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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보라 "날카로운 한줄평, 따뜻하면서도 불안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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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20 15:51:03
영화 '벌새' 감독
다른 시선으로 관계 파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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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전세계 영화제 25관왕을 석권한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8.2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삶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하루만 보더라도 종일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오전에 기분이 좋았다가 오후가 되면 가라앉기도 하고. 영지가 은희에게 남긴 편지처럼 삶에는 행복하고 좋은 것, 슬프고 절망적인 것이 모두 있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삶 자체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전 세계 영화제 25관왕에 빛나는 영화 '벌새'의 김보라(38) 감독은 영화를 관람할 관객에게 이런 바람을 전했다.

"94명의 '벌새' 서포터스 '벌새단'을 뽑아 시사회를 했다. 벌새단 중 한 분이 한줄평을 써줬는데,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불안한 영화는 처음이라는 평이 있었다. 정말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굉장히 희망적인 동시에 어두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안하면서도 따뜻함이 있기를 바랐다. 좋은 일 나쁜 일, 빛과 어둠이 같이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영화 '벌새'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 1994년은 성수대교 붕괴부터 김일성 사망, 사상최고의 찜통 더위, 지존파 살인 까지 많은 사건이 발생한 해다. '벌새'는 1994년을 배경으로,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박지후)가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성수대교 붕괴 등 영화 속 배경이 은희를 둘러싼 '소우주'로 보이기를 바랐다. "하나의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대적 배경 등 여러가지가 다 느껴지길 바랐다. 그런 부분들이 모여서 성수대교의 붕괴라는 고조된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어떻게 첨예하게 일상, 학교, 가정, 사회가 어긋나 다리 붕괴라는 물리적 붕괴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했다.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관통하는 영화의 주제가 있다면, '인간이 집(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존재로 가는 여정이 '벌새'에서 드러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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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전세계 영화제 25관왕을 석권한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8.20. chocrystal@newsis.com

영화 속 성수대교 붕괴는 극중 '은희'의 감정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성수대교 붕괴는 내가 어린 시절 관찰한 최초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부실공사에 의한 인재였지 않나. 그런 것들을 보면서 굉장히 기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은희가 겪는 단절의 이미지가 두 동강난 성수대교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성수대교 붕괴는, 곧 은희가 겪는 내면의 붕괴를 의미한다. 다리가 잘리는 이미지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성수대교 사건을 (소재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김 감독은 '편지를 쓴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촬영했다. 실제로 편지는 영화에서 중요한 장치 중 하나며, 김 감독 자신도 편지를 좋아한다. "벌새단에서 롤링페이퍼를 써줬다. '벌새'를 편지처럼 만들었는데, 편지에 답장을 받는 기분이었다. 당시 되게 감동을 받았다. '벌새' 안에도 손편지가 나온다. 지금은 손편지를 잘 안 쓰는데 90년대만 하더라도, 손편지 문화가 있었다. 손편지에는 시적인 정서가 있다. 나는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손편지를 써달라고 한다. 생일 선물 대신 손편지를 달라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주연을 맡은 김새벽(33), 박지후(16) 두 배우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배우의 '케미'가 정말 만족스러웠다. "두 분의 케미가 좋았다. 지후가 실제로 새벽씨를 되게 좋아했다. 둘이 같이 있는 걸 좋아했고, 그게 화면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 새벽씨는 실제로도 담담하면서 부드럽게 사람을 대해준다. 굉장히 따뜻하고 맑고 투명하면서 서늘한 느낌이 있다. 살갑기만한 캐릭터가 아니라 되게 좋았다.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지후는 정말 말을 잘한다.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다. 연기는 직관적으로 하고, 이야기할 때는 냉철하게 분석해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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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전세계 영화제 25관왕을 석권한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8.20. chocrystal@newsis.com
'벌새'는 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벌새' 이전에 '리코더 시험', '귀걸이', '빨간 구두 아가씨' 등 네 편의 단편을 냈다. '다른 시선'의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노력했다. 

"내 색깔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리코더 시험' 때부터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진 시기다. '리코더 시험'은 아홉살 은희가 88년도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리코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나는 인간 관계 본질에 대한 관심이 있다.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김보라 감독 특별전이 열린다. 4편 모두 볼 수 있다"고 알렸다.

김보라 감독은 '다른 시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열망만큼이나 앞으로 여성의 눈으로 그린 서사시·역사물·SF 작품을 해보고 싶다. "'벌새'가 끝나고 이제 은희 얘기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얘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쟁의 폐허가 남긴 여성의 일상을 다룬 역사 영화, 여성의 시각에서 역사를 다룬 SF 영화를 해보고 싶다. 지금껏 얘기되지 않은 결의 목소리를 다루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로서는 당연히 여성의 눈을 고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눈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생물학적 여성의 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예술을 하려면 남자들도 상징적인 의미로 여성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 전체를 다루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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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전세계 영화제 25관왕을 석권한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8.20. chocrystal@newsis.com

실제로 최근 여성의 눈으로 그려낸 여성 감독들의 작품들이 다수 개봉됐다. '우리집'(감독 윤가은), '밤의 문이 열린다'(감독 유은정), '메기'(감독 이옥섭) 등이다.

김 감독은 "여성 영화를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너무 기쁘다. 작년에 부산영화제에서 정말 많은 여성영화가 틀어졌다. 거의 처음있는 일이다.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해다. 과거에는 많은 해외 영화제들이 백인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다른 (여성) 영화들도 많이 지지하고 보러와 줬으면 좋겠다. 여성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져, 들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비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29일 개봉하는 '벌새'는 책도 함께 나온다. '벌새'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책으로도 벌새를 만나볼 수 있다. 책에는 '별새'에 대한 비평, 영화에서 시간상 들어낸 시나리오 부분, 에세이가 담겼다. "처음하는 장편 개봉이라, 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행사, 인터뷰 등 준비해야 되는 게 참 많다. 개봉과 동시에 책이 출간된다. 둘 다 많은 사랑 부탁한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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