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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33년째 수정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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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10 16:52:50
7년 만에 오리지널투어팀 내한
12월부터 부산·서울·대구 공연
조나단 록스머스·클레어 라이언·맷 레이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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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재연을 해나가면서 이것저것 발전시키고 고치고 싶어 수정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작품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건드리지 말라고요.' 고치려고 할 때마다 '오페라의 유령'이 얼마나 탄탄한 작품인지 알게 됐어요."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호텔에서 만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협력 연출 라이너 프리드는 뿌듯해하면서 말했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 바탕인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가 배경이다.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 이야기다. '밤의 노래' 등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이 일품이다.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했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동시에 30년 넘게 연속 공연된 유일한 작품으로 통한다. 지금도 매일 밤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다.

2012년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올해 4월 브로드웨이 최초로 1만3000회 공연을 돌파했다. 브로드웨이 산업 사상 단일 프로덕션 최대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한 작품으로 족적을 남겼다.

"'오페라의 유령'이 이렇게 오래도록 공연하는 것은 기적이죠. 처음에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개막하고, 몇 년 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옮겼는데 보통 영국에서 초연한 작품은 미국으로 건너갈 때 상당수 변화가 됩니다.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은 미국으로 넘어가면서도 전혀 바뀐 것이 없어요."

미국과 영국 관객뿐만 아니다. 세계 41개국 183개 도시, 17개 언어로 공연했다. 1억4500만 명이 관람했다. 최초로 60억달러(7조2450억원)의 티켓 매출을 세운 공연이다. 토니상, 올리비에상, 드라마데스크상, 그래미상 등 세계 메이저 어워드 70개 부분을 수상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이렇게 글로벌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프리드 연출은 "캐릭터들의 관계성, 감성, 작품 자체가 유니버설하지 않나"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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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데이비드 앤드루스 로저스(왼쪽), 협력 연출 라이너 프리드 ⓒ에스앤코 
스케일도 압도적이다. 230여 벌의 의상, 20만 개의 유리구슬로 치장한 1t 무게의 대형 샹들리에가 무대로 곤두박질치는 장면, 자욱한 안개와 안개 사이로 솟아오른 281개의 촛불 등 거대한 무대도 눈길을 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변한 것은 없지만, 기술이 발전한 만큼 세트를 새로 만들어 변환에서 속도감이 좋아졌다. 투어를 위해 세트를 옮기는 것도 수월해졌다.

'오페라의 유령'하면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서곡 등 공연 내내 끊임없이 변주되는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을 비롯해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바람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 등 웨버가 만든 감미로운 넘버는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데이비드 앤드루스 로저스 음악감독은 "'오페라의 유령'은 사실 음악 자체로 축복"이라고 흡족해했다. 발표된 지 30년도 넘는 곡들이지만 여전히 세련된 이유는 "곡 자체가 비결"이라고 했다.
 
"'오페라의 유령' 음악은 두 가지를 겸비했어요, 올드 패션한 클래시컬함, 새것 같은 신선함. 관객층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는 젊은 관객이 작품을 봐도 오래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애초에 사랑, 질투, 집착 세 가지 감정을 기반으로 삼아 써졌는데 이 감정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언어의 장벽도 무너뜨리는 음악들이죠."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에서도 각종 기록을 썼다. 2001년 라이선스로 초연, 거대한 규모의 프로덕션과 시스템으로 뮤지컬 산업의 획을 그었다는 평을 듣는다. 24만명을 끌어모으며 뮤지컬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인터내셔널 투어로 오리지널 팀이 내한, 19만명을 불러 앉혔다. 2009년 두 번째 한국어 공연은 11개월 동안 3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단일공연으로 30만 관객시대를 여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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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라울 역의 맷 레이시,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에스앤코 
2012년 25주년 기념으로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펼쳐졌다. 7년 만에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12월 13일부터 2020년 2월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뒤 같은 해 3월14일부터 2020년 6월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년 7~8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예정됐다.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들도 화려하다. 유령 역에는 영국 뮤지컬 작곡가 겸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에서 6편 주역을 맡은 조나단 록스머스가 캐스팅됐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2012년 월드투어에서 영어 프로덕션 기준 '역대 최연소 유령'으로 주목 받았던 배우다.

'브로드웨이 월드 어워드'를 받은 그는 세계무대에서 '미녀와 야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카고', '스위니 토드'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특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유다), '캣츠'(멍커스트랩), '에비타'(체), '선셋 블러바드'(조),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 드림코트'(파라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까지 한 편의 주역을 거머쥐기도 쉽지 않은 웨버의 작품에서 6편의 주역을 맡았다.

그럼에도 유령 역은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라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록스머스는 "인터넷이 발달했으니 영상 들을 통해 무대가 아니더라도 이전 유령은 다 보셨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시대에 살면서도 행운인 것은 프리드 연출님과 로저스 음악감독님과 함께 작업한다는 거예요.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고 '조나단' 너답게 라고 말해주실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한다는 것 만으로 큰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세계를 돌며 투어를 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항상 새로운 관객을 만나면서 배우로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주년 기념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 클레어 라이언이 크리스틴 역으로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난다. 호주 국립오페라단 출신인 라이언은 속편 '러브 네버 다이즈'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을 연이어 맡아 웨버의 뮤즈로 떠올랐다.

청아한 목소리와 뛰어난 외모로 '웨버의 새로운 뮤즈'로 통하는 라이언은 인생 자체가 크리스틴이다. 3세 때부터 크리스틴을 꿈꿔왔던 라이언은 클래식 발레 등 다양한 댄스과정을 15년 동안 수업받았다. 11세 때부터 노래 트레이닝을 받으며 오페라·뮤지컬 프로과정을 준비해왔다. 6년 전 내한공연에서 크리스틴과 물아일체의 경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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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라이언 ⓒ에스앤코 
라이언은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이유는 제가 경력을 뮤지컬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클래식 발레로 시작을 해서 소프라노 역을 맡은 것은 드문 일이죠. 발레와 성악은 제게 제일 익숙하고 사랑하는 것이라서 크리스틴은 제게 완벽한 캐릭터"라고 미소지었다.

라울 역에는 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평가 받는 맷 레이시가 캐스팅됐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젠틀맨스 가이드'뿐 아니라 미국 NBC TV 시리즈 '더 블랙리스트' 등에도 나왔다. 그는 자신이 무척 어렸을 때 가족이 본인만 빼고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 샘이 났던 기억이 있다며 작품에 대한 추억담을 털어놓았다.

록스머스와 레이시는 올해 2월부터 마닐라,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텔 아비브에서 월드투어를 이끌고 있다. 라이언은 10월 '오페라의 유령' 초연 도시 중 하나인 두바이를 시작으로 월드투어의 크리스틴을 맡게 된다.
 
지난 내한당시 크리스마스를 포함 8개월가량 한국에 머물었던 라이언은 "관객들, 관계자들 수준이 대단했고 모두 프로페셔널 했어요. 모든 것이 이미 정리 돼 있어 평안함이 느껴졌는데 좋고 즐거운 나라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한국 공연이 처음인 록스머스는 "지인들이 '한국은 네가 무대에 서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느끼게 해준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을 통해 한국에서 네 번째로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프리드 연출은 "어느 나라보다 열정적인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나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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