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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는데"…환영받지 못하는 '소셜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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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13 07:34:00
정비사업시 임대주택 일정비율 포함 의무
조합, 사업시행 전부터 임대 둘러싸고 갈등
층수, 동, 시설이용까지…임대만 차별 겪어
"집값 영향 받는데"…임대 둘러싼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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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 2018.02.2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임대물량이랑 조합원 물량을 섞어 인가를 받으려고 했던 조합이 무능하다고 욕을 먹었어요. 아무래도 조합원에게 좋은 물량을 줘야 하는데 임대랑 섞이면 좋지 않잖아요."

서울 마포구의 한 재개발사업장은 사업시행인가 전 조합 내분을 겪었다. '소셜믹스'(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 임대를 함께 조성하는 것) 정책 때문이다. 현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개발 단지는 최대 15%까지 임대주택 물량을 포함시켜야 한다. 임대 동을 따로 만들어 차별하는 일을 막기 위해 섞어서 분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합원들은 조합측이 조합원 몫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조합원들은 관련 조례를 뒤져 조합원 물량을 임대주택 물량과 섞어야 된다는 규칙은 없다는 걸 발견해냈다. 결국 임대주택은 일반분양 물량하고만 섞어 인가를 받았다.

조합원 A씨는 "조합원한테는 우선적으로 좋은 물량을 줘야 하는데 왜 임대랑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느냐는 불만이 있었다"며 "우리 정서에는 임대라고 하면 왠지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올 거라는 선입견이 있고 집값에도 영향을 주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믹스' 정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단지 내 분양과 임대를 함께 조성해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도록 2003년 처음 도입된 정책인데, 취지와는 다르게 갈등만 겪고 있다.

재개발은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5%를 임대주택 몫으로 분양해야 한다. 재건축은 정해진 비율은 없으나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보면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만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임대주택을 포함하지 않을시 정비사업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재개발은 물론 재건축사업장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최대한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하고, 임대주택이 차별받지 않게 여러 규칙을 정해놓고 있지만 조합원 입장에선 집값이나 사회적 인식 문제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도 최근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임대주택 물량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사업장은 기본계획 수립 시 용적률을 상향한 만큼 기부채납을 하기로 했는데, 기부채납 중 상당부분이 교육부지를 구입하는 데 쓰이게 돼 인가를 거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학교 문제로 교육 부지를 조합해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기부채납 중 일부를 교육부지 구입에 쓰려고 했는데 서울시에서 자꾸 다른 핑계를 대며 인가를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지 기부채납을 인정하게 돼버리면 그만큼 임대주택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비용을 대라는 건데 이것 때문에 교육청과 협의도 안 되고 있다"며 "서울시에게는 임대주택이 얼마나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언제까지 사업을 미뤄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시행 전은 물론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아파트는 임대주택에 '딱지'를 붙인 채 분양을 진행했다. 전체 동 중 임대 동만 따로 만들어 짓거나 선호도가 낮은 아래 층수를 분양하는 식이다. 입구나 엘리베이터를 따로 만들거나, 커뮤니티시설 이용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최근 재건축으로 지어진 대규모 단지 임대주택에 입주한 한 입주민은 "경쟁률이 세서 당첨될 땐 여기저기서 축하를 받았지만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 임대는 차별받는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며 "아직은 혼자니까 괜찮겠지만 결혼해서도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셜믹스' 정책을 포기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임대주택 비율을 30%까지 늘리고 재건축도 의무비율을 부여하는 등 오히려 정책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속 중이다.

그러나 임대주택 비율을 확대할 경우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반발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임대주택을 향한 차별적인 분위기도 악화될 우려가 커 임대주택 비율만 늘리는 것이 진정한 '소셜믹스'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한 재개발 조합원은 "같은 아파트 내 같은 평형이라도 임대랑 같이 생활한다고 하면 선호도가 떨어져 집값에도 영향을 받으니 조합이 좋아할 리가 없다"며 "내 돈을 들여서 남의 집을 지어준다는 인식도 있어 시선이 곱지는 않은데 무작정 짓겠다고 하면 해결되는 것이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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