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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t급 대형선박 '골든레이호' 왜 전도됐나?

등록 2019.09.11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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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t급 대형 선박 전도 사고 흔치 않아…사고 원인 '설왕설래'

선박 평형수 대량으로 빼 복원력 상실, 작은 충격·변침에도 전도

【서울=뉴시스】 8일 미국 남동부 해상에서 전도된 현대 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 (사진출처: 미 해안경비대 트위터 캡쳐) 2019.09.09

【서울=뉴시스】 8일 미국 남동부 해상에서 전도된 현대 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 (사진출처: 미 해안경비대 트위터 캡쳐) 2019.09.09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미국 영해에서 발생한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 전도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종됐던 한국인 선원 4명에 대한 구조작업이 완료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관계당국과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미국 사고조사 당국인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 국가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와 공동으로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한다고 11일 밝혔다. 특별조사부 조사부장 김병곤 조사관을 비롯해 조사팀 4명을 현지에 급파한다.

아직 사고 원인이 분명치 않다. 외부 충돌과 급변침, 평형수 부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전장 199.9m·전폭 35.4m에 이르는 7만t급 대형 선박이 전도되는 흔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 탓에 그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골든레이호는 사고 당시 도선사가 내항에서 외항으로 선박을 운항했다. 도선사는 선박에 승선해 해당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전문 인력이다. 사고가 발생한 '브런즈웍항'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항로다. 보통 수십 년 이상의 선장 경력과 해당 지역 항로를 잘 아는 도선사들이 선박을 운항하는 지역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항구를 떠나는 골든레이호와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과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각에서 골든레이호가 내항으로 진입하는 특정 선박을 피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변침으로 전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은 이유다.

하지만 도선사가 대각도 변침을 하더라도 골든레이호와 같은 대형 선박이 전도되는 일이 흔치 않다는 게 선박업계의 중론이다. 출항 당시 풍속은 8㎞/h 불과하고, 파도도 잔잔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도 사고 원인으로 골든레이호의 평형수 부족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평형수는 선박 밑바닥에 채우는 물이다. 배가 급하게 방향을 틀거나 외부의 충격이 있을 때 바로 균형을 잡아 복원력을 회복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평형수를 다량으로 빼 복원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차량을 선박 상단 데크에 자동차를 대량으로 실을 경우, 선박 아랫부분이 가볍고, 윗부분은 무거워져 급변침을 하거나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배가 전도될 수 있다. 5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거론됐던 평형수 문제와 거의 같은 상황인 것이다.
 
한 선박 전문가는 "7만t급에 달하는 대형선박이 전도되는 사고는 흔치 않을 일"이라며 "운항 항로에 수심이 낮은 곳이 있다면 그 수심을 맞추기 위해 평형수를 다량으로 빼면서 상대적으로 복원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항공기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선박 항해기록장치'(VDR·Voyage Data Recorder)회수 및 분석이 필요하다. VDR에는 사고 당시 상황이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이 침몰하지 않아 VDR 회수 작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VDR 상태에 따라 곧바로 데이터 추출작업도 가능하다. 데이터 추출과 분석에는 최소 2개월에서 10개월 이상 소요된다. 

공동조사팀이 사고관련자 면담조사 및 사고지역 현장조사 결과를 VDR에 담겨있는 항적기록과 선원 간 무선 송신 내역 등과 비교·분석하면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원인 규명까지는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별조사부 조사부장을 맡은 김병곤 조사관은 "이번 사고조사는 사고 발생 연안 국가인 미국 조사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명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된다"고 말했다.

해수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현지조사를 마치면 국내에서 선사의 안전관리 실태 등을 조사하고, 관련국과 상호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사고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지난 8일 미국 영해에서 전도된 골든레이호는 총 톤수 7만1178t의 자동차 운반선이다. 도선사가 함께 승선해 미국 동부 브릭즈윅항에서 자동차 약 4000대를 싣고 출항하던 중 항만 입구에서 선체가 좌현으로 약 80도 정도 선수를 중심으로 가로 방향으로 기우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 미국 해안경비대는 선원 23명(한국인 10명·필리핀인 13명) 중 19명을 바로 구조했다. 기관실에 갇힌 한국인 선원 4명도 사고 발생 41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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