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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종료, 비건 방한, 日 주춤…文정부 외교 공간 열리나

등록 2019.08.20 17: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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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소재 수출 추가 허가…확전 자제 움직임

한미 연합훈련 종료…北, 대화 기조로 전환 가능성

강경화, 한일 외교장관회담서 수출규제 논의 시작

비건, 이도훈·김현종 등 면담…北 비핵화 논의 재개

한일관계 풀리기 쉽지 않아…징용 등 난제 산적

北, 한미훈련 거부감 여전…"南과 마주앉을 일 없다"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 행사를 마치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 행사를 마치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9.08.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주변국들과의 갈등 요인이 겹겹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일본 수출 규제와 남북 관계 경색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거세게 반발했던 한미 연합훈련이 20일 끝나고 일본이 수출 규제의 숨고르기에 나서는 등 갈등 국면을 관리할 외교적 공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삼성전자로부터 최근 주문을 받은 자국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의 수출 신청을 승인했다. 이달 초 삼성에 대한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처음 허가한 데 이어 두번째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정부가 7월 초 수출 규제 대상 품목으로 지정한 3대 반도체 소재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3대 품목 수출 규제에 이어 지난 7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공포하며 공세 일변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가 수출 규제 조치와 우리나라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자제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과 기업들의 수입선 대체 등으로 자국 경제에도 수출 규제의 여파가 미치자 확전을 자제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에서는 아베 신조 내각의 수출 규제에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의 이와마 요코 교수는 19일 요미우리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한국에 적극적으로 타격을 줘서 일본이 얻는 것은 중기적으로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출구전략 없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한 것 같다.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북 경색 국면도 반전의 계기를 맞을 가능성이 열렸다. 북한이 거세게 반발했던 한미 연합훈련이 20일 마무리되면서 대화가 재개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6차례나 단거리 미사일·발사체를 발사하고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막말 담화'를 내놓는 등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여 왔다.
【히로시마=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일본 히로시마의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기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6일은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최초의 핵무기 '리틀보이'가 투하된 날이다. 2019.08.06.

【히로시마=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일본 히로시마의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기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6일은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최초의 핵무기 '리틀보이'가 투하된 날이다. 2019.08.06.


하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연합훈련이 끝나면 북한도 외교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대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게 청와대에 판단이다. 청와대는 당분간은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을 중심으로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남북 대화 재개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발표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 북한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남·북·미 모두 북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주변국들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외교적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출국했다. 강 장관은 21일 고도 다로 일본 외무상과 별도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0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비건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 등을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이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을 의식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6일 오전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또다시 지도했다며, 노동신문이 17일 일자에 보도했다. 이날 시험사격에는 리병철, 김정식, 장창하, 전일호, 정승일을 비롯한 당중앙위원회와 국방과학부문의 지도간부들이 함께했다. 2019.08.17.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6일 오전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또다시 지도했다며, 노동신문이 17일 일자에 보도했다. 이날 시험사격에는 리병철, 김정식, 장창하, 전일호, 정승일을 비롯한 당중앙위원회와 국방과학부문의 지도간부들이 함께했다. 2019.08.17.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하지만 아직 남북, 한일 관계의 정상화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려면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일본이 우리 정부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점도 대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 여부 등을 지켜보며 잠시 속도조절을 하고 있을 뿐 다시 규제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우리도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포토레지스트에 관해서 추가적으로 개별 수출 허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급의 불확실성 등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일본의 3개 품목 개별허가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조속히 철회돼야 일본의 입장이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도 회복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도 남측과는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것"이라며 "두고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못박았다.

북한은 또 한미 연합훈련 마지막 날인 20일에도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남조선호전광들이 미국과 함께 벌여놓은 연합지휘소훈련은 우리를 침략하기 위한 공공연한 적대행위이며, 용납 못 할 군사적 도발"이라며  "긴장완화와 평화, 통일에 대한 겨레의 지향에 한사코 도전하면서 외세와 함께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감행한 남조선 호전광들은 그 어리석은 행위의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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