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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칼럼] 서해순, 우병우, 조국 : 의혹의 기정사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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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31 08:10:02  |  수정 2019-08-31 15: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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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사회부장



【서울=뉴시스】김호경 정치부장 = # 서해순

2년 전인 2017년 8월30일, 가수 김광석 타살 의혹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이 극장에서 개봉됐다. MBC 출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영화를 통해 서해순씨가 패륜으로 점철된 희대의 악녀임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신뢰도 높은 베테랑 중견 언론인이 남편은 물론 딸까지 죽인 용의자로 서씨를 단정적으로 지목하자 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이 기자는 유기치사·소송사기 혐의로 서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국회의원까지 대동한 기자회견에서 서씨를 '악마'라고 지칭했다. 또 "살인 혐의자가 백주대로를 활보하며 음원 저작료를 독식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검증은 없이 의혹만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난무하면서 댓글에는 저주와 욕설투성이의 악플이 수백, 수천 개씩 도배질을 했다. 국민 가수의 느닷없는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진실로 여긴 대중은 폭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기사나 칼럼에도 마찬가지였으며, SNS 상에선 의견이 다른 시민들 간 날 선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경찰은 두 달여간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수사를 벌인 끝에 서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은 '수사 결과를 못 믿겠다' '물증이 없을 뿐 서해순이 범인' '이상호 기자를 응원한다' 일색이었다. 이 기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기자의 팩트는 죽이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지난 5월 이 기자와 고발뉴스가 서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마녀사냥의 광풍은 사그라들었지만 서씨는 이미 사회적 매장을 당한 뒤였다.

# 우병우

지난 2016년 7월 조간 1면에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넥슨, 5년 전 1326억원에 사줬다' '진경준은 '우병우-넥슨 거래' 다리 놔주고, 우병우는 진경준의 '넥슨 주식' 눈감아줬나'라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가 소유하고 있던 강남역 부근 부동산이 안 팔려 골칫거리였는데 이를 김정주 NXC(넥슨 지주 회사) 대표의 넥슨코리아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이 부동산 거래를 김 대표와 친한 진경준 전 검사장이 주선해줬고, 대신 우 수석은 진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을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우 수석과 진 전 검사장, 넥슨 측 반론은 기사에 없었다.

이 기사는 여론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주요 언론들이 우 수석 관련 비리를 집중 취재하면서 아들의 운전병 '꽃보직' 외압 의혹, '정운호 게이트'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몰래 변론 의혹, 가족회사 '정강' 설립을 통한 횡령·탈세 의혹 등 개인 비리가 매일 신문 1면에 무더기로 보도됐다. 우 수석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하면 할수록 언론과 여론은 이를 오리발이나 뻔뻔한 거짓말로 치부했다.

그러나 검찰의 장기간 수사에도 우 전 수석이 이들 의혹 사건에 실제 관여했다거나 어떤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고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족회사나 처가의 땅 문제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아내가 벌금 500만원, 장모가 벌금 200만원을 각각 1심에서 선고받았을 뿐이다. 넥슨과의 부동산 매매 관련 보도에 대해 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은 우 전 수석 처가보다 넥슨 측에 실질적인 필요성이 컸고, 실제 계약 체결에서도 넥슨이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매매대금 역시 협상을 거쳐 적정하게 결정됐고, 그 과정에 우 전 수석이나 진경준 전 검사장이 관여할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신문 1·2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으며 이는 2심 선고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개인 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도 어쨌든 이들 기사가 국정 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됐으니까 상관 없는 걸까.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복무한 원죄가 있고 세 번째 영장 청구만에 마침내 구속돼 국정 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가 됐으니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걸까.

사실 우병우-넥슨 부동산 거래 사실은 조간 보도가 나오기 사흘 전에 이미 뉴시스 사회부에서 강남역 일대 부동산 업자들과 넥슨 측 입장까지 취재를 다 마친 상태였지만 보도는 보류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 기사의 본질이자 핵심은 진경준 전 검사장이 중간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가 였는데, 팩트 없이 그냥 이런 의혹이 있다고 터뜨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종 욕심을 억누르다 결과적으로 눈 뜨고 낙종한 셈이 됐지만,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필자와 현장 법조팀 기자들이 추가 취재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 보도의 기본과 정도 차원에서 옳았다고 믿는다.

우 전 수석은 결국 우후죽순 같던 개인 비리 의혹들 대신 '국정농단 방조'와 '불법 사찰 지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6개월과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 조국

우병우처럼 현직 민정수석은 아니지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민정수석을 마치자마자 무수한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9일 개각 이후 수만 건의 관련 기사들이 홍수를 이루는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정보를 취사선택해 댓글로, SNS로, 술자리 이슈로 저마다 자기 생각을 표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심해 지인들끼리, 가족 간에도 다툼이 벌어져 얼굴을 붉히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하는 중이다.

조 후보자 의혹은 맨 처음 대두된 사노맹 관련 이력에서부터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채무 관계를 비롯해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산적해 있지만 여론 악화의 기폭제이자 뇌관은 역시 딸의 입시를 둘러싼 각종 추문이다. 심지어 '제2의 정유라' '고려대판 정유라' 라는 식의 규정이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할 정도다.

정유라 입시 비리는 현직 대학 총장과 학장, 입학처장, 면접위원들과 담당 교수들이 공모해 벌인 가히 스펙터클한 사기극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학 당국의 조직적 결탁 속에 입학이 이뤄졌고 그 뒤에도 대리 수강, 대리 시험, 학점 조작 등 온갖 학사 비리가 총망라돼 최순실씨는 징역 3년,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은 징역 2년, 김경숙 전 신산업융학대학장도 징역 2년,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징역 1년6개월, 그리고 여러 교수가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조 후보자 부녀가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못지않거나 더 심하다고 인식한다.

이처럼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며 비난과 야유, 냉소와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상당수 여론의 기류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예단이 고착화해 나중에 조 후보자와 딸을 둘러싼 의혹이 무혐의나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의혹 자체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맹렬하게 불신할 태세다. 이에 맞서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들의 움직임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현재의 극과 극으로 양분된 여론은 지나치게 과열돼 있다. 아직 객관적으로 정립된 팩트와 인과관계는 충분치 못한데 해석과 논평은 차고 넘쳐 연일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는 양상이다. 의혹 단계에 머물고 있는 여러 가정과 추측을 지나치게 맹신하다 진실과는 다르다고 판명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숱한 전례에 비춰 열어둘 필요가 있다. 서해순과 우병우가 아무리 미워도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조 후보자 딸 조모씨의 이미지는 실력도, 노력도 없이 기득권 부모의 '빽'으로 부당하게 명문대에 진학한 '제2의 정유라'다. 그러나 조씨가 고교 재학 때나 고려대 재학 시절 교과·비교과 활동 모두에서 매우 성실했고 성적이 상위권이었다는 증거와 증언도 적지 않다. 조씨가 외고에 '정원 외 특례',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고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일반전형에 응시해 필기시험 및 구술면접을 보고 합격했다는 증언도 여럿 나왔다.

'황제 입시전형' 특혜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여러 반론이 존재한다. 조씨가 고대에 필기시험도 안 보고 들어갔다고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분노했는데, 2010년도 수시 1차 5개 전형 가운데 필기를 보는 전형은 아예 없었다. 조씨가 치른 세계선도인재전형 200명을 포함해 5개 전형 850명 중 아무도 필기를 안 봤다는 것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전원 입학 과정도 비슷하다. 애초에 전형에 없는 필기시험 대신 다른 응시자들과 동일하게 각종 성적 제출과 서류 전형, 면접을 통해 선발됐다.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논문 1저자'의 경우, 총 6페이지에 참고문헌 빼면 3페이지 분량인 이 소논문에서 필요한 1차 자료(primary data)는 이미 확보돼 있는 것이었고, 책임저자(지도교수) 지도하에 2차 자료 분석 일을 맡은 조씨가 1저자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가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해당 논문에는 조씨를 포함해 공동저자 5명에 책임저자 1명, 총 6명이 참여했으며 일반적으로 논문의 저자로 인정되는 건 책임저자다.

물론 이와 다른 견해도 많다. 아무리 분량과 내용이 소략해도 논문인데 1저자를 고등학생으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견은 엇갈릴 수 있다. 중요한 건 전문가들 사이에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판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점은, 외부의 논란이야 어쨌든 1저자를 결정한 건 지도교수이자 책임저자인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라는 사실이다. 해당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논문 저자를 정하는 데 있어 조 후보자 일가가 어떤 특혜를 요구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근거는 없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조씨가 고려대에 입학했던 2010학년도 입시 즈음, 고교생 이름을 대학 논문 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이를 '이력'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당시 특목고생들이 활용한 하나의 입시 전략이었다. 당시 과학고 등 학생들이 학위논문이 아닌 '소논문'에 이름을 올려 수시전형을 대비한 스펙을 쌓는 일이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뉴시스 8월24일자 <입시전문가들 "특목고 논문, 10년 전 유행 대입 스펙"> 기사 참조.)

조씨의 고려대 자기소개서에는 단국대 논문과 관련해 "단국대학교 의료원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쉽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되었으며"라고 단 한 문장 포함돼 있다. 논문을 첨부한 것도 아니고 내용을 소개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어떤 논문인지 제목도, 1저자라는 언급도 일절 없다. 당시 입시에 결정적이었다거나 비중 있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시 전문가들 의견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가령 20년차 입시 전문가인 김호창 업스터디 대표는 조씨가 이름을 올린 논문과 고대 입학과는 아무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언한다.

또 하나 시민들 가슴에 불을 지른 불씨는 장학금이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받은 장학금은 교내 장학금이 아니라 학점과 무관하게 지도교수가 2013년 개인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던 외부 장학금이었다. 조씨는 1학년 1학기 때 유급됐다가 한 학기가 지나 다음 해 다시 1학년으로 복학했을 때 이 돈을 지원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 낙제하고도' 받은 게 아니라 두 번째 낙제 뒤 장학금이 끊겼다.

직접 과외해서 용돈을 벌어 지냈다는 20대 학생 입장에서 한 학기 200만원, 한 달에 33만원꼴의 돈이 요긴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씨가 외부 장학금을 받은 행위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각자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장학금을 달라고 조 후보자나 조씨가 청탁 또는 영향력 행사를 했다는 사실이나 증언은 나온 게 없다. 지도교수가 조 후보자에게 미래의 어떤 보답을 기대하고 그 딸에게 알아서 선심을 썼다면 역시 금수저 위력이 대단하구나 지켜보는 이들로서 울화가 치밀 수 있겠지만, 이건 본인이 내심을 실토하지 않는 이상 증명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 후보자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학교 당국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핵심적인 사안 몇 가지만 짚어봤는데, 조 후보자와 딸을 둘러싼 의혹들이 아직은 그들의 작위를 단정할 수 없거나 불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조국 일가가 가진 사회 자본, 상징 자본에 박탈감을 느낄 순 있다. 다수 국민이 당혹해하거나 일거에 분통을 터뜨리게 된 건 아무래도 조 후보자의 그간 공적 발언들에서 기인한 괴리감 때문이라는 측면도 크다. 팩트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국민 정서'나 '위화감'이 공인을 평가할 때 정당하게 여겨지고 나아가 대세가 되곤 하는데, 조 후보자가 '강남 좌파'의 대명사라는 점도 그런 정서에 더욱 부채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분명한 의혹들이 쓰나미같이 나라를 휩쓸며 사회적 피로도가 극으로 치닫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영 논리에 따라 배신감에서 비롯된 상처와 환멸 또는 상대편을 향해 더욱 날카로워진 증오와 적개심을 나날이 대책 없이 키우는 대신 반증과 이견들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두고 '엘리트의 위선'이니 '중산층의 위선'이니 '촛불의 분열'이니 다양한 해석들이 어지럽게 나오지만 그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토대가 허약한 상태에서는 공허한 담론에 그칠 뿐이다. 월터 리프먼은 "우리는 먼저 보고 나서 정의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정의를 먼저 내리고 나서 본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는데,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이제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난립한 주장들을 최대한 질서 있게 정렬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편을 향해 역지사지를 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관해 넥슨 부동산 거래 의혹을 필두로 각종 개인 비리 의혹이 줄을 잇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뭐라고 했을까. 조간 첫 보도가 나온 뒤 1주일 사이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 대변인들 발언은 다음과 같았다.

"신문 1면에 각종 의혹 기사가 실리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이것이 정치공세와 국정 흔들기라고 주장하시겠나?" "자녀병역, 처가 부동산, 세금탈루, 인사전횡 등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낙마감." "이쯤 되면 의혹 백화점,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 수석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알고 있듯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들은 야당의 폭로가 아니라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연히 '정치공세' '국정 흔들기'는 애당초부터 맞는 말이 아니었다." "도덕성과 자질이 의심되는 의혹들을 사고 있으니 즉각 해임돼야 한다." "자리에서 물러나 성실하게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설사 해명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합당한 태도."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논평·브리핑을 검색해보면 당시 이런 발언과 논평들이 숱하게 등장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민정수석이 어떤 불법·탈법 또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했는지 아무것도 제대로 확인된 게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제기된 비위 의혹만으로도 직무 수행이 부적절하다며 즉각적인 사퇴와 대통령의 조치를 요구했다. 지금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방식과 아주 판박이다. 이런 데자뷔는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의혹만으로 비리를 기정사실화해 사퇴를 촉구하는 정치 공세의 악순환이 여야 공수만 바뀌어 매번 되풀이되는 행태도 이제 중단할 방법을 협의해야 한다.

언론에서 '객관주의'는 일반적으로 보도에서 의견과 사실의 분리, 그리고 사실을 편견 없이 전한다는 보도 태도이고 '불편부당주의'는 어느 한쪽의 견해나 주장에 치우침이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도하거나 논평한다는 원칙이다. '진실성'은 보도가 정확성과 함께 완전성(부분적인 사실의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전모를 밝혀주는 종합정보의 제공)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 '적합성'은 보도와 관련된 사안들의 선정이 일관되고 정직하게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가리킨다. 어렵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언론의 덕목인데 조 후보자 관련 무수한 보도들이 여기에 얼마나 부합했는지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제 아수라장 같던 공론의 장을 정돈하고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다.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여야 입장이 조율되면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주시하자. 의원들의 집요하고 날카로운 질의와 후보자 측의 최선을 다한 방어를 통해 사실관계와 정황이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되면 국민들은 그때 최종 판단을 내려도 늦지 않다. 제대로 해명이 안 되고 주요 사안에서 부도덕이나 거짓이 드러나면 조 후보자가 깨끗이, 신속하게 사퇴해야 함은 물론이다. 조국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

hkkim520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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