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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한수영연맹, 뼈 깎는 자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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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02 15: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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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1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경기에 출전하는 한국의 우하람(왼쪽 세번째)이 각국 선수들과 입장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 선수 상의 트레이닝복 뒤가 테이프로 가려져 있다. 2019.07.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7월28일 막을 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대한수영연맹의 실태와 한계를 드러냈다. 아마추어 집단에서도 보기 어려운 헛발질의 연속은 '과연 이 조직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했다.

대회 초반 불거진 'KOREA가 사라진 유니폼'이 대표적인 예다. 선수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운동복을 입고 나섰다. '1승을 거두면 유니폼을 지급한다'는 축구 예능프로그램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수영연맹이 지급한 수영모가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 위배돼 오픈워터 선수들이 직접 유성펜으로 'KOR'을 적고 뛴 사건 역시 모두를 경악시킨 사례 중 하나다. 관계자는 "선수에게 신경 쓰지 말고 운동에만 집중하라고 했는데 말처럼 쉽게 되겠는가. 국내 첫 세계선수권인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체육계에서는 수영계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파벌 싸움을 이번 사태의 발단으로 보고 있다. 집행 수뇌부들의 대립으로 후원사 선정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후폭풍을 고스란히 선수들이 맞았다는 것이다.

대한수영연맹의 실책들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대한수영연맹은 수뇌부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이 대한수영연맹을 이끌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모 전무이사는 국가대표 선발과 수영연맹 임원 선임 과정에 개입해 뒷돈을 챙긴 것이 드러나 실형을 살았다. 권력을 쥔 인사들은 수영계 발전보다는 잇속을 차리는데 급급했고, 쓴소리를 하는 수영인들을 제명시키는 등 재량권을 남용했다.

보다못한 대한체육회는 2016년 3월 대한수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이후 2년 넘게 대한수영연맹은 한없이 표류했다. 부랴부랴 꾸린 관리위원회도 제 기능을 못했다. 전국 규모 대회의 잇따른 취소와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FINA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 일정을 미리 공지하지 않아 선수들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애교에 가까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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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대한수영연맹이 마침내 새 수장을 찾았다. 스키선수 출신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은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이 취임했다. 그로부터 1년3개월이 지났지만 대한수영연맹은 여전히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철저한 준비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을 주도해야 했지만 두꺼운 화장 뒤에 가려진 민낯만 고스란히 노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사태를 계기로 대한수영연맹 감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수영연맹의 의지다.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태도를 버리고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을 투명하게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 긴 잠수를 끝내고 수면 위로 올라올 때도 되지 않았나.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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