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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 수영장 오마주 어윈 올라프 사진,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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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17 15:47:04
렘브란트 명화와 나란히 전시한 21세기 네덜란드 대표 작가
공근혜갤러리 60세 생일 기념전...미디어아트 ‘The troubled'첫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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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첨벙'을 오바주한 어윈 올라프의 'American Dream-Self Portrait with Alex, 2018'.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 좀 봤다'고 한다면, 이 사진을 보면 딱 그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1091억짜리 수영장 작품 ‘예술가의 초상’.

그 그림을 오마주한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아메리칸 드림'은 QLED TV를 보는 것 같다. 호크니의 수영장 그림을 연출한 사진은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현대적인 감각이다. 그런데 볼수록 묘한 느낌을 전한다. 잔잔한 수영장의 푸른 물과 흑백의 조화로 잘 차려입은 남자의 세련됨과 달리 주변 풍경은 황폐하게 다가온다. 흑백 패션을 하고 사진기를 맨 남자는 어윈 올라프 자신이다.

연출의 대가 올라프는 이 작품에 인공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았다. 팜 스프링스의 말라 버린 노란색 잔디와 황폐해진 산이 배경으로 보인다. 제작 팀이 잔디에 녹색을 칠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시든 잔디는 팜 스프링스라는 완벽하게 인공적인 곳에 가슴 아픈 무언가를 불러일으킨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동성애로 괴로워하던 호크니의 그림과 달리 자신을 모델로 한 이 작품에 대해 어윈 올라프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더 이상 될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한 인간, 어떤 미의 도달 불가능성을 나타내고 싶었다. 화면 속 인물은 파티 의상으로 화려하게 치장할 수는 있지만, 벽으로 둘러싸인 파라다이스의 정원을 가진 60살의 늙은 남자일 뿐이다.”

그런측면에서 어윈 올라프의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 사이에서 유행한 바니타스(Vanitas 삶의 허무·허영·현세적 명예욕) 정물화같다.

그는 사진작가이지만 21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현대미술작가로 꼽힌다. 렘브란트, 요하네스, 얀 스테인 등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과 그의 사진을 나란히 거는 사진전을 열어 화제가 됐다. 지난 7월3일부터  네덜란드 국립 미술관 라익스(Rijksmuseum)에서 연 전시때문이다. 라익스 미술관은 어윈 올라프의 작품을 500점 넘게 소장했다. 이 전시는 '인기 사진작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자리가 됐다. 

사진, 영상이라는 현대적 매체로 네덜란드 미술사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어윈 올라프의 이름을 역사에 올리는 의미 심장한 전시이기 때문이다. 전시 오프닝에 암스테르담 시장이 참석하여 네덜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사자 기사작위 훈장을 작가에게 수여하면서 입증됐다.

2019년 네덜란드에서 가장 핫 한 작가, 보기만 하면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어윈 올라프의 한국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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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릭스미술관 전시 전경. 렘브란트 드로잉 (왼쪽), 어윈 올라프 작(오른쪽). 사진 제공 공근혜갤러리

공근혜갤러리는 어윈 올라프와 2012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이번 전시는 어윈 올라프의 60세를 기념하는 전시로 마련됐다.  추석 연휴와 KIAF 기간에 맞춰 그의 최신작을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현재 릭스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의 작품 가운데 렘브란트 작품과 나란히 걸린 80년대에 제작한 흑백 사진작품 2점도 함께 선보인다.

한국에 내한 한국 팬들을 만날 예정이었던 올라프는 폐기종이 악화되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권유로 내한하지 못한 올라프는 자신을 대신하여 매니저 셜리(Shirely)를 보냈다.

18일 오후 공근혜갤러리에서 만난 매니저 셜리는 "회화적인 세련된 색채감과 사진적 정교함을 잘 결합시킨 그의 사진들은 네덜란드 17세기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 베르메르, 얀 스테인 등의 회화 작품들과 함께 거론 될 정도로 네덜란드 대표작가로 급부상했다"고 소개했다. "어윈 올라프는 폐기종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왕성한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병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삶의 유한성에 대한 고찰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의 작업 전반에서 드러난다. "

셜리는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The troubled (2016)’에 대해 "프랑스 파리 시청의 파사드 작품으로 2015년 11월 바타클랑(Bataclan) 극장을 포함한 프랑스 파리 시내 여러 곳에서 일어났던 무차별 테러 사건에 대해 작가의 비판적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영상 설치작품인 'The troubled'은 13개의 스크린 화면에 클로즈업 된 다양한 얼굴과 표정의 인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서서히 변화하는 각 인물들의 표정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감정은 불안, 괴로움, 분노와 연관되어 있다. 속수무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버린 반인륜적 테러행위에 대해, 무기력한 다수의 소리 없는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셜리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실로서의 테러 사건에서 삭제된,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과 표정을 소리 없는 외침으로 시각화 한 작품"이라며 "파리 시청의 파사드 작품으로 전시되었을때는 시청 종소리에 맞춰 인물들의 표정이 느리게 움직여 눈길을 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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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메니저 Shirely가 내한, 올라프 사진미디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던 어윈 올라프는 현대 사회에서 마주하는 인종, 신분, 동성애, 종교, 관습 등의 문제들을 아주 날카로운 미적 직관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일상에 질문을 던지며 인간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셜리는 "그는 기존 사회문제들을 다루었던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들의 다소 무겁고 신랄한 이미지들에서 벗어나, 대중적 취향과 표현적 자유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다양한 실험을 40년 동안 해 왔다"고 전했다.

어윈 올라프의 최신작 ‘Palm Springs 팜 스프링스(2018)’는 겉으로는 완벽한 천국과 같은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를 배경으로 어윈 올라프는 미국의 인종 차별, 종교적 학대, 부의 양극화 등의 사회, 정치적 갈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변화를 겪고 있는 대도시들에 관해 2012년부터 제작한 로케이션 시리즈 ‘Berlin 베를린(2012)’과  ‘Shanghai 상하이(2017)에 이은 마지막 작품이다.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고, 인간의 나약함에 관해 탐구해 온 어윈 올라프는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완벽한 세계가 내포하고 있는 균열이다.”고 했다.

 그 말은  이번 전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The kite(연)에서 수수께끼를 찾 듯 확인할 수 있다.  백인에게 천국이라 불리는 팜 스프링스에 가난한 흑인 모녀가 우아하게 서 있다. 멋지게 보이는 풍경인데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날카롭게 돌아가는 바람풍차, 생기라고는 없는 말라버린 나무 가지에 걸린 성조기로 만든 펄럭이는 연과 분홍 비니봉지, 풀 한포기 없는 사막같은 풍경에 서 있는 모녀가 들고나온 돗자리에는 콜라와 사과가 놓여 저곳이 미국임을 상징한다.  알고보면 먼지 날리는 사막같은 곳으로 소풍 나온 두 모녀의 뒷 모습이 애잔하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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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어윈 올라프, The Kite, 2018 © 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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