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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처럼 충주에 '수련 연못'짓고 작업...박일용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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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16 17:16:15  |  수정 2019-09-16 17:24:34
수련을 둥근 초록색으로 집합 '입체 회화' 변신
4년만의 개인전...인사동 선화랑서 18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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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16일 오전 박일용 작가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선보인 '수련 연작' 시리즈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 그게 바로 녹색의 매력이다"

화가 박일용(58)이 4년만에 신작 '초록 수련'을 선보인다. 풍경화가, 정물화가로 알려진 작가는 구상 화가에서 추상 화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동그란 수련 잎을 모티브로 초록의 원들로 채워진 화면은 싱그러운 활기로 가득하다.

"모네의 '수련'을 뛰어넘을 수 없지만,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

그가 '수련'을 그리게 된 건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덕분이다.

어릴적부터 모네를 좋아했던 그는 현재 모네 처럼 살고 있다. 모네가 1883년 파리 인근 노르망디 지방의 지베르니로 이사해, 지베르니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그리며 평생을 산 것처럼 그도 그렇다.

 2012 년경 충주시 인근 농토를 구입하여 그곳에 정원을 꾸몄다. 허름한 농가 한 채와 농사를 짓는 밭뿐이었던 그곳은 수목과 화초가 만발한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모네처럼 정원에 200여평 연못을 만들었다. 사계절 수련을 감상할 수 있는 연못에 수련을 심었다.

"사실은 지베르니 연못은 안가봤어요. 200평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제 연못도 그 정도 크기입니다. 모네 정원처럼 일본식 다리도 만들었죠."
 
25톤 덤프 트럭에 돌을 싣고 100차 정도 오가며 만들었다는 정원은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했다. 5~6월이면 연못에서 피어나는 수련에 취했다. 그러면서 수련을 평생 그린 모네의 심정도 알 것 같았다고 했다.

캔버스를 들고 나와 수련을 직접 보고 그리며 빛과 산란하는 초록의 색도 깨달았다. 광활한 자연을 현장에서 그대로 담아내는 기쁨은 집착을 없앴다.

"서울서 작업할때보다 오히려 충주에서 작업이 편안해졌어요. 좀 더 용감하게 작업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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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일용, From Nature33 Acrylic on canvas 122x122cm 2019

전업 작가로서 '작품이 안팔리면 어떻게 사나' 하는 공포와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했다. 그래서 1990년 대구은행 달력에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작품이 팔리면서 현실과 타협하고 살았다.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살고 있다"는 그는 충주에 작업 공간을 지으면서 생각이 느슨해졌다. "도시에서 '성공 욕망'에 매달려 각박하게 살아온 생활이 시골에서 여유를 찾았고, 작업에는 오히려 매진하게 되었죠." 

박일용 작가는 계명대학 재학중이던 1984 년 제 3 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에 화려하게 등단했다. 전업작가로 벌써 화업 40 여 년이 되었다. 일관되게 회화의 본질을 자연에서 찾아왔다. 
 
 초기 작업은 인간의 고독이나 낭만과 같은 감정이 곁들어진 ‘고적한 풍경’의 성격을 띠었다. 2000 년대 와서는 자연의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작가만의 붓질과 색채감이 강조된 표현적인 풍경화를 그렸고 특히 2000 년 후반에는 ‘화양연화(和樣年華)’로 명명된 풍경화를 통해 들판에 흐드러진 양귀비의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자태에 주목했었다. 

작가는 ‘판에 박은 듯 그림을 그리는 것은 죽은 예술을 낳는다’는 예술관을 철칙으로 여겨왔다. 사진을 찍듯이 묘사한 기계적인 사경(寫境)을 거부한다. ‘주관적 관찰과 회화적 감각, 심리적 체험’을 통해 체득된 바를 전달하는 표상체계로 여기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19세기 모네를 오마주 했지만 그는 " 이 시대뿐 아니라 그림의 한 축으로 구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시대 어떤 감각으로 그려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모네가 평생 수련한 수련을 넘을 수 없지만, 그는 그 수련을 '초록의 수련 이미지'로 치환했다.
 
그가 제작한 수련 연작 '자연으로부터'는 이제까지의 작업에 비추어보면 가장 파격적인 스타일을 취한다. 철판에 채색을 하여 쌓아올린 부조 작품을 비롯하여 판재를 이용한 것 등이 눈에 띈다. 물론 아크릴을 이용하여 연못의 이미지를 부감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철판이나 보드판을 사용했고, 붓 대신 열로 가열하거나 판재를 오려붙이는 기법등은 그가 기존의 작업패턴에서 벗어나 분망한 실험을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초록색은 화가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색입니다. 잘못쓰면 촌스러워지고 튀고 강렬해 거부감이 있죠."

그래서 그는 초록의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밝고 안정감있는 색을 위해 노란색등을 섞어 활력을 주는 초록의 그 에너지를 가져오기 위해 분발했다. (골덴사의 초록 물감(473 ℓ) 수백통을 쓰자 화구사 주인이 한국에는 없는 드럼통 초록물감을 주문해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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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일용, From Nature1 Mixed Media 178x198cm 2019

 “점, 선, 면, 색채, 질감에서 오는 느낌이 미술의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그걸 가지고 어떻게 화면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죠. 요즘 내 관심은 온통 그것에 쏠려 있죠.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려져 있는 '연 잎'의 평면적인 모습을 좀더 부조적이고 입체적으로 표현해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하고자 했다. 반복되는 동그라미의 집합은 수면 위에 부유하고 있는 수많은 연 잎의 중첩된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지만, 미니멀리즘의 절제된 형태를 취한다.

작품 속에 집합체, 집약적으로 모인 형태와 녹색의 단색조는 연못 위 수많은 연 잎의 모습을 단순화시킨 형상이자 색감이지만 작가는 "자연 자체를 대변하는 또 다른 풍경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빛과 반사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변화를 수련에 담아낸 모네의 '수련'과 달리 박일용의 수련 '자연으로부터'는 그리기를 탈피하고 나온 '입체 회화'로 싱싱함을 전한다.

'누구 하면 어떤 작품'이라는 수식어로 고정될 나이에 또 다시 변화를 시도한 작가는 느긋해 보였다. ‘경쟁’이나 ‘효율성’, ‘속도’와 같은 것들과는 상관없고, 시간을 앞질러갈 뜻도 별로 없어 보인다. 초록의 고요와 활기를 화면에 가져온 그는 '자연과 벗하며 지낼 수 있는 고요한 장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며 유유자적한 모습이다.

"앞으로 수련 연작을 계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변하고 싶어요. 현재도 새로운 재료로 작업을 실험중입니다. 제가 평생 해야 할 일이니까요." 전시는 10월 12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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