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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타한 '우크라이나 스캔들'…'트럼프 탄핵' 실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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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13 05:00:00  |  수정 2019-10-14 09: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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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에드윈 미스 전 법무장관 훈장 수여식에서 생각에 빠져있다. 2019.10.10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미국 내 여론이 심상찮다. 2년여 동안 진행된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도 신중론을 유지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결국 공식 탄핵조사를 선언했다.

◇탄핵조사 방아쇠 당긴 우크라 스캔들…전말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이후 잠잠하던 탄핵론을 다시 불러일으킨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지난 8월12일 미 정보기관감찰관실(ICIG)에 접수된 한 내부고발장으로부터 촉발됐다.

고발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오는 2020년 대선 개입을 요구했다는 폭로가 담겼다. 지난 7월25일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가 사건의 핵심이다.

하원 정보위가 공개한 고발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2020년 대선 민주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및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 착수를 요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차남 헌터 바이든이 이사로 재직한 에너지기업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의혹을 거론, 외국 정부에 자신의 정적의 대선가도를 방해해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후 백악관의 통화기록 은폐 정황은 사안을 한층 중하게 만들었다. 고발장에 따르면 7월25일 통화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선 정책 담당자 및 당직자 등 10여명의 직원들이 통화를 청취했다.

그러나 통화가 이뤄진 뒤 백악관 법무팀은 해당 기록을 각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통상적인 컴퓨터 시스템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문제의 통화내용은 이후 민감한 기밀정보를 다루는 별도의 암호화 시스템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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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9월24일 미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개시를 발표하고 있다. 2019.10.10.
◇'공화국 수호' 美건국정신, 인간 검표기 펠로시 움직여

외국 정부에 대한 부적절한 요구와 이에 대한 은폐 의혹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 파장이 한없이 커지면서 미국 민주당 하원 수장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결국 지난 9월24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탄핵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간 당내 급진파의 지속적인 탄핵추진 요구에도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스캔들 최초 보도(9월18일) 이후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탄핵조사를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조사 선언 직전 펠로시 의장과 총기문제 논의를 빌미로 통화하며 해명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내 조타실 안에 들어왔다(you have come into my wheelhouse)"고 단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사소한 정책 추진에도 정치적 득실을 꼼꼼히 따져 '인간 검표기'라는 별명까지 붙은 펠로시 의장의 이례적인 신속하고 단호한 행보는 미국 정치권이 이번 스캔들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 펠로시 의장은 탄핵조사 개시 기자회견에서 미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미국은) 공화국이다. 당신이 지킬 수만 있다면"이라는 발언을 꺼내 들었다. 외국 정부를 끌어들여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미 건국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탄핵 여론이 급진파를 넘어 당내 전반에서 분출되는 상황도 펠로시 의장의 결단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집계 결과 지난 3일 기준 민주당 하원의원 235명 중 225명이 탄핵조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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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25일 미국 뉴욕 인터컨티넬탈 바클레이호텔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9.10.10.
◇실제 탄핵 가능할까…대중 탄핵지지 여론 흐름이 관건

그러나 민주당 내부의 탄핵 여론만으로 실제 탄핵 실현을 장담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가부를 최종 심판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하원에서 탄핵소추에 해당하는 탄핵안 가결이 이뤄지면 상원에서 가부를 최종 심판하게 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과 달리 미국 상원은 총 의석 100석 중 과반인 53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여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원에서 같은 결정을 내리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다만 탄핵에 대한 대중적 지지에 따라 상원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오는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이 탄핵을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상원이 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미 국민 58%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일단 하원에서 먼저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탄핵소추를 당한 세번째 대통령이 된다.

과거 제17대 대통령인 앤드루 존슨, 제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 하원으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었다. 다만 이들은 상원에서의 부결로 가까스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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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모습. 2019.10.1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아울러 제37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역시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의 탄핵조사 대상이 됐었다. 그러나 그는 하원이 탄핵안을 전체 표결하기 전 스스로 사임했다.

◇2020년 대선판도 출렁…최대 피해자는 '바이든'

실제 탄핵 성사 여부와는 별개로, 미국 대선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특히 미국 민주당 유력 주자였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스캔들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 압력 의혹을 거론, 화살 돌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탄핵조사가 본격화될수록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흠집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퀴니피액대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26%의 지지를 받아 29%의 지지를 얻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같은 조사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도가 32%, 워런 의원 지지도는 19%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진행 상황은 한국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문재인 정부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입지에 따라 대북정책 전반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미 자유주의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외교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 선고를 받고 탄핵되거나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2020년 대선에서 패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래의 정치적 우여곡절에서 살아남을 것 같지 않다면 (북한이) 왜 합의 도달 가능성이 낮아지는 상황에 투자하겠나"라고 했다. 향후 탄핵 여론에 따라 당장 북한의 대미외교 전략부터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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