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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주한대사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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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19 19:41:07  |  수정 2019-09-30 09:32:50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계기 주요 주한대사관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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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19일 미국 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를 방문하고 있다. 2019.09.19. daer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내에 있는 주요 국가 주한대사관이 시민에게 공개된다. 한국 건물들보다 더 한국적인 면을 갖춘 대사관 건물들이 서울시민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20~28일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대시민 공개행사 '오픈하우스 서울 2019'에 앞서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대사관을 공개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머무는 관저 '하비브 하우스'였다.

중구 정동 덕수궁 근처에 위치한 하비브 하우스에 들어서자 옛 미국 공사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기역자 모양의 이 한옥 건물은 1884년에 지은 것이다. 주춧돌과 기본 한옥구조는 옛 모습 그대로라고 미 대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옛 미 공사관 건물을 지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현재 해리스 대사가 쓰고 있는 대사관저가 눈에 들어온다. 미음자 모양으로 지은 대규모 건물이 바로 하비브 하우스다. 1974년 하비브 하우스를 신축할 당시 필립 하비브(Philip Habib) 주한 미국대사는 당시 미 국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옥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건축가이자 민속학자인 조자용이 설계하고 전통 건축의 대가인 신영훈이 자문했다. 인간문화재 이광규 대목장이 총감독을 맡았다. 미국 국무부에선 멜저 P. 부커, 스튜어트 누프 등이 설계와 건축 과정에 참여했다.

미음자 구조의 한옥 관저 안뜰에는 포석정을 재현한 연못이 있다고 한다.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본 내부는 한옥과 서양식이 결합한 형태였다. 솟을대문과 격자창, 문고리 등은 한국 최고의 장인들이 만든 것답게 품격이 느껴졌다. 관저 주변으로 오래된 소나무들이 있어 한옥과 함께 한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하비브 하우스 앞 잔디밭에는 동물모양 석상이 세워져있는데 이 석상 사이에 작은 고양이 석상이 하나 더 있었다. 해리스 대사가 고양이를 좋아해 귀여운 고양이 석상을 하나 구해다놨다고 한다. 해리스 대사는 꽃을 좋아해 꽃도 몇 송이 잔디밭에 심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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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19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2019.09.19. daero@newsis.com
지하철 충정로역 인근 빌딩 숲 사이에 숨어있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역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1962년 봄 완공된 프랑스대사관은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평을 듣는다. 한양대 정인하 교수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근현대 건축물 중 최고"라고 소개했다.

이 건물은 프랑스 유명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인 김중업이 설계한 작품이다. 프랑스 대사관에 들어서면 대사관저, 대사 집무동, 직원 업무동 등이 중앙에 위치한 정원을 품고 부채꼴로 배치돼 있다. 대사관저 벽에는 질그릇, 옹기, 백자, 기와, 타일 등으로 제작된 모자이크 벽화(화가 윤명로와 김종학 제작)가 그려져있다.

프랑스 대사관 건물의 핵심은 지붕이다. 김중업은 대사관 건물에 한옥 처마를 얹는 방식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려 했다. 시간이 흐르고 건축 당시 기술력 부족 탓에 처마 끝이 처지긴 했지만 아직도 지붕의 곡선은 날렵함을 자랑하고 있다.

대사관저 내부로 들어서자 이달 한국에 부임한 필립 르포르(Philippe Lefort) 대사가 반갑게 인사했다. 르포르 대사는 "아름다운 건물로 인정받는 우리 대사관은 한국과 프랑스 공동의 문화유산"이라며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예술, 건축 등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관저 내부에는 이응로 화백 등 재불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프랑스 정부가 보낸 프랑스 작가들의 그림들도 벽에 걸려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관저 내 전시되는 작품들을 교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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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19일 주한 스위스 대사관을 방문하고 있다. 2019.09.19. daero@newsis.com
지난해 10월 완공된 스위스 대사관은 한국과 스위스의 전통을 융합한 작품이었다.

대사관 부지로 들어서자 마당을 둘러싼 낮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회백색 건물이 가운데 마당을 감싸 안은 형태였다. 3층이었던 건물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1층으로 점차 낮아진다. 이는 대사관이 위치한 종로구 송월동의 완만한 경사를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화강석이 깔린 마당은 대사관 중심에 있는 핵심 공간이다. 한옥의 마당과 유럽 도시 광장을 융합하려는 취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대사관이 재건축을 통해 지어졌다는 점이다. 스위스 정부는 1974년부터 써온 송월동 낡은 건물을 허물고 2017년 새 대사관을 지었다. 스위스건축사무소 '버크하르트+파트너'와 한국의 이래건축이 협업했다.

인근 재개발 구역에는 10층을 넘어가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스위스대사관은 이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스위스정부는 기존 송월동 건물들의 땅 모양을 원형대로 보존하면서 낮은 한옥 형태의 건물을 지었다. 목재를 적용하고 처마를 구현함으로써 한국적인 미를 표현했다. 건물 내부 역시 천장에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구현돼 한옥의 특성인 '공간의 반복'이 적용돼있었다.

건축과정에서 한옥 등 옛 전통을 되살리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인호 이래건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스위스 대사관이 45년 동안 옛 건물에 있었는데 그 때는 뉴타운이 없었다"며 "한옥과 근대건축물들이 주변에 많아 아기자기했는데 재개발로 다 없어져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대사도 이날 "이 건물에는 한국과 스위스의 정신이 다 담겨있다. 우리 대사관은 닫혀있는 건물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과 많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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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19일 주한 영국대사관저를 방문하고 있다. 2019.09.19. daero@newsis.com
한국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영국 대사관 건물 역시 둘러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1992년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을 지나 부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외교관들을 위한 별도 관저와 수영장 등을 지나 대사관저가 나온다. 1892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개화기 대사관 중에서 현재까지 원형 그대로 사용되는 유일한 외교공관이기도 하다.

붉은색 2층 벽돌 건물인 대사관저로 들어서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젊은 시절 초상화가 벽에 걸려있다. 1층에는 접견실과 사무실, 서재, 식당, 응접실이 있고 대사와 가족들이 머무는 2층 침실 등이 있다.

접견실로 들어서자 사이먼 스미스 영국 대사가 영상을 통해 인사했다. 그는 "이 건물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관저다. 한국과 영국은 130여년동안 우호관계를 지속해왔으며 한국전쟁 당시 영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며 "이 관저는 양국의 친밀한 관계를 상징하고 있으며 양국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닉 메타 주한 영국 부대사는 "대사관저를 통해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양국의 미래"라며 "양국의 협력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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