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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0대 국회, 조국 싸움만 하다 문 닫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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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26 07:30:00  |  수정 2019-09-26 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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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국민을 실망시킬 모양새다. 두 달 가까이 '조국 정국'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도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어서다.

국회에 '빈손국회'나 '식물국회', '맹탕국회' 같은 수식어가 붙은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지난 4월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벌어진 육탄전으로 '동물국회'라는 말까지 들은 게 이번 20대 국회다.

'빠루'와 '쇠망치'까지 등장했던 그날 이후에도 국회는 여전했다. 패스트트랙 전쟁 이후 장기간 파행 상태에 놓였던 국회는 4·5·6월 임시국회를 모두 빈손으로 날렸다.

그러면서 포항지진, 강원산불 등 재난 대응과 일본 경제보복 대응 예산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은 국회 제출 99일 만에야 지각 처리되며 역대 두 번째 장기표류 기록을 세웠다. 국회 차원의 '일본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도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지 한 달만에야 뒷북 처리됐다.

이 정도면 가히 '최악의 국회'라 불릴 만하다. 여야가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세비반납, 의원정수 감축 등을 내걸은 나름의 반성문이 더욱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최악의 국회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2만1936개이지만 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28.9%인 6353개에 불과하다.

20대 국회 못지 않게 식물국회 소리를 들으며 역대 최악의 법안처리율을 기록했던 19대 국회(34%)보다도 못한 상황이다. 온갖 사회적 피해가 쌓이고 나서야 하나의 법안 발의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입법 기능이 마비된 국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제라도 나아지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으련만 국회는 무한정쟁의 수렁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일 개회식을 갖고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치로 국회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는 '조국 국감'으로 변질될 모양이고 513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슈퍼 예산' 심의는 조국 전쟁에 관심조차 못받고 있다.

국회에 민생은 사라지고 오로지 "조국, 조국, 조국"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철지난 삭발 투쟁으로 조국만 붙들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내부적으로는 '조국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국민들도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지난 6월 여론조사 업체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2.4%에 불과해 검찰(3.5%), 경찰(2.2%)과 함께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국회가 검·경 조직을 권력기관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정작 국민 신뢰도는 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은 뼈아프게 곱씹봐야 하지 않을까.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12월10일까지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일하는 국회'로서 최소한의 체면은 차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하면서 싸울 수 있다.

최악의 국회라며 돌을 맞고는 있지만 촛불민심을 받들어 대통령 탄핵이라는 새 역사를 쓴 것도 20대 국회다. 그래서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 잠시만이라도 국회에서 '조국 블랙홀'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민생을 올려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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