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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도 없이 야간작업중 음주차에 사망…대법 "피해자도 잘못"

등록 2019.09.1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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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 켰다면 만취운전자가 조치했을 수도"

등도 없이 야간작업중 음주차에 사망…대법 "피해자도 잘못"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초저녁 도로에서 라이트를 켜지 않고 전선 작업을 하던 중 음주운전 차에 치여 사망한 작업자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 등은 2011년 10월 전북 진안 소재 한 도로에서 일몰 시간이 지난 시각에 전선작업을 하던 중, 만취 운전자가 끄는 무보험차량에 의해 숨졌다.

A씨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DB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A씨의 또다른 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에서 보험금 분담 취지로 절반을 돌려받았다.

이후 한화손해보험은 "A씨가 일몰 시간이 지났는데도 차폭등과 미등을 켜지 않고 공간 확보도 없이 작업 차량을 정차한 과실이 있는 만큼, 무보험차량 사고 보상 책임이 없다"면서 분담한 보험금을 반환하라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A씨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당시 인공조명 없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점등했을 경우 식별력이 현저히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가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긴 했지만, A씨가 차 점등을 했을 경우 작업 차량을 발견하거나 감속했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도로교통법상 차량 우측에 0.5m 이상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작업 차량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점등을 하고 우측 공간을 확보했다면 가해차량이 필요 조치를 하거나, A씨 등이 우측으로 보행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업 차량 과실과 사고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니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A씨 책임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2심은 사고 원인이 음주운전에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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