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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데이식스, 악기들의 역동적 군무···스펙트럼 넓힌 K팝

등록 2019.08.11 20:08:25수정 2019.08.11 21: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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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명가’ JYP엔터테인먼트 밴드

‘2019 월드투어 – 그래비티’ 포문

데이식스 ⓒJYP

데이식스 ⓒJYP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성진의 기타(26)는 그릉그릉거리며, 리듬을 만들어내고 제이(27)의 기타는 그 위를 질주했다. 영케이(26)의 베이스는 묵직하면서도 존재감을 뽐냈고 도운(24)의 드럼 타격감은 쾌감이었다. 원필(25)의 키보드는 형형색색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밴드 ‘데이식스’(DAY6)의 다섯 멤버 합주는 악기들의 군무라 명명할 만했다. 여느 K팝 아이돌 그룹의 역동적인 안무 이상으로,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데이식스는 박진영(47)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CCO)가 이끄는 ‘아이돌 명가’의 밴드다. “JYP에서 무슨 밴드냐”라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소리를 하는 이들에게 이 콘서트를 권한다.

여름의 ‘록 페스티벌에 대한 사망 선고’가 내려진 이 때, 록페스티벌이 여기 있었다. 닫혀진 공간에 좌석이 놓여 있고 10, 20대 여성 위주의 팬덤이라 록페스티벌의 현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저씨들이 빚어내는 슬램, 헤드뱅잉은 없었다.

하지만 ‘마이데이’로 명명된 5000여 팬들은 내내 스탠딩으로, 록 페스티벌의 함성 이상의 환호를 쏟아냈다. 막무가내 식 합창이 아닌, 치고 빠지는 것이 체계화된 합창으로 ‘듣는 즐거움’과 ‘함께 부르는 즐거움’을 기가 막히게 오갔다.

공연에서 상승감의 절정은 ‘하우 투 러브’ 무대였다. 가왕 조용필(69)이 대형 야외 콘서트에서 사용하는 ‘무빙 스테이지’처럼, 메인무대가 상승해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리뷰]데이식스, 악기들의 역동적 군무···스펙트럼 넓힌 K팝

덕분에 1층 팬들뿐 아니라 2, 3층에 자리잡은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메인 무대가 공연장 공중 한 가운데 자리, 마치 구름정원 위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9일부터 이날까지 1만5000명이 운집한 이번 공연은 데이식스의 새 월드투어 ‘그래비티(GRAVITY)’의 문을 여는 자리다. 중력을 이겨낸 무대 위에서, 데이식스와 팬들은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끌고 당겼다.

‘아이돌 밴드’라 부르지 않고 그냥 ‘밴드’라 불러도 충분한 멤버들은 연주력과 음악성은 곳곳에서 빛났는데 특히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도드라졌다.

자신들의 곡 ‘태양처럼’을 메인 반주로 삼고, 본인들의 대표곡인 ‘행복했던 날들이었다’와 숨은곡인 ‘블러드’ 그리고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 프랑스의 전자 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겟 러키’를 ‘매시업(mashup·여러가지 요소들을 뒤섞는 것)’을 했는데 너무나 유려해서, 이들의 물오른 음악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간마다 삽입한 멤버들의 솔로 무대 역시 이들이 뮤지션임을 증명했다. 특히 ‘하우 투 러브’에 이어진 성진의 솔로무대는 재즈뮤지션의 무대를 보는 듯했다. 

[리뷰]데이식스, 악기들의 역동적 군무···스펙트럼 넓힌 K팝

‘아이돌 그룹의 변형이 아니냐’는 세간의 오해 또는 편견을 데이식스 다섯 멤버들은 연주력으로 이겨나가고 있었다. 그 덕에 이번에 지금까지 무대에 오른 공연장 중 가장 큰 곳인 잠실 실내체육관까지 입성할 수 있었다.
 
최근 칼군무, 세련된 팝 음악이 주축이 된 아이돌 그룹들이 연달아 인기를 끌면서 K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K팝이 획일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다. 데이식스는 그 기우를 덜어 내주는 팀이다. 밴드 음악으로 K팝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JYP의 선구안이 돋보인다.

원필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좋은 일이 있었어요. 영광스런 일이죠. 음악방송 1위를 했어요”라면서 “저희가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에요. 여기 계신 마이데이 분들 때문에 좋은 성과를 만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데이식스가 최근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더 북 오브 어스 : 그래비티’ 타이틀곡 제목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다. 가수는 곡 제목 따라 간다고 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활주로를 따라 이대로만 비상하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데이식스, 중력을 벗어나 날 순간이다. 이번 투어는 세계 26개 도시에서 31회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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