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나랑 언제 잘거니"…女신입 직장 성희롱 충격 실태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9-09-05 16:09:07  |  수정 2019-09-05 16:09:56
청년유니온, 여성신입사원 10명 심층면접조사
개인적 괴롭힘부터, 조직적·환경적 괴롭힘까지
어린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적 상황도 여전
여직원 책상 키보드 유흥업소 명함 놓기까지
"조직 구성원이기 전에 개인의 자존 무너져"
조사 대상자들 "앞으로도 일터는 안 변할 것"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 "어느 날은 (팀장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같이 1층에 내려가는데 '야, 우리 언제 잘래?'라고 하더라고요. 당황해서 '아니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라고 말하니까 '그러지 말고 우리 끝까지 술 마시고 언제 잘래?'라고 했어요."

#. "누가 봐도 화가 나 있어 보여서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까 제가 조퇴한다고 말할 때 '죄송합니다'를 앞에 얘기 안 하고, 뒤에 얘기해서 화난다는 거예요."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신입사원의 사례를 모은 '신입사원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실태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지난 7월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기획된 이번 조사는 만 39세 이하 10명의 여성 대상자에 대해 심층집단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인터뷰 참여자들이 겪은 일터 내 괴롭힘은 ▲트집, 폭언, 말바꾸기, 사생활 침해, 사회적 고립 등의 '개인적·대인간 괴롭힘' ▲업무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반복적인 지적을 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일 관련 괴롭힘' ▲폭력적인 일터문화 조성, 불합리한 업무환경, 감정노동 방치 등의 '조직적·환경적 괴롭힘' 등이 있었다.

특히 이들 사례 중에는 '52시간 시대' 등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퇴근 이후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연락을 하는 상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 조사 참여자는 "주말 중에도 연락을 해야 된다.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연락이 오고, 업무에 대해서 계속 연락이 온다"며 "자기 어디 놀러가서 본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 보낸다. 답을 안하면, 너 왜 대답 안했어?, 너 뭐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욕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성희롱·성차별과 관련해선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성차별적 발언부터, 업무와 무관하게 여성 신입사원에 대해 외모 평가를 하는 발언이나 성적인 모욕을 주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청년유니온은 전했다.
associate_pic
미디어 업계에서 일한 한 조사 참여자는 "시청률 올리려면 여성을 벗기고,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히고, 붙는 옷 입히고 이런 게 당연하고, 그리고 어떤 PD가 이직을 한다든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간다고 하면 여성이 접대하는 술집으로 꼭 간다. 술 따르는 것도 제일 막내 여자 스텝이 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조사 참여자는 "하루는 출근해서 제 자리를 봤는데 키보드 사이에 유흥업소 명함이 끼워져 있었다. 제가 그걸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이게 뭐예요'라고 물었더니 '여대생이니까 여대생 마사지 받아보라고 한번 끼워 놓아봤다'라고 하더라"며 "절대로 화를 내면 안 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서 웃고 넘겼지만, 그 일을 계기로 퇴사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청년유니온은 "일터 내에서 연령이 낮고, 지위가 낮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면서 "신입사원으로 일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또 "(입사 후 고통받다 퇴사를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조직의 구성원이기 전에 개인으로서 자존이 무너지는 과정을 겪는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일하는 청년의 자존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유니온은 조사 참여 대상자들이 "앞으로도 일터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wrcmania@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사회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