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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동선언 1년]꽉 막힌 경협·이산가족…북미 협상 이후 물꼬 트일까

등록 2019.09.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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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사업 모두 중단돼

北, 군사·체육·철도 등 모든 분야 호응 없어

南 '중재' 실패, 한미연합훈련에 불만 커져

김정은, 南 겨냥 무력시위하며 文대통령 비난

북미 진전에도 남북 소강 국면 이어질 수도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2018.09.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어졌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소장회의는 일방적으로 중단됐고,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와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는 반쪽짜리로 치러졌다. 북한은 남측이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는 쌀도 받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평양공동선언의 '영변 핵 시설 폐기' 조항으로 미국의 '제재 완화' 양보를 끌어내려 했으나, '노딜'로 끝나자 대남 창구마저 닫아버린 것이다. 미국과의 담판에 집중하기 위해 남측의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과 남측의 중재가 먹혀들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 등이 나온다. 때문에 정부가 '남북관계-북미관계·비핵화 선순환' 기조를 버리지 않는 이상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 진전된 결과가 나와야 소강 국면을 벗어날 기회라도 엿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4·27 판문점선언을 구체화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 확대,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토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북 정상은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가 부속합의서로 채택했고, 이 부속합의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했다. 또 동·서해안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의 연내 개최, 조건 마련을 전제로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 산림·보건·체육·예술 분야의 교류·협력 확대 등도 약속했다. 더불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이산가족 화상상봉 개시 등의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북한은 남측 정부가 남북 간 주요 합의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내에서만 검토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으나,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연내에 개최되고 보건·산림·체육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회담이 진행되는 등 남북관계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하노이 노딜' 이후 모두 멈췄다.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으니 민수용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평양공동선언 5조 2항을 토대로 한 제안이었다. 남측의 중재로 마련한 셈법인 만큼 결렬될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결렬'을 선언했다. 북한에서는 이 결과를 남측의 중재 실패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후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대남 비난 공세의 수위를 높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화경제를 구축해 분단체제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을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동북아 철도공동체'도 평화경제를 핵심으로 한 '신(新) 한반도 체제'에서 파생된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같은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정부의 군사회담 제안과 체육회담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현대화 사업 후속 논의도 중단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논의도 중단됐다.

이산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양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프레스센터로 이동해 결과 브리핑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금강산 상설면회소 개소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금강산 지역 남측 재산 몰수 조치를 해제하기로 구두 합의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그런데도 관련 논의는 시작되지 못했으며, 화상상봉장은 시설 개·보수 사업도 북측이 호응하지 않아 중단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 방송사의 추석특별기획에 출연해 "이산가족이 만나게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라며 사실상 대북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북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미 대화에서 성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 준비에 모든 역량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관계를 다룰 여력이 없다는 말이다. 굳이 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북제재 틀에서 남북관계를 논의하겠다는 남측 정부로부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미 대화가 성과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 흐름이 남북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 기간을 전후해 대남 비난 공세를 최고조로 올렸다. 김 위원장은 7월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을 지도하며 "남조선 군부호전세력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나아가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실상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며 남북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함을 내비쳤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며 비난 발언을 낸 만큼 북미 대화 결과와는 별도로 정부가 대북제재 틀을 벗어난 협력 방안이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소강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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