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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노동자 "상품박스에 손잡이 좀 만들어 달라" 호소

등록 2019.09.10 11: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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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갈비뼈 골절 등 고통 호소

"만보기 켜보니 하루 일과 중 3만 걸음"

"중량물 취급으로 다양한 근골격 질환"

"최신 설비 요구 아냐…박스 옆 손잡이"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전국민주노동노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10일 오전 10시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9.09.10. leech@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전국민주노동노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10일 오전 10시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9.09.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 = "간장 5리터짜리 4박스면 15kg, 설탕은 3kg짜리 4~5개가 한 박스에 들어있다. 마트에서 일한 지 7년이 됐는데 허리 디스크로 쉬는 날이면 한의원에 가 치료를 받는다. 진통제를 달고 산다"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재본씨는 10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갈비뼈가 골절되고, 하반신이 완전히 돌아가 수술을 받아야 할 지경"이라며 "박스 손잡이가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검품을 담당하는 장성민씨도 "하루는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일한 적이 있는데 3만 걸음이 나왔다. 검색해보니 한국인 평균이 5755걸음이었다"며 "몸이 멀쩡하다는 게 말이 안된다. 대부분 젊은 남성들로 구성됐지만, 허리·어깨·무릎 어디 한군데쯤은 다 고장이 나있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트노동자들의 고충은 감정노동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아픈 것은 감정만이 아니다. 몸도 아프다"라며 "꼬박 서서 일해서 아프고, 매일 무거운 박스를 나르고 진열해서 아프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만 명의 마트노동자들 중 절반 이상이 중량물 취급으로 인해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명절이 되면 온갖 세트물량까지 들어와서 정말 허리가 휘어져라 일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신설비나 기계적 보조도구를 제공하라는 것이 아니다, 박스 양옆에 손잡이라도 뚫으라는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665조에 따르면 5kg 이상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 취급하기 곤란한 물품은 손잡이를 붙이거나 갈고리, 진공빨판 등 적절한 보조도구를 활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 20여명은 이날 '아프지 않고 일하고 싶다 손잡이를 설치하라', '마트노동자 골병 든다 박스에 손잡이를 설치하라', '더이상 못 참겠다 무거운 박스에 손잡이를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마트노조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지난 5월 진행한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5000여명의 마트노동자 중 56.3%가 통증 정도가 심해 질환자로 의심할 수 있는 자였고, 69.3%가 지난 1년간 실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날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용노동청에 방문해 대형마트 현장 조사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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