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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일갈등에 조선업 등 터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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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31 17:41:16  |  수정 2019-08-01 1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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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한국과 일본 간 경제·외교 갈등이 엉뚱하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으로 불똥이 튈까 우려되는 분위기다. 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일본을 포함한 각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중 한 나라만 반대하고 나서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무산된다. 때문에 일본의 움직임에 현대중공업은 물론 조선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일단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한국 조선업을 '불공정 무역'으로 규정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말 발간한 '2019년 불공정무역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새로 게재하며 "한국 조선업을 WTO 제소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조선사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프로그램 등이 불공정 무역행위라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국책금융기관이 조선산업에 대규모 공적자금지원을 한 것은 WTO의 '보조금과 상계조치에 대한 합의'에 어긋나는 보조금 지급에 해당한다"며 "이는 시장왜곡을 초래해 조선산업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한다"고 적시했다.

일본 업계의 기류도 긍정적이지 않다. 일본 조선산업을 대변하는 일본조선공업회(IHI)는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이토 다모쓰(齋藤保) 협회장은 지난달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합병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가토 야스히코 협회장은 지난 4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과잉공급이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만큼 일본이 기업결합을 곧바로 불승인하기는 어렵지만 까다로운 여러 조건을 내세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인데 우리 정부의 대응책은 아직 이렇다 할 게 없다. 되레 우려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악화된 한일관계에 따라 일본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간 결합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해서는 일본 경쟁당국이 법령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확인된 바 없다는 게 전날 배포한 보도참고 자료 내용이다.

물론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두 조선사 합병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아쉬운 뒷맛이 남는다.

한 경제·외교 전문가는 "두 조선사의 합병은 국내외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미 개별 기업의 인수 과정으로 볼 수 없다. 합병 자체가 정부의 결정으로 이뤄진다"며 "우리 정부도 상황을 엄정하게 판단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민간 기업의 결합이지만 일본 등 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부터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있었다.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 선 것을 부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상 한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합병이 불가능한 구조다.

두 회사의 결합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내 조선산업 재편의 신호탄이다. 마냥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한일 갈등이 엉뚱한 조선(造船) 등을 터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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