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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설가 김언수 "살아보고 싶은 삶을 소설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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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29 12:20:23
'2019 예테보리 도서전' 초청
"'설계자들' 해외 진출, 대한민국 국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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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작가 ⓒ대한출판문화협회
【예테보리(스웨덴)=뉴시스】 신효령 기자 = "작년에 예비사절단으로 북토크를 한 번 했다. 오전 9시였는데 50명 쯤 되는 자리가 꽉 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었는데, 9시30분에 북토크를 하는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내 세션에 앉아준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표정이 굉장히 진지하다. 작은 서점에서 북토크를 했는데 인상적이었다. 숨 쉬는 소리도 안 들릴 것 같았다. 책에 대한 관심이 엄청났다."

'2019 예테보리 도서전'에 참가한 소설가 김언수(47)가 스웨덴 독자들을 만난 소감이다.

인상깊었던 독자의 질문을 묻자 "이 동네에서는 우리나라 스릴러 작가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너희들은 스릴러를 왜 이렇게 쓰냐'고 했다. 스웨덴 스릴러는 딱딱하고 논리적이다. 어떤 룰이 있고 그걸 안 지키면 혼난다고 하더라. 신춘문예가 한국문학을 망쳤다고 생각하지만, 신춘문예가 가지고 있는 시적인 정서나 전통이 있다. 한국 문학은 서정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그는 또 "미래에 '소설가가 존재할 수 있느냐'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았다"고 했다. "소설이 더욱 입지가 커지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시나리오 작가들이 밥을 못 먹고 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자체는 이야기 완성체가 아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쓴 아우라나 느낌을 알아채기 어렵다. 소설은 이야기의 완전체다. 소설을 읽으면 자기 혼자서 영화를 하나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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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등단한 김 작가는 2006년 첫 장편소설 '캐비닛'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두번째 장편소설 '설계자들'(2010)는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20여개국에 번역 판권이 팔렸다. 미국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1억원이 넘는 선인세로 계약해 주목받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해외 진출 성공 비결은 뭘까. "대한민국의 국력이 세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골에서 젊은 여자들이 내 책을 사간다. 80%가 방탄소년단(BTS) 나라여서 사간다더라.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다. 하하. 책이 문화를 파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랑할 만한 것이 한글과 한식이다. 이런 것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국 문화의 힘이 커졌고 이제 팔리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살아보고 싶은 삶을 소설로 쓴다. '설계자들'을 쓸 때 재미있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킬러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산다. 하나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다른 삶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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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전 세계가 이야기 기근에 빠져있다"며 "단편은 이야기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짚었다. "17살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32살에 등단했다. 그 때까지 단편만 썼다. 옥탑방에 들어가서 첫 장편을 쓰고, 태백 폐교에서 펑펑 울었다. 하나도 몰랐다. 근육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70매짜리 근육과 1500매 근육은 다르다. 아이 때는 근육이 잘 붙는다. 우리나라는 다 전문가가 있는데, 이야기만 전문가가 없다. 핵심이 빠져있다. 단편으로 시작하니까 장편 쓸 때쯤 되면 이미 진이 빠져있다. 장편을 쓴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콘텐츠 산업은 이야기가 핵심이다. 요즘 세대가 책을 안 읽는다고 계속 계몽할 것이 아니다. 독자는 책을 읽다가 작가가 되는데, 영화는 선순환이 되지 않는다. 관객이 영화를 많이 본다고 감독이 되는 게 아니다. 영화감독이 되려면 책을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소설가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아니 소설가가 아니라 상상력의 근육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소설은 계속 부흥할 것이라 생각한다. 돈을 벌려면 소설을 써야 한다. 소설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하고,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원양어선 어부들의 삶을 그린 소설 '빅 아이'가 내년에 연재된다. 집필을 위해 김 작가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태평양에서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타고 취재했다.

"'빅 아이'는 세상을 보는 큰 눈이라는 의미가 있고 참치 이름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1960년대 한국 어부들의 이야기다. 달러 벌 수 있는 곳이 월남전, 독일인 파병, 간호사랑 광부, 원양어선 선원들이었다. 당시에 원양어선 선언원들이 독일 광부의 20배를 벌었다. 국가가 벌어들이는 총 달러의 25%를 원양어선이 벌어왔다. 사모아에 비석들이 많은데, 그 바다에서 어부가 1000명쯤 죽었다. 문학동네에서 새로 만드는 웹진에서 내년 3월2일 연재를 시작한다. 내년 9월에 연재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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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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