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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열 “이런 일이 있다니,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등록 2019.08.31 15:34:39수정 2019.09.02 08: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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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FM ‘유열의 음악앨범’ 13년 DJ

가수 겸 뮤지컬제작자

유열

유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삶 속에 숨어 있던, 기적 같은 선물이네요.”

역대 멜로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속 “오늘 기적이 일어났어요”라는 대사와 겹쳐지는 순간, 가수 겸 뮤지컬 제작자 유열(58)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배우 정해인(31)·김고은(28) 주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유열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사회에 참석하고 무대인사도 한 그는 “‘이런 일이 있다니’라며 관객들 앞에서 감탄했는데, 정말 이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가제였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인연, 삶과 함께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영화 제목 결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초고 시나리오를 쓴 작가 이숙연씨의 덕도 있다. 그녀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메인 작가를 6년 안팎 했다. KBS 쿨 FM을 통해 방송된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0월1일 시작, 2007년 4월15일까지 13년 간 방송됐다.

라디오 첫 방송인 1994년 10월1일은 영화 속에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처음 만난 날이기도 하다. 영화는 대단하지 않지만, 누구나의 삶에서 빚어지는 소소한 기적을 그린다. 누군가의 운명과 인생을 바꾸는 순간들.

유열에게도 이 영화가 기적처럼 찾아왔다. 그는 지난 2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공백기를 보냈다. 가수, 방송 활동은 물론 뮤지컬 제작도 멈추고 안식년처럼 보냈다.

“작년에 아내, 아들과 함께 제주도 시골 돌집을 빌려서 살았어요. 그러다 작년 봄에 영화를 제작한다는 연락을 받았죠.”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에서 다룬 시간은 유열에게도 소중한 나날들이었다. “젊은 날의 제일 귀한 추억”이라고 돌아봤다. “그 빛났던 시간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제목에까지 제 이름이 들어가니 정말 ‘놀라운 선물’이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지난 2년 간 삶을 돌아보니, 너무 달리기만 하다가 놓친 것이 많다고 했다. “제 의지로 사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부끄럽기도 하더라고요. 지난 2년 간 가족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고, 영화도 선물처럼 다가왔죠.”

유열은 이 선물을 자신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과거의 시간이 지금의 시간과 연결됩니다. 그 시간이 사람들의 인연을 연결시키고요. 다양한 공간과 사연이 그렇게 얽히는 것이 짜릿해요. 과거의 시간들이 여전히 우리 삶에서 빛나는 거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의 과거의 시간은 빛나죠.”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우리가 보낸 모든 시간들이 위대하고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고 봤다. “그래서 오늘, 바로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도 해주는 것 같아요. 이 순간들이 미래에도 소중하게 빛나며, 힘을 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 그런 시간들을 오롯이 잘 담아준 이숙연 작가님, 정지우 감독님, 영화사 대표님들, 해인씨와 고은씨를 비롯한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영화는 또 라디오, 음악의 소중함도 깨닫게 한다. 음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나 듣고 싶은 노래를 듣는 지금은, ‘음악이 귀하다’는 생각이 덜 든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듣고 싶던 음악이 나오는 순간, 재빨리 녹음 버튼을 누르고 빈 카세트테이프가 그 노래를 녹음하는, 아날로그 소리를 가만히 듣던 옛날에는 음악이 귀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핑클의 ‘영원한 사랑’, 루시드 폴의 ‘오 사랑’,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가 울려 퍼질 때, 지금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곡들이지만 새삼 설레는 이유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좋은 음악을 통해 DJ와 청취자들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유열컴퍼니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유열컴퍼니

유열은 “영화를 통해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이 뿌듯하다고 말씀하는 청취자들을 만나면 저 역시 뿌듯해요. 얼마나 벅차던지”라며 웃었다.

유열은 영화가 개봉한 8월28일 당일 ‘다섯손가락’ 이두헌이 작곡한 ‘내 하나뿐인 그대’를 발표했다. 두 사람은 성경공부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데 그가 아내를 생각하면서 쓴 곡이란다. 유열은 자신, 이두헌과 가까운 목사의 아들 결혼식 때 이 곡을 축가로 불렀는데 하객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음원으로도 꼭 발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가 유행인데 ‘유열의 음악앨범’과 아날로그 정서가 담뿍 담긴 ‘내 하나뿐인 그대’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유열은 “정직하고 솔직한 정서가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유열은 198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2005년 KBS 가요대상에서 올해의 가수상 등을 수상했다. 2000년대 중반 공연제작사 유열컴퍼니를 설립, 뮤지컬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특히 ‘브레멘 음악대’는 어린이를 위한 작품임에도 고퀄리티의 뮤지컬로 인기를 누렸다. 다만 어린이뮤지컬이어서 티켓값을 높게 받지 못하니 수익은 마이너스라 다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영화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렇고 ‘사람의 힘’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무엇을 하든, 귀중한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소중한 마음으로 아끼고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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