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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부모들, 혈연관계 아닌···'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등록 2019.08.09 11: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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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부모들, 혈연관계 아닌···'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누구나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세오 마이코(45)의 장편소설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다.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 소녀의 이름이 네 번이나 바뀐다. 피가 섞이지 않은 부모들을 마주하며 성장한다. 오늘날 가족의 의미,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2019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이다. '책의 잡지' 2018년 상반기 베스트 1위, TBS '임금님의 브런치 북' 2018년 대상, 키노베스 2019년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독자의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은 17세 소녀 유코다. 친엄마는 유코가 세 살이 되기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아버지와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다가 새엄마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4학년 때 아빠와 새엄마가 이혼하면서 아빠는 브라질로 떠나고, 유코는 새엄마와 살게 된다. 새엄마는 이후 결혼을 2번 더 하고, 3명의 아빠가 생긴다. 그 사이에 가족 형태는 7번이나 바뀐다.

소설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핏줄로 엮이지 않은 이들이다. 하지만 부모 노릇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이야기의 초점은 소녀 관점에서 본 여러 보호자들의 부모 구실이다. 한 아이의 성장을 삶의 목표로 삼았던 이들의 마음이 감동을 자아낸다. 유코도 환경이 바뀔 때마다 세심하게 딸 역을 해낸다.

"그러던 중에 리카 씨는 '난 유코짱과 반대로 엄마밖에 없어'라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리카 씨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3학년이 되기 직전인 봄방학 때 아빠는 '리카 씨가 유짱 엄마가 될 텐데 괜찮아?'라고 물었다. 아주 중요한 걸 묻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리카 씨가 매일 우리 집에 있으면 틀림없이 즐거울 것이다. 나는 '응, 응. 당연하지'라며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아빠가 엄마 이야기를 서둘러 말해 준 게 이 일때문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3학년이 시작되자마자 리카 씨가 우리 집으로 와서 셋이 함께 살게 되었다."

"와기타는 내게 친절했고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 함께 있기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느낄 수 없는 뿌듯한 느낌도 든다. 기쁜 소식은 전하고 싶고 와키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도 알고 싶다. 그렇지만 입시를 가장 응원해 준 사람은 와키타가 아니다. 밤마다 부탁하지도 않은 야식을 만들어 주고, 복통과 구토를 느끼면서도 내가 공부하도록 격려해 준 사람은 모리미야 씨다. 번거로워도 모리미야 씨에게 제일 먼저 알리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버지니까 제일 먼저 알려야겠지?' 나는 합격통지서를 도로 봉투에 넣고 나갈 준비를 했다." 권일영 옮김, 480쪽, 1만5000원,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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