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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엘스, 주공5단지 집값 역전…"상한제, 이러다 죽도 밥도"

등록 2019.09.19 0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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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건축 약세 vs 기존주택 강세' 희비 엇갈려

신축 강세가 재건축 상대적 재평가 해석 여지 '우려'

"상승세 확대시 하방경직성↑…정책효과 반감될 수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 엘스 아파트(옛 잠실주공1단지)가 최근 잠실 주공아파트 5단지 집값을 따라 잡는 이변이 발생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불과 1㎞ 거리로, 한강변에 나란히 자리를 잡은 두 단지는 잠실 지역의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를 각각 대표하며 집값을 쌍끌이 하면서도 일정한 격차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예고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재건축 약세, 재고 주택 강세라는 유래 없는 장세로 치달으면서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것과 달리 역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러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엘스 전용 84.97㎡는 지난달 10일 19억원(18층)에 거래돼, 작년 9월(18억5000만원·17층)에 세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2013년(9억원대) 이후 6년 만에 2배가 됐다.

반면 인근에 있는 잠실 주공아파트 5단지 전용 76.5㎡의 가격은 지난달 24일 18억5560만원(7층)에 팔려 처음으로 잠실 엘스에 따라 잡혔다. 이 단지 동일 평형은 지난 6~7월 실거래가 기준 최고 19억7560만원까지 상승했으나 불과 한 달 새 1억원 이상 하락했다.

두 단지 간에 희비가 갈린 것은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나타난 재건축 아파트값 약세와 인기 단지 아파트의 수요 쏠림이라는 특징 탓이다.

정부는 올해 5~6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카드를 꺼내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분양가 상승이 인근 기존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해 집값 상승을 촉발하고 결국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판단 때문이다. '분양가 상승→기존주택으로 수요 이동→기존주택 상승→분양으로 수요 이동→분양가 상승'이라는 전형적인 부동산 시장 상승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녹아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결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현재 재건축 상승세는 주춤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재건축을 제외한 서울의 주요 단지들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의 영향으로, 인기 단지들이 추격 상승세를 보이는 일종의 '갭 메우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최근의 신축 등 기존 주택의 상승세가 다시 재건축 아파트값의 상승세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공 5단지가 줄곧 비쌌던 탓에 이번 엘스의 상승세가 자칫 5단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주공 5단지가 1억원 이상 비쌌지만, 지난달 들어서는 엘스가 약 5000만 원가량 가격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는 주공 5단지의 가격이 2억5000만원 저평가 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줄 경우 집값을 자극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문제는 또 있다. 주공5단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주변 아파트값 상승세를 막지 못한다면 도루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지비와 건축비 등 분양가는 주변 단지들을 참고해서 산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분양가 상승을 억제해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막는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반대로 기존 주택가격 상승세를 막지 못해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번 잠실 엘스의 가격 상승세가 5단지 아파트값의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5~6월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의 여파로 강남3구와 광진, 마포, 성동 등 강북 인기지역의 신축 아파트값도 순차적으로 오름세"라며 "만약 지금의 상승 열기가 서울과 수도권에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경우 집값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수 있다. 그 전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크게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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