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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그린 공간'도 조각...故 프레드 샌드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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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23 15:49:52
갤러리현대 유족과 협업 '오방색'전, 10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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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프레드 샌드백(Fred Sandback)Untitled (Sculptural Study, Six-part Right-angled Construction)_갤러리 현대 제공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검정실이 전시장에 그림을 그렸다. 천정에서 바닥으로 수직과 수평으로 내려지자 입체감, 공간감이 살아난다. 그러나 윤곽만이 존재한다.

물감도, 나무도, 스테인레스도 아닌, 오로지 가느다란 실로 만든 공간, 이것도 작품일까?

작품 맞다.

미국 조각가 프레드 샌드백(1943-2003)의 일명 '실 조각'이다.미국의 전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알려져있다.

화가가 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공간에 색색의 실을 수평과 수직 또는 대각선으로 길게 설치하여 이차원과 삼차원을 오가는 기하학적 형태의 실 조각을 탄생시켰다.

1966년 예일대학교에서 철학과 조각 전공, 1969년 조각으로 예일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1978년 뉴욕현대미술관과 P.S.1현대미술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1981년 뉴욕의 디아미술재단의 후원으로 매사추세츠 주 윈첸던의 옛 은행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딴 프레드샌드백미술관을 개관, 1996년까지 운영했다.'실 조각'은 2007년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픽-업 스틱’ 연작이 출품되기도 했다.

'실 조각' 초기는 철사, 고무줄, 밧줄 등으로 제작했다. 부피와 경계가 명확한 정육면체나 직육면체의 구체적인 다각형 조각이었다. 이후 점차 아크릴 실을 사용해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무한대로 확장하는 듯한 추상적 조각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실 조각은 윤곽만 존재하는 것처럼 최소한의 부피와 무게로 이루어져 있지만, 공간 속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만 든다.

단순한 외양과 달리, 마법을 불린다. 보는 이의 움직임과 공간의 구조에 따라 시시각각 자태를 바꾸는 가변적인 성질 때문에 관객에게 매우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과 공간, 작품과 관객, 관객과 공간, 그리고 공간과 시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강조했던 그는  “한 줄의 실은 선 이상을 의미한다. 단순히 하나의 면을 이룰 뿐 아니라 자신의 경계선 밖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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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실 조각' 프레드 샌드백 개인전이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이는 프레드 샌드백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오방색'을 주제로 내건 전시는 프레드 샌드백 유족(Fred Sandback Estate)과 협업해 선보이는 첫 전시다.

한국에서 프레드 샌드백의 전시가 몇 차례 열린 바 있지만, 작가로 데뷔한 대학원 시절부터 말년의 대형 작품까지를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개인전은 처음이다.

전시 제목 '오방색'은 한국에서의 역사적 개인전을 기념하고, 갤러리현대와 프레드 샌드백, 그의 작품과 한국 관객과의 특별한 ‘만남’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족과 갤러리는 그의 다채로운 색색의 작 품 중에서 오방색에 속하는 청, 적, 황, 백, 흑색의 실과 고무를 활용한 조각과 드로잉을 집중적으로 선택해 소개한다. 두가헌에 한시적으로 설치된 작품을 포함해 총 29점을 선보인다. (실 조각 19점, 드로잉 및 판화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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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Fred Sandback_Untitled (Vertical Corner Piece)[LLR]

1층 전시장에 프레드 샌드백의 시그니처인 ‘코너’ 작품이 있다. 그가 자신의 조각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보행자 공간(pedestrian space)’이라는 개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면과 면이 만나 구축되는 건축적 장소인 코너에 자신의 얇고 투명한 조각을 설치함으로써, 코너에 내재한 공간의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시절에 제작 한 초기 작업 중 하나로, 동일 연작 중 한 점이 독일 뒤셀도르프 콘라드피셔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 인전에 출품된 바 있다.

2층에서는 샌드백의 ‘조각적 연구’를 볼수 있다. 벽면에 걸린 1996년경 작품 'Untitled(Broken Line Polygon)은 뉴욕 작업실에 오랫동안 걸려 있던 다각형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외부에 공개됐다.

흰색 실에 검은색과 노란색 아크릴 물감을 교차하며 칠한 후에 5개의 꼭짓점을 찍어 벽에 설치했다. 다른 조각처럼 공간적인 착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색의 대비 효과가 관객의 시각을 자극한다. 작가가 실에 직접 채색을 한 희귀한 작품이라는게 갤러리측의 설명이다.

전시장 곳곳에서 프레드 샌드백의 드로잉과 판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실 조각 외에도 드로잉, 판화, 나무 양각 작업을 꾸준히 병행했다. 드로잉과 판화 작품은 평면적인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실 조각처럼 2차원과 3차원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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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프레드 샌드백, 두가헌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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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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