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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계벽 감독 "영화, 세상을 보는 눈 달라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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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04 11:41:55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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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람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기다. 가족애를 쌓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절과 애정을 베풀 수 있는 때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를 본다면 굉장히 많은 부분을 담고 있다. 화해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사회에 관한 따스한 시선도 있다. 추석 연휴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계벽(48) 감독은 11일 개봉하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차승원(49)이 주연이다. 이 감독은 차승원을 "영화계, 특히 코미디영화를 만드는 사람한테 꿈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너무 인간적인 사람이다. TV에서 보이는 모습과 똑같다. 코미디를 하면서 부성애를 표현해줄 사람이 누구일지 했을 때 자연스럽게 맨처음에 떠오른 배우다. 차승원이 흔쾌히 출연해줘서 정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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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과 예상치 못한 여행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럭키'가 독특하고 신선한 코미디를 추구했다면, 이 작품은 반전의 감동드라마다. 아픔이 있는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휴머니즘을 담아냈다.

차승원은 전매특허 격인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차승원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서 이걸 코미디로 풀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지적장애인 역할이라서 희화화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감독도 같은 마음이었다. "전체적인 영화의 톤을 고민하면서 철수가 희화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갔다. 철수의 행동때문에 웃게 되는 상황을 없애려고 했다. 블라인드 시사회도 했는데, 다들 평이 좋았다. '웃기고 울린다'는 평이 제일 많았다. 코미디가 약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것은 의도했던 부분이다. 전반부 코미디, 후반부 감동 코드의 균형을 잘 조절해서 영화가 힘있게 느껴졌다는 말도 들었다. 그 때 마음이 굉장히 뿌듯했다. 철수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차승원의 탁월한 연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순간 빛나는 표정 같은 게 있다. 그 부분이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것 같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간애와 희생정신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어떻게 영화화할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안전문화재단을 통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소방관들도 인터뷰했다. 이 일이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게 괴롭다고 했다. 이 분들에게는 다시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 아니다. 16년이나 지났지만 그 분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그걸 몰랐다는 사실이 죄송했다.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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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다 듣고 난 다음에는 도저히 이 영화를 포기할 수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전에 갖고 있었던 시나리오를 덮고, 대구지하철참사 이야기를 꼭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로라도 죄송함을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현장에서 대구 시민들의 배려가 빛났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시민들 덕분에 원활하게 촬영했다. 대구 소방서에서도 도움을 많이 줬다. 소방관들이 자세히 이야기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출동을 안 해줘도 되는데, 소방차도 전부 출동했다. 모두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김혜옥(61)에 대해서는 "함께 하면서 '와! 프로'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장면 하나하나 준비할 때 하루종일 준비한다. 미리 와서 현장 분위기를 다 느끼고 난 다음에 연기한다. 배울 점이 많았다."

박해준(43)·엄채영(12)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박해준이 코미디연기를 안 했다. 내가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박해준이 눈치보면서 사는 듯한 부부의 모습을 그려줄 것 같았다. 여러가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역시나 연기를 잘 해줬다. 너무 좋은 사람이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오디션을 거쳐서 샛별을 연기할 배우를 뽑았다. 눈에 띄게 코믹연기를 하는 사람은 엄채영이 유일했다. 전체 맥락까지 파악하고 연기를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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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56)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 연출부에 들어가면서 영화계에 입문했다. '복수는 나의 것'(2003) 조감독을 거쳐 영화 '야수와 미녀'(2005)로 감독 데뷔했다. 영화 '야수와 미녀'(2005) '9시 5분'(2006) 등을 연출했다. '럭키'(2016)로 70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코미디영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감독은 "계속 코미디영화만 했다. 나의 성격이나 성향이 그렇다. 유쾌하게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코미디영화만 만들게 됐다. 앞으로도 코미디영화를 계속 해보고 싶다. 중학교 때 영화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늘 비디오로 영화를 봤다. 코미디영화를 정말 좋아했다"고 돌아봤다.

"내가 2시간짜리 영화를 보면 친구들에게 4시간 정도 영화 이야기를 해줬다. 다들 내 이야기가 재밌다고 했다. 그 때부터 막연하게 영화감독을 꿈꿨다. 부모님에게는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쯤에 연극영화과를 가야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깜짝 놀랐다. 하하. 감독은 영화를 보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열심히 영화를 본다. 그 경험이 계속 쌓이면 영화감독의 역량이 커진다고 본다."

근래 보기 드문 '착한' 영화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를 반복한다. 가족의 의미, 인생의 행복 등을 생각케 만든다.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매번 배워가고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것들이 내가 사는 세상에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번 작품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 영화'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많은 관객들이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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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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