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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지식과 예술의 모든 것, 모교 연세대로···유족 기증

등록 2019.09.02 12:15:51수정 2019.09.02 15: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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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5일 개막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

손톱같은 단풍숲

손톱같은 단풍숲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마광수 교수 유작 기증 특별전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가 5일 연세대학교 박물관 1층 미술전시실에서 개막한다. 유족이 기증한 유화, 서양문인화 30여점을 공개한다.

“육필원고와 시를 통해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시에서 착상을 얻어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마광수 교수의 화가로서의 삶을 알려내는” 전시회다.

‘어둠속의 키스’, ‘하얀 달빛’, ‘손톱 같은 단풍숲’, ‘그리움’, ‘사랑’ 등 대표회화를 비롯해 판화, 도자기도 마주할 수 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는데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는데도

‘어려운 책은 못쓴 책’, ‘거꾸로 본 세상은 아름다워’, ‘태양도 수많은 별 중의 하나’ 등 촌철살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나온다. 시인의 관조와 희구, 비탄과 달관의 독백적 언어로 이뤄진 그림들도 있다.

미술평론가 정목일은 “마광수의 그림은 표현양식의 독특함, 문학적 사유의 조형화, 개성적인 광채로 빛난다. 문자언어로 ‘쓴다’는 것과 달리 조형언어로서 ‘그린다’는 행위에서 오는 새로운 표현방식의 즐거움과 이로 인한 카타르시스 해소가 특징”이라고 봤다.

태양도 결국 수많은 별중의 하나

태양도 결국 수많은 별중의 하나

생전 마광수의 집필실 겸 주거공간도 전시회장으로 들였다. 책무덤을 쌓아놓고 잠을 청했을 정도로 사랑한 장소다. 마광수의 물품과 책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연출한 방에 올린다.
 
육교 위에서

육교 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김소연은 “오랫동안 마 교수의 책을 진행했던 담당편집자가 내게 보내준 여러 장의 사진을 보고 일러스트를 그렸다. 지그시 사진 속의 방을 들여다보니, 마 교수의 심리적 고뇌가 느껴지더라. 원래는 가운데 창가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생략했다. 한 컷에 담아내기가 힘들어서다. 창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내용이 실제 상황과 동일하다. 이부자리의 동선이 원래는 유리책장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책 틈바구니에서 이부자리요가 아주 타이트하게 놓여 있더라. 누워서도 손만 뻗으면 언제든지 책을 집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전시공간은 넷이다. 마광수 약력과 영상(작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다)-작가의 방(상상력의 꽃을 피우다)-그림으로 책을 품다-마광수의 문학과 미술(시·서·화로 대화하다)로 이어진다.

어둠속의 키스

어둠속의 키스

생전의 마광수는 말했다.

“나는 예술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장르가 미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릴 때 내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동심과 같은 즉흥성이다”, “손으로 비비고 문지르며 나이프로 긁어댈 수도 있는 캔버스 작업은 내게 진짜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해줬다”,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 것은 내 작품들이 무슨 재료를 써서 그렸든 모두다 문인화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시 한번 미술이 주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새롭게 실감할 수 있었다. 문법을 따져가며 토씨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글쓰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광수 서가, 연세대

마광수 서가, 연세대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는 12월31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마광수(1951년 4월14일~2017년 9월5일)의 서재와 유품, 그리고 유작은 모두 모교인 연세대에 기증됐다.고인의 장서 1만여권과 유품은 연세대 학술정보원과 고문헌실, 그림 100여점은 연세대 박물관으로 왔다.

고 마광수 교수

고 마광수 교수

연세대는 중앙도서관 3층에 오프라인 컬렉션으로 ‘마광수 개인문고’를 설치, 책 7037권을 학생과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마광수에 관한 인터뷰, 저작, 연재물, 비평이 수록된 정기간행물 969권을 포함한 저널은 학술정보원 보존서고에 소장했다. 연구자들을 위해 기사 색인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고문헌실은 마광수 저서들의 육필원고를 모두 소장했다.

2016년 8월 말, 연세대 외솔관 203호 연구실을 영영 떠나게 된 마광수는 “교수생활은 그리 평탄치가 못했다”고 털어놓았었다.

마광수 지식과 예술의 모든 것, 모교 연세대로···유족 기증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을 냈을 때는(1989) 교수들의 품위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냈을 때는(1992) 소설이 야하다는 이유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긴급체포까지 당하면서 감옥소로 가게 되는 바람에 해직되기도 했다. 그리고 국문학과 동료교수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해(2000) 심한 우울증을 앓을 때는 3년6개월 동안이나 휴직을 하게도 됐다. 또 실형 선고를 받은 전과자라서 정년퇴직 후에도 연금을 못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마광수에게 울타리라고는 연세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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