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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DNA, 분석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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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21 09:00:00
"DNA 분석한 개인식별지수, 8년새 10억배 높아져"
"불가능했던 미세증거…시약·기술발달로 분석 가능"
DNA엔 후생학적 정보도 담겨…외국선 수사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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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고범준 기자 =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지난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4개 읍·면에서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2019.09.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화성 연쇄살인 사건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하승균(73) 전 총경은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증거를 남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현장엔 증거가 남는다. 33년 만에 실마리가 잡힌 화성 사건이 보여준 수사의 진리다. 영구미제로 남을 뻔 했던 사건 현장의 흔적은 30여년이 지난 2019년 증거가 돼 돌아왔다.

21일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화성 사건의 용의자 특정은 DNA 분석 기법 발달의 승리로 해석된다. 경찰은 10차례에 걸친 화성 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 분석을 통해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56)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약 8년간 DNA 분석을 통한 개인식별지수는 10의 9승 배, 즉 10억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기준 DNA 분석을 통해 찾아낼 수 있는 유전자 좌위(정보)의 수는 20개다. 대검찰청이 수형자 등의 DNA 정보를 모아 관리하기 시작한 2010년 당시엔 13개에 그쳤다.

화성 사건이 발생한 1986~1991년 당시는 우리나라에 DNA 분석 기법이 도입조차 되기 이전이다. 경찰에 따르면 1992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분석실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유전자 분석이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과학적인 부분이라 단적으로 예를 들긴 어렵지만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미세증거의 DNA 분석도 이제는 가능해졌다"며 "DNA에 남아 있는 부분을 얼룩 형태로 보여주는 시약이 다양해지고 특정할 수 있는 좌위의 개수가 많이 늘어난 것이 큰 몫을 했다"고 봤다.

이어 "DNA 안의 정보를 추출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용되는 증폭기술도 많이 발달했다"며 "적은 양의 정보를 확 부풀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1나노그램 만으로도 유전자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장비업체 등에서는 홍보하고 있다.

DNA 분석에서 나온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식별하는 것을 넘어 용의자를 추정하는 것까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DNA에는 타고난 정보 이외에도 후생학적 정보까지 담긴다. 먹고, 마시고, 들이쉬는 모든 것을 DNA가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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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대표적인 영구미제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하 전 총경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소재 자택에서 잠을 자던 여중생 박모(당시 13세)양 살인사건을 들어 설명했다. 당시 화성 8차 사건으로 분류가 됐지만 이듬해 범인이 잡히면서 화성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난 사건이다.

그는 "당시 피해자의 방 이불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음모를 발견해 일본에 가져가 분석해보니 일반인의 300배 이상 많은 금속성이 검출됐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속 성분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추론을 해 경운기 수리센터에서 일하던 윤모(당시 22세)씨의 자백을 받아내 검거에 성공했다.

하 전 총경은 "이 사건이 DNA 수사기법을 발전시키는 획기적인 시초가 됐다"고 기억했다.

경찰 관계자는 "DNA 분석 기법을 통해 후생유전학적으로 변화되는 정보까지 추출이 가능하다"며 "외국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예측하는 것까지 정보 활용이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수사 단계에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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