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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로 시각장애 여친 이해하게 됐어요"…가슴 뭉클한 사연들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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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19 05:30:00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봉사가 선물로 다가왔던 이야기 찾는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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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봉선이 행사. 2019.09.16. (포스터=서울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자원봉사센터(센터장 안승화)가 봉사활동 후기를 공개모집한 결과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모였다. 자원봉사 자체가 봉사 대상 뿐만 아니라 봉사자 스스로를 변화시킨다는 점을 알게 해주는 사연들이 눈길을 끌었다.

19일 센터에 따르면 이번 '봉사가 선물로 다가왔던 이야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두영(24)씨는 '이해의 첫걸음'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강씨는 "내 여자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야맹증과 시야 좁아짐 현상이 심해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며 "여자친구는 야외에서 저녁 데이트를 할 때면 옆에서 팔짱을 꼭 끼며 조심조심 걷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이런 여자친구의 행동은 여자친구에 대한 나의 호감을 더욱 자극했으며 나의 눈에는 하나의 매력으로까지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의 연애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강씨는 "여자친구와의 연애가 길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여자친구의 행동에 대한 답답함이 쌓여갔다"며 "결국 나의 답답함은 여자친구가 화장대 위에 둔 립스틱을 찾지 못해 약속시간에 늦었던 상황에서 폭발했다.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자친구와의 큰 싸움으로 번졌다"고 털어놨다.

강씨가 변화한 것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낭독봉사자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강씨는 "안대를 쓰고 다른 봉사자에게 의지하여 복지관에서 봉천역 개찰구까지 왔다갔다 해보는 시각장애인 체험이었는데 이를 통해 그동안 여자친구의 장애를 깊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다른 봉사자가 나를 안내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몇 발자국 내딛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며 서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여자친구가 식탁에 놓인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귀걸이를 잘 찾지 못했던 장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제는 더 이상 눈앞에 있는 물건을 찾지 못하는 여자친구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내가 해왔던 모습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더욱더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며 "낭독봉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결국 끝까지 여자친구의 장애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여자친구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고 결국 헤어지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강씨는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직접 상대방의 입장을 겪어보지 않는 한 상대방을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생각만으로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대방의 입장을 직접 몸으로 겪어본 후에야 비로소 상대방을 이해하는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봉사활동이야말로 다양한 분야에서 상대방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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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공모전 이미지 부문 수상작인 김남규씨의 '세대가 하나되는 봉사활동'. 이 사진은 전국 청소년 사진봉사단체인 '청소년 장기프로젝트'가 실시한 '장수사진' 행사 중 촬영됐다. 청소년 장기프로젝트는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로 장수사진을 촬영하는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2019.09.16. (사진=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제공)
중국 상하이에서 겪은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외국인 대상 안내 봉사를 하는 권현우(34)씨는 '길을 잃고 찾은 나의 새로운 길 그리고 봉사활동, 에스크미'라는 글로 대상을 받았다.

권씨는 2014년 중국 상하이 연수 중 길을 잃었다. 그는 중국어를 못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은 채 밤늦은 시간까지 길을 헤매었다. 그러다 권씨는 우연히 만난 '벤자민'이라는 상해대 학생의 도움으로 호텔까지 무사히 돌아갔다.

권씨는 "2015년 8월 불현듯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깨닫게 됐다"며 "중국 상하이에서 벤자민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나도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드릴 수 있음을, 나는 일본어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영어로 'ASKME', 그리고 '日本語'와 'ENGLISH'가 적힌 목걸이를 제작했다.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적어넣음으로써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말을 걸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권씨는 "에스크미를 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만 4년 간 에스크미를 하며 만난 사람들을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적게 잡아도 1000명은 넘는다"며 "에스크미 봉사활동을 하며 나는 이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세계여행 역시 경험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크미를 하기 전의 나와 하고 나서의 나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단지 에스크미라는 봉사활동이 아닌,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전의 나와 후의 나는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며 "내가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 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내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나는 길을 잃었던 덕분에 새로운 행복과 새로운 봉사활동을 찾았다"고 밝혔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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