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박지윤 “바이올린, 삶과도 맞물려 소리를 내더라”

등록 2019.08.04 12:45:1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

아시아인 최초, 라디오 프랑스필 종신 악장

[인터뷰]박지윤 “바이올린, 삶과도 맞물려 소리를 내더라”

【평창=뉴시스】이재훈 기자 = “다들 자신의 최고를 주고 싶은 마음이 바로 느껴지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큰 감격이었죠.”

3일 저녁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뮤직텐트에서 펼쳐진 ‘제16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악장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은 검객 같았다. 한 순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활에 쏟아 붓는 듯했다.  

공연 직전 만난 박지윤은 대관령 초원을 얌전히 다니는 순한 양 같았다. 수더분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그녀다. 고국에서 최고의 연주력을 선보이고 싶어 하는 동료들의 마음은 그녀의 마음이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 참여한 박지윤은 “그간 인연이 안 돼 아쉬웠어요”라면서 “공기가 좋은 음악 마을에서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연주하니 연주여행 온 것 같아요”라며 흡족해했다.

박지윤은 지난해 11월 아시아인 최초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종신 악장으로 임명됐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정명훈(66)이 15년 간 음악감독을 지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 미코 프랑크(50)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기능적으로 완벽한 오케스트라’라는 평을 받는 세계적인 악단이다.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손열음(33) 평창 대관령 음악제 예술감독이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활약 중인 젊은 단원들을 불러 모아 결성한 80여명의 드림팀이다. 지난해 짧은 리허설에도 완벽한 합을 들려줘 호평을 들었다. 올해도 작년에 연주했던 멤버들이 주축이 됐고 박지윤이 새로운 악장으로 투입됐다. 손 감독이 그녀에게 직접 청했다. 

세계 정상급 악단에서 악장을 맡고 있지만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뭉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을 제안을 받으니 책임감이 더 커졌다. “처음에는 약간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함께 합을 맞추는 순간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하하.”

박지윤이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에 함께 하는 것은 지난 5월 부산 출신 연주자들이 결성한 ‘유라시아오션필하모닉오케스트라’(EOPO)에 이어 두 번째다.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는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라고 긍정했다.

최근 몇 년 새 세계적인 악단에 입단을 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부쩍 늘었다. 솔리스트로만 부각되기를 원한 예전의 클래식계 분위기와 달리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또 다른 연주자의 길을 개척하는 젊은 연주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의 선봉에 서 있는 박지윤은 “저희 어릴 적만 해도 훌륭한 솔리스트를 보고 자랐어요. 학창 시절에는 누구나 솔리스트가 되는 줄 알았어요”라면서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러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길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길을 찾아보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박지윤은 오케스트라 단원일 뿐 아니라 실내악 그룹 ‘트리오 제이드’ 멤버, 탄탄한 솔리스트이기도 하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서로 서로 시너지 효과를 주고받아요.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트리오 제이드를 할 때 호흡을 더 잘 듣게 되고요. 실내악 경험이 오케스트라 활동에 도움도 되지요.”

박지윤의 이런 반경은 후배 연주자들이 부러워하는 삶이기도 하다. “학생일 때 오케스트라 경험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만약에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너무 콩쿠르에 매달리기보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더 하고 싶어요. 후배들이 좀 더 폭넓은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 감독이 협연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을 프로그램으로 꾸민 이번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기대대로 호연이었다.
 
“이렇고 젊고 핫한 연주자들이 함께 모여 이런 공연을 연다는 것이 한국인으로 자랑스러워요. 손열음 감독님의 기획력도 놀랍고요. 앞으로 자주 참여할 기회가 있었으면 해요.”

박지윤은 오케스트라 연주 외에도 스케줄이 빠듯하다. 내년 2월2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프렌치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같은 해 8월22일 오후 8시 역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트리오 제이드 제4회 정기연주회도 연다. 브람스 트리오 전곡 연주를 한다.

4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한 차례 더 공연하는 박지윤은 당분한 한국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세 살짜리 딸도 키우고 있는 그녀는 날이 갈수록 삶과 일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연주자의 연주는 삶과도 맞물려 소리를 내더라”며 웃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