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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광화문 광장과 리더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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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02 16: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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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1.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 앞에 두가지 질문이 놓여있다. 당신이 리더라면 어떤 질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말하는 사람은 그 차이점을 잘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바로 경청과 소통, 논의라는 부분에서다.

첫번째 질문은 자신이 답을 정해놓고 상대방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식이다. 두번째 질문은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타진하는 화법이다. 논의와 합의, 소통을 위한 과정이 담겨 있다.

첫번째 질문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논의와 합의, 소통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일방적인 통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항변은 한다. 소통을 했다. 논의를 했다. 경청을 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리더의 책임감도 다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은 소통을 잘하는 바람직한 리더가 됐다고 자평하지만, 동료들의 머릿속에는 '일방통행'이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1000만 서울 시민의 리더는 박원순 시장이다. 그런데 박 시장도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 시장은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박 시장이 그동안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이유로 당장 재구조화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에 반대했다. 이런 상황은 사회적 합의가 불충분한데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비판을 받아들인 박 시장은 최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소통강화에 주력하며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시민들의 어떤 지적이나 비판도 더욱 귀 기울여 듣고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도 함께 토론을 하겠다며 '소통 시장'의 모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시민들의 삶과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시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다. 바꿀지 안 바꿀지, 바꾸면 어떤 식으로 바꿀지 등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시민에게 있다. 논란이 있었지만 박 시장이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추진키로 한 것은 그래서 잘한 일이다.

시민들이 직접 시 예산 편성에 참여하고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출범 과정에서도 박 시장은 소통 부족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6월17일 시의원들의 예산심의권 축소 우려와 박 시장의 '소통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박 시장의 시정추진이 다분히 일방적이며 시의회와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었다.

시는 시의원들에게 민주주의위원회가 시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득하고 조례안을 수정했다. 박 시장을 비롯해 시 간부들이 직접 시의원들 설득에 나서 지난 7월1일 결국 시의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앞으로 시와 시의회 간에 원활한 소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는 숙제로 남았다.

이 숙제는 그리 어려운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박 시장부터 소통을 위한 진심어린 경청과 배려의 마음을 열어준다면 시민이든, 시의회 의원이든 누구와도 불통 논란은 다시는 불거지지 않을 것이다.

박 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서울시가 어떻게 변하고 바뀌고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고 있는지 시민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습니다."

그렇다.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 시민들은 지금 치열한 소통을 원하고 있고 박 시장은 이 명령에 최선을 다해 따라주면 된다. 소통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최고 덕목이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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