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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전례없는 동맹문법…한미동맹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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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18 06:00:00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동맹국 '거래 상대방' 생각
"한미훈련 돈쓰기 싫어" 발언에 한미동맹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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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소재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08.13.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경시가 극에 달하고 있다. 동맹국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안보청구서를 들이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식 동맹문법에 당장 대북억지력의 굳건한 바탕이 됐던 한미동맹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동맹문법

동맹을 '거래 상대방'으로 취급하는 트럼프식 동맹문법은 이전부터 국제사회에서 많은 논란이 돼 왔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동맹국 비난세례가 일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우리는 생명과 자산을 걸고 3차 세계대전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공격받으면 일본은 전혀 도울 필요가 없다"며 "일본은 소니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 된다"고 발언했고, 독일을 향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거론,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고 비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았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그가 내민 비용청구서 역시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다른 나라를 위해 쓰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돈쓰기 싫다' 발언에 조롱까지…흔들리는 한미동맹 입지

한국은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문법을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맞물려 훨씬 심각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 수신 사실을 공개, "김 위원장은 실험에, 전쟁놀이(the war games)에 행복해하지 않는다"며 "알다시피 나도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에 돈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이 불만을 표한 '전쟁놀이'는 한미 연합훈련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이며, 북한은 미국 내에서 한때 선제타격론까지 논의됐던 엄연한 적성국이다. 2만8500여명의 주한미군은 대북억지력을 담보하며, 아직 한반도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은 사실상 미국에 있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돈'을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불만에 동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버지니아 햄프턴에서 진행된 재선캠페인 모금행사에선 "브루클린에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발언했다. 또 한국, 일본식 영어발음을 흉내 내기도 했다. 현지에선 도를 넘는 동맹 조롱이라는 비판이 즉각 쏟아졌다. 동맹국인 한국을 일개 임대아파트 취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리스크' 보유한 한국…트럼프 발언에 위기감 고조

동맹국으로서 대북정책에 긴밀히 공조해야 할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을 그저 '돈을 쓰는 대상'으로 취급하며 오히려 함께 대응해야 할 상대방인 북한 지도자에게 애정을 표한 상황은 한국 입장에선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미가 직접 대화에 나서고 중재자를 자처했던 한국의 입지는 좁아지는 상황에서 충격은 한층 크다.

아울러 해당 발언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도발에 대해 "싱가포르 합의 위반이 아니다"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만 않는다면 동맹국인 한국을 사정권으로 한 도발은 용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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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6월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건너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환담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캡처) 2019.08.13.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경시와 북한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이를 대북 저지력을 담보하는 주한미군 거취와 연계해 보다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북미 스몰딜→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북한 분석가인 벤저민 R. 영 다코타대 조교수는 니케이아시안리뷰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한국을 상대로 한 방위비 인상 압박을 거론, 한국이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전제 하에 "미국은 이를 주한미군 제한, 종국적으로는 철수 지렛대로 삼길 원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 미국 없는 듯 행동"…트럼프, 미국 고립 자초?

물론 개인 사업이 아닌 국가안보, 외교의 영역에서 동맹국들을 향해 무작정 비용청구서를 들이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이미 국제적 비판을 사고 있다. 이에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문법이 결국 미국의 고립을 자초하고, 따라서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부편집자 마이클 헐시는 이와 관련, 분석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철학은 실제로는 '오직 미국만(America Only)'이라는 더 큰 의미가 되고 있다"며 "이는 세계 전역 국가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국가들은 마치 미국이 없거나, 주로 방해물인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중재를 자처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대신 이란과의 대화에 주력 중이다.

아울러 독일은 이란발 중동 위협에 맞서 미국이 제안한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에 퇴짜를 놨다. 일본 역시 연합체 참여 대신 자위대 독자 파병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상시위협' 한국, 안주 안 돼…적극적 위기돌파 필요

그러나 북핵문제라는 상시적 안보위협을 지고 있는 한국으로선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처럼 별개의 노선을 수립하거나,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문법이 변화하기만을 기다리며 안주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앉아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기만 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반복되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다방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동북아 세력균형의 한 축이자 오랜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는 경시할 수 없는 문제다. 어느때보다도 적극적인 위기돌파 해법 모색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와 관련, 벤저민 R. 영 조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맞춰줌으로써 한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은 물론 적대적인 이웃 국가의 외압을 제한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탈자지만, 그의 전술을 이해한다면 한국은 그보다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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