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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파국]日 아픈 곳 찾아 '송곳' 반격…'민폐', '개헌'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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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02 20:32:19
日 특유 '메이와쿠 문화' 민폐 행위 혐오…불쾌한 단어 중 하나
김현종, 日 평화방해 사례 열거…아베 '평화헌법' 개정 시도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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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7.0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결정에 맞대응 차원으로 강경한 표현들을 쏟아냈다. 일본 사람들이 듣기에 특정 아픈 표현들을 정확히 골랐다는 점에서 반격을 위해 철저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내 한국 배제를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직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가리켜 "양국 간의 오랜 경제협력과 우호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또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民弊)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앞서 단행한 반도체 3가지 핵심소재에 대한 규제조치가 우리 정부가 체감하는 가장 '뼈아픈' 부분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거꾸로 일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불쾌해 하는 표현인 '민폐'를 끄집어낸 것이다.

'민폐'라는 단어는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극도로 혐오하며 엄하게 가르치는 일본 특유의 '메이와쿠(迷い惑い) 문화'를 염두에 둔 '전략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메이와쿠 문화는 일본사회의 전반을 지배하는 '개인주의' 문화에서도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 가령 내가 편하고자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특유의 문화는 일본사회를 파헤친 루스 베네딕트의 책 '국화와 칼'에 자세히 소개 돼 있다.

개개인에게 간섭은 하지 않으면서도 대척점에 있는 집단주의와 전체주의 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린 일본 사람에게 '이기적'이라는 표현 역시 상대방으로부터 들었을 때 기분이 매우 상할 수 있는 욕의 범주에 해당한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가리켜 '이기적인 민폐행위'라며 욕에 해당하는 단어 2개를 나란히 붙인 것은 이러한 특유의 일본 문화의 이해 없이는 절대로 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상대방의 아픈 부위를 날카롭게 찌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전략물자의 수출통제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북한 밀반출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근거로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운 일본의 주장에 매우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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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긴급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日, 백색국가 배제…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며,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다.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다"고 밝혔다. 2019.08.02.    photo1006@newsis.com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우리를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배경 위에서 해석 가능하다. 이른바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김 차장이 추가 브리핑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평생 정치숙원인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의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차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일본이 방해했던 점을 거론하며 평화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반대한 점, 북미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도 대북제재·압박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점,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전시대피 연습을 주장하며 긴장감을 일부러 조성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평화에 반하는 행동만 골라서 했다는 것이다.

그런 아베 정권이 자신이 추구하는 개헌 작업을 가리켜 '평화 헌법'으로 이름붙이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게 김 차장의 지적이다.

김 차장은 "일본이 지향하는 평화와 번영의 보통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우리는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아베 총리의 모순됨을 꼬집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 의석수가 오히려 줄어들어 개헌 가능선 확보에 실패한 아베를 겨냥해 일부러 '아픈 부위'를 골라서 때린 이른바 '송곳 반격'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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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모습. (그래픽=뉴시스DB). 2019.07.02.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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