘었을 뿐 예전의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고, 사업 수완이 좋아서 카페에도 단골이 많았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사는 데는 걱정이 없었다.

“외롭지 않아요?”

“하는 일이 있어선지 아직은 살만 해요. 호호 할머니가 되면 외롭겠죠?”

“혼자 늙어간다는 거, 생각보다 힘들어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미래를 고민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걱정해줘서 고맙다며 그녀는 방금 내린 커피 한잔을 줬다. 진지한 대화가 오고갔던 그날 밤, 비가 와서 어떡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던 내게 그녀는 고급 우산을 하나 건넸다. 그리고는 몇 개월 해외출장을 다녀오느라 카페에 가지 못했다.

3개월 만에 카페에 갔더니 그녀가 안 보였다. 조카라는 사람이 대신 카페를 보고 있었다.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여행을 갔단다. 그리고 2주쯤 후에 다시 갔는데, 그 때도 그녀가 없었다. 또 물어보니 몸이 아파서 쉰다는 것이다. 뭔가 짚이는 게 있어서 다시 물어보니 뇌출혈로 쓰러져서 식물인간 상태라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상태를 물어봤다.

“의사 말로는 좋아질 것 같기도 하니 말 조심하라고, 다 알아듣는다고 해요.”

“정상 회복은 힘들 수도 있는데, 집이며, 카페는요?”

“카페는 곧 정리해야죠. 여기 요양병원 비용이 많이 들어서 상태가 좀 나아지면 지방의 작은 병원으로 모셔갈 생각이에요.”

그렇게 당차고 꼿꼿했던 사람이 이제는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일궈놓은 카페, 집, 그녀의 삶 자체가 무의미해져버렸다. 회복을 간절히 빌어보지만, 쓰러진 후 두 달 이상 지났는데도 상태가 겨우 숨을 쉬는 정도인데, 앞으로 어떨지는 예측 가능하다.

15년 전 내가 좀 더 강하게 그녀를 설득했더라면, 그래서 그녀가 결혼을 했더라면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 가정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옆에 가족이 있었으면 위급한 순간에 빨리 대처를 할 수 있지 않았을지, 혼자 살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의 순간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한 아름다운 인생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스럽다. 인생의 화려한 한 때는 있지만, 화려한 싱글이란 없다.

며칠 전 비가 왔다. 쓰고 나갈 우산을 찾다가 그녀가 빌려준 우산이 눈에 띄었다. 이제 돌려줄 수도 없는, 주인 잃은 그 우산을 펼쳤다. 나라도 그녀를 기억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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