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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멈출 수 없는 이웃···'한국과 일본, 2000년의 숙명'

등록 2019.09.02 14: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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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멈출 수 없는 이웃···'한국과 일본, 2000년의 숙명'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한쪽이 물러선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2010년 3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영토 도발, 지난해 12월 초계기 근접 비행 도발, 올해 7월 우리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한 경제 침략으로 현재까지도 일본 제품 관련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일본은 우리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일까.

국권침탈 100년을 맞아 2010년 KBS가 방송한 특별 역사 다큐 5부작 '한국과 일본'을 책으로 묶었다. '한국과 일본, 2000년의 숙명'이다. 백제의 문물 전파로부터 일본의 국권침탈까지 2000년 한·일 역사를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 총 5가지 키워드로 집약했다.

1장에서는 한반도에서 건너가 고대 일본의 1인자가 된 소가씨가 645년 천황이 있던 어전에서 살해당한 미스터리로부터 그의 죽음이 어떻게 한반도와 연결돼 있는지 알아본다. 2장은 여몽 연합군의 일본 정벌로 시작된 적대 관계를 다룬다. 3장에선 당대 최고의 대일 외교관 신숙주의 유언에 따라 조선은 어떻게 적대 관계였던 일본과 공존하며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 4장은 이양선으로부터 들어온 조총을 받아들인 일본에게 성리학에 몰두했던 조선이 참혹하게 유린당하면서 짧은 평화가 어떻게 저물었는지 보여준다. 5장에서는 메이지유신으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며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조선이 강제 병합되는 과정을 성찰한다.

16세기 이후 일본은 자신들의 내부 위기를 한반도 정벌론으로 해소해 왔던 전력을 반복하고 있다. 30년 장기 경제 침체와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배제에 따른 정치적 위기감 해소가 그 이유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조선의 강제 병합과 태평양전쟁을 주도했던 19세기 정한론자들의 후손이 오늘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극우 세력임을 상기하면 그들이 왜 한사코 한일 강제 병합, 강제 징병 및 징용, 종군 위안부를 부정하며 도발을 멈추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1948년 도쿄 전범 재판에서 면죄부를 부여받은 이들 세력이 현재 일본의 주요 정치·경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5세기 역사에 주목한다. 신숙주의 유언인 '원컨대 국가에서 일본과 화친을 끊지 마소서'에 따라 제포, 염포, 부산포에 왜관을 설치, 왜구들이 해적이 아닌 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길을 열어 공존의 모범을 보여줬다. 독도 도발이 한창이던 2011년 3월 우리는 일본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일본에 자원봉사는 물론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미움과 증오, 대립과 갈등의 역사가 있던 양국은 소통을 멈출 수 없는 숙명의 이웃이다. 양국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은 유한해도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민족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역사 다큐 특유의 기행 형식으로 구성해 몰입감을 높였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자문을 담당한 손승철 교수(한일관계사학회 회장)는 "이 책은 단편적 사건에 머물지 않고 문화를 주고받던 이웃에서 국권을 강탈한 원수가 되기까지의 소통과 대결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기획한 성과물"이라고 평했다. KBS 역사스페셜 장영주 전 책임 프로듀서는 "애증의 한일 역사 2000년의 재구성이라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 작업은 꼭 필요하다"며 "과거 반복된 역사의 패턴을 기억하면 미래를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264쪽, 1만5000원, 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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