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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2' 나온 그 조각 작가 유영호 '그리팅맨'의 요기

등록 2019.09.06 18: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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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서 '오늘의 작가' 초대전 개막

【서울=뉴시스】유영호, <연천 옥녀봉-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 8m x 3m x 0.8m, 폼보드, 알루미늄 주물, 철, 2019

【서울=뉴시스】유영호, <연천 옥녀봉-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  8m x 3m x 0.8m, 폼보드, 알루미늄 주물, 철, 2019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일명 '인사하는 남자', 그리팅맨(Greeting man)을 국내 건물 앞은 물론 세계 곳곳에 선보여 주목받은 조각가 유영호(53)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 미술관에서 선정한 '오늘의 작가'전을 6일 개막, 유영호의 '요기'전을 선보인다.

2004년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선정해 매년 '오늘의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는 전시로, 이미 유명세를 얻은 작가 입장에서는 늦은감이 있다.
【서울=뉴시스】어벤져스2에 나온 유영호의 ‘월드 미러’

【서울=뉴시스】어벤져스2에 나온 유영호의 ‘월드 미러’


 
서울 상암동 D.M.C. MBC 사옥 앞 광장에 세운 일명 ‘Mirror man’이라고 불리는 '월드 미러'가 그의 작품으로 영화 '어벤져스2'(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두 거인이 사각 틀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모습을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가까운 곳을 가리키는 '요기'를 타이틀로 총 3점을 소개한다. 1층 전시실에 '평화의 길', 2층 전시실에 1/200로 축소한 '인간의 다리', 3층 전시실에는 '연천 옥녀봉 - 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을 전시했다.

남북 화해를 통해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의 바람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평화의 길'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두 팔을 벌려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다. 전시작품은 모형인데, 모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 작품에서는 관객들이 마주 잡은 팔 위로 걸어 다니며 주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은 축소모형이라 하지만 전시장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하다.

【서울=뉴시스】유영호, <평화의 길>, 12 x 10 x 3.3(m), 알루미늄 주물, 레진, 우레탄 칼라, 2019 (김종영미술관 1전시실 전시전경)

【서울=뉴시스】유영호, <평화의 길>, 12 x 10 x 3.3(m), 알루미늄 주물, 레진, 우레탄 칼라, 2019 (김종영미술관 1전시실 전시전경)


'인간의 다리'도 마찬가지다. 강 가운데에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이 두 팔을 벌려 다리가 되었다.

'연천 옥녀봉-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은 유영호 작가가 2016년 4월 23일 옥녀봉에 설치한 5번째 '그리팅맨'이다. 당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으로 남북은 곧 전쟁이라도 할 듯 했다.

"미술가로 이런 시국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남쪽 옥녀봉과 북쪽 마량산에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 보고 인사하는 그리팅맨을 세우는 안을 생각했다. 먼저 연천군에 제안했고, 2년 만에 그 가운데 하나를 먼저 옥녀봉에 설치했다.

그러나 마량산은 북녘땅이라 설치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많다.마량산은 6·25동란 중에는 317고지로 불렸으며 1951년 10월 3일부터 8일까지 중공군과 호주군 사이에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진 곳이다.

그는 ‘요기’에 나머지 '그리팅맨'을 세워 이 기획안을 마무리하고자 지금도 연천군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하여 언제 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꿈을 가지고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작가는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낙천적이다. "그 때가 실현되리라 확신하며 어떻게 제작 비용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유영호의 '그리팅맨'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중이다. 현재 국내외에 10점이 세워졌다. 15도로 고개 숙인 채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으로 설치되는 곳마다 '겸손의 미학'을 전파한다. 2007년부터 '그리팅맨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인들과 함께 만남, 공존, 화해와 평화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유영호 조각가

【서울=뉴시스】유영호 조각가


 국내 작가 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방식의 공공조형물 설치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개념 미술을 하다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 공공미술로 장르를 바꿨다. 1991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아카데미 브리프를 취득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화이트 큐브에 진열해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구조를 거부한다.

 작품제작부터 운반과 설치까지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다. 그래서 온전히 자신의 작품을 기증한다. 그가 모든 비용을 감당함에도 작품설치가 완료될 때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린다. 작품을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 관청에 제안해서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제안하고 협의를 거쳐 작품을 제작하고 기증해서 그의 작품은 지역사회가 소유하며 의미를 공유한다"는 취지가 강하다.

김종영 미술관 박춘호 학예실장은 "유영호는 작가로서 시대와 사회의 실존문제를 매우 깊이 있게 살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다"면서 "주류 시스템에 편입되지 않고도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 하는 그는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제3의 길을 가고있는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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