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비건, 그 용기와 고통···'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거야?'

등록 2019.09.02 14:18:0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비건, 그 용기와 고통···'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거야?'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거야'는 프랑스 작가 마르탱 파주가 비건으로 사는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집이다. 비거니즘의 정의와 역사, 비건 채식 방법과 영양학적 문제, 비건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사람들과 논쟁하고 대처하는 법, 일상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방법 등이 담겼다.

비건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지테리언의 앞뒤 글자를 합성한 말이다. 이 말이 탄생한 지 75년이 지났지만, 비거니즘은 최근에 등장했다.

채식주의자도 채식의 정도나 단계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동물성 식품 중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세미 베지테리언, 동물성 식품 중 어류는 먹지만 육류는 먹지 않는 사람은 페스코 베지테리언, 동물성 식품 중 달걀과 유제품은 먹지만 육류와 어류는 먹지 않는 사람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유제품 외에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사람은 락토 베지테리언,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고 채소와 과일만 먹는 사람은 비건이라 부른다.

비거니즘은 채식주의자 중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에,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제품을 거부하고 동물권을 주장하는 철학적 개념이 덧붙은 말이다. 인간이 입고 먹고 즐기기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명 사상이자 행동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육식보다 채식이 몸에 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류 독감, 구제역, 항생제, 달걀 파동 등 집약식 축산업의 폐해도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치맥'을 세계에 유행시킬만큼 식생활 중 육식이 압도적으로 높다. 채식은 균형 잡힌 식사가 아니라 채소에 편중됐다는 인식이 높고, 채식주의자는 예민하고 극단적인 사람이라는 평도 나온다. 반려동물 수는 계속 늘어나지만 여전히 채식과 동물권 관련 인식이 부족하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고기는 먹고 싶은 인지 부조화가 발생하는 이유다.

저자는 비건으로 살면서 보이지 않던 문제를 깨닫는다. 비건으로 살아가는 과정이 수많은 지식을 얻는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여정이라고 고백한다. 채식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고, 얼마든지 맛있을 수 있으며 육식을 혼용하는 것보다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비건이 되는 것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도 이 땅에서 살아가도록 자리를 내주고, 더불어 사는 삶의 한 방법이자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친환경적인 문명으로 바꾸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비건이 되기까지 겪은 심리적 갈등, 편견과 조롱에 맞서며 비건의 길을 걷는 저자의 경험을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풀었다.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채식 관련 고정관념을 바로잡는다. "비건으로 살려면 꽤 용기가 필요하고 힘들 때도 많다"면서도 "수도자처럼 사는 건 절대 아니다. 비건이 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역설한다. 배영란 옮김, 336쪽, 1만4500원, 황소걸음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