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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스 치머, 영화음악으로 들려준 메탈 오페라

등록 2019.09.29 00:34:27수정 2019.09.29 22: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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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치머 ⓒ에이아이엠

한스 치머 ⓒ에이아이엠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독일 뮤지션 한스 치머(62)를 '영화음악 작곡가'라고 칭하는 것은 무례(無禮)임을 확인해준 무대였다.

2년 만인 2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 한스 치머 라이브'를 통해 다시 만난 프로듀서 겸 지휘자, 즉 '전방위 음악가' 치머에게 또 사과했다.

2017년 10월 음악 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공연 했을 때 이미 깨닫고 고개를 숙였는데, 이번에 더욱 강하게 환기됐다.

영화에서 영상과 음악은 '공동 정범'이다. 관객의 이성과 감정을 훔친 혐의. 하지만 이날 음악만으로도, 완전했다. 스크린에 상영되는 다양한 전자파 같은 이미지는 몽롱했다.

인터미션 25분을 포함 3시간가량 열린 이날 공연은 쏜살같았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라이온킹' '캐리비안의 해적'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을 들려준 1부가 지구여행이었다면, 2부는 우주여행이었다.

[리뷰]한스 치머, 영화음악으로 들려준 메탈 오페라

우주 또는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서 녹음해 온 듯한 영화 '맨 오브 스틸' '원더우먼' OST는 괴이쩍은 사운드를 만들었다. 10인가량의 치머 밴드를 주축으로 국내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합창단이 힘을 실은 이 공연에서 메탈오페라를 들려줬다. 현의 신경질적 마찰과 뱃고동 같은 타악의 두드림이 긴장을 높였다. '신세계로부터'라는 부제를 달아도 될 만큼 강력하고 전위적이었다.

화룡정점은 '다크나이트' 시리즈 OST. 그로테스크한 사운드가 객석을 휘어 감았고 치머가 '다크나이트' 작업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다.

조커 역의 히스 레저에 대한 추억, 2012년 '다크나이트 라이즈' 상영 도중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주 총기 난사 사건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2017년에는 같은 이야기를 배우 이병헌이 낭독자로 무대 위에 올라 들려줬다.

치머의 낭독은 단지 영화음악이 영화에 국한 또는 복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리뷰]한스 치머, 영화음악으로 들려준 메탈 오페라

본 공연 마지막곡 '인터스텔라'에서 우주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건반과 기타를 부지런하게 번갈아 가며 연주하던 치머는 이 순간 지휘자로 나섰다. 무대 좌우를 오가며 맨손으로 연주자들을 응원하고 독려했고 사운드가 공연장을 뒤덮었다.

이날 좌석 9000석은 티켓 오픈 즉시 단숨에 매진됐다. 29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한번 더 공연을 연 이유다. 공연기획사 에이아이엠은 이튿날까지 총 1만5000명이 운집할 것이라 예상했다.

앙코르 곡은 '인셉션' 메들리. '드림 이스 컬랩싱(Dream is collapsing)'이 울려 퍼지고 정말 마지막에 이르자 이날 공연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지구, 우주, 꿈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무대였다. 자각몽인가. 체조경기장 밖을 나가자 올림픽공원 곳곳에서 팽이가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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