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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원신연 "일본 반성하지 않아 '봉오동 전투'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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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05 18: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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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연 감독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50) 감독은 이번 작품에 임하는데 역사 고증을 강조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한국 독립군과 일본군 사이에 본격적으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전투인 봉오동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원 감독은 "왜곡에 대한 조심성이 있었다. 실화를 근거로 하는 영화다 보니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했다. 제가 어렸을 때 이렇게 공부했다면 제가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을 거다. 실제로는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봉오동 전투는 인물화를 그리는 영화였다. 상상력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영화는 아니었다"라고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거의) 없다. 흑백사진이다 보니 일본군이 입고 있는 옷의 색감이 어떤 색인지 전혀 모른다. 저희가 고증을 할 때 역사학자를 통해 고증하지만, 흔히 말하는 '덕후'들한테도 조언을 구했다. 작은 부분들도 디테일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어떤 인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도 조심스러웠다. 그 상황에 있는 인물이 관객들이 보기에 실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든지, 옷을 저렇게 입지 않았다든지, 저 머리가 어울릴까 라든지 모든 부분이 조심스러웠다. 그런 건 사진 고증 등 여러 가지 고증을 통해서 이 부분까지는 용인이 될거야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재구성했을 뿐, 봉오동 전투를 포함한 초소 공격, 삼둔자에서의 일본군 학살, 짧지만 몰살에 가까운 대승리는 모두 역사에 기록된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립신문에 기록된 것들이라는 얘기다. 독립자금을 운반하는 운반책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시기적으로 봉오동 전투와 같지는 않다.

"다만 기록이 없는데 영화에 반영된 요소는 없다. 이 정도면 근거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하고 조합했다. 인터넷을 통해 남겨진 자료만 찾아보면 기관총이 없었다고 나온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기관총이 있었다는 사료가 매우 많다. 밀정이 일본군에게 보고한 자료에도 '독립군들이 기관총을 갖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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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이전 역사물과 비교해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영화의 주인공이 알려진 역사적 위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원 감독은 "알려지지 않은 유명 독립군들의 이야기는 제가 기억하기엔 한 번도 없었다. 고증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정말 남아있는 기록이 없었다. 일본군이 남겨진 기록들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홍범도 장군도 호랑이라는 별명이 있어서 '무조건 만나면 죽는다'는 전설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근데 알려진 건 많지 않다. 홍범도 일지를 읽어도 봉오동 전투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자료로 많이 남아있지 않은 홍범도 장군에 살을 붙여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름 모를 독립군들을 주연으로 하는 게 우리 영화에 더 맞다고 생각했다"라며 실존인물을 기반으로 한 역사 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표하기도 했다.

"봉오동 전투 때 3면에 매복하고 있던 독립군들이 일본군을 몰살시켰다는 사실보다 지형에 전문성을 가진 일본군들이 왜 거기에 들어갔을까가 더 궁금했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었다면 일본군들이 유인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료에 등장하는 분보다 이름도 남아있지 않은 독립군들이 주인공이었으면 했다. 실존했던 분들도 가슴 속에 기억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조금 더 기억하고 싶은 존재들도 있는데 저에게는 이들이 더 뜨거운 존재들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영화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봉오동 전투'는 원래의 가제 '전투'에서 '봉오동 전투'로 영화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전투가 가지고 있는 어감이 전쟁 중심, 전투 중심 영화로 비칠 것 같았다. 그래서 봉오동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더 드러내고, 전투가 아닌 지역과 시대가 묻어나는 봉오동 전투로 변경했다. 봉오동 전투가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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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감독은 촬영도 봉오동에서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드 문제 때문에 방문 자체가 어려웠고, 방문하더라도 위험한 시국이었다. 실제 봉오동을 보여주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 상상하면서 가장 비슷한 장소를 헌팅했다. 장소 헌팅이 보통 두 달 걸리는데, 이번 작품은 15개월이나 걸렸다. 진짜 독립군처럼 다녔다. 대부분 산악지역이다보니 걸어서 올라가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봉오동 전투'는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개봉하는 만큼 예비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원 감독은 "(시기를) 의도한 게 아니라 입장을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반응했다. 

"사실 기획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촬영도 작년에 시작해서 올해 끝나 선 지금 선보이는 거다. 지금의 시류를 전혀 예상하진 못했다. 다만 이런 얘기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하고 시나리오 만들면서 '이런 이야기를 갖고 관객들과 만나는 게 너무 늦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오동 전투를 보고난 후 국민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왜 이들이 모든 것을 걸고 이때 싸웠는지 진정성만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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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자 영화의 주연배우였던 유해진에 대해서는 '짐을 덜어준 친구'라며 추어올렸다. 원 감독은 "전투 영화다 보니 전투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 안전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잘 끝나야 하는데'란 생각을 했다. 그래도 친구인 유해진 배우가 있어서 (의지가 됐다) 유해진 배우가 독립군 우두머리처럼 실제에서도 동생들을 잘 이끌어줘서 제가 짊어져야 할 마음의 짐이 많이 줄었다. 상당히 고마웠다"라고 했다.

영화에는 일본군 역으로 실제 일본 배우들이 출연한다. 원 감독은 "일본 배우들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외부 (상황)적인 것보다 배우 한 사람으로의 출연으로써 봐줬으면 좋겠다. 출연을 결정하신 것만으로도 그분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알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원 감독은 후속작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원 감독은 "(후속작) '청산리 전투'를 열망하긴 한다. 제가 캐스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배우가 '감독님, 왜 이런 영화가 계속 만들어질까요'란 질문을 하더라. '반성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후속작 '청산리 전투'를 열망하지만, (상황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일갈등과 맞물려 영화에 대한 관심도 최고조를 달리고 있는 영화 '봉오동 전투'는 7일 개봉한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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