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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이덕희 "청각장애, 공 움직임·상대 몸동작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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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20 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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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청각장애 선수로는 최초로 승리를 거둔 이덕희(21·서울시청·212위)가 경기 후 밝힌 소감이다.

청각장애 3급인 이덕희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 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 세일럼 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27·스위스·120위)을 2-0(7-6<7-4> 6-1)으로 꺾었다.

1972년 출범한 ATP 투어에서 청각장애 선수가 단식 본선 승리를 따낸 것은 이덕희가 사상 최초다.

"이덕희가 청각장애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승리 소식을 전한 ATP 투어 홈페이지는 "이덕희는 수어를 할 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입술을 읽는 법을 배웠다"며 "이날 인터뷰는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하고, 그 질문을 약혼녀에게 전달하면 이덕희가 질문을 파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런 후 이덕희가 약혼녀에게 답하고, 약혼녀가 명확한 대답을 통역에게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ATP 투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덕희는 "일부 사람들은 나의 장애를 놀리기도 했고,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힘들었지만,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모두에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덕희는 "심판이 점수를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없는 것이 힘들다. 종종 이것이 문제가 됐고, 점수를 잊어버리기도 한다"면서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경기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하려한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윈스턴 세일럼 오픈 트위터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이덕희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누가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경적 정도는 들을 수 있다"며 "코트에서 공이나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더욱 공의 움직임이나 상대의 몸동작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승리에 대해서는 "오늘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경기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ATP 투어 본선에서 첫 승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2회전에서 이덕희는 이번 대회에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후베르트 후르카치(22·폴란드·41위)와 맞붙는다.

이덕희는 "이곳에서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미국은 정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고, 나에게 잘 맞는다.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3번 시드와 경기를 하게 돼 긴장된다. 쉽지 않겠지만, 같은 자세로 즐기면서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ATP 홈페이지는 이덕희의 기념비적인 승리에 동료들도 찬사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번 대회에 나선 테니스 샌드그렌(28·미국·73위)은 "몇 년 전 이덕희를 상대로 승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경기 후 이덕희가 구글 번역기를 통해 '나의 약점이 무엇이냐'고 묻더라. 정말 멋졌다"며 "상대가 공을 치는 소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것을 듣지 못한다면 엄청난 기술과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레이(32·영국·329위)도 "만약 헤드폰을 쓰고 경기를 한다면 공의 스피드나 스핀을 파악하기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귀를 통해 그런 것을 알아챈다"며 "듣지 못하는 것은 굉장히 불리하다. 이덕희가 하고 있는 일을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감탄했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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