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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의 삶과 문학···미투시대 공감 글쓰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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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10 21:54:03  |  수정 2019-10-10 21:54:54
노벨문학상 15번째 여성작가-폴란드 작가로는 다섯 번째
작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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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2018년 제118회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2017년 3월 15일 올가 토카르추크가 독일 쾰른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스웨덴 아카데미를 뒤흔들었던 성추행 의혹으로 2018년 노벨 문학상이 연기된 뒤, 2019년 10월 10일, 올가 토카르추크를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됐다. 2019.10.10.
【서울=뉴시스】이재훈 남정현 기자 = 10일(현지시간) 발표된 '2018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출신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는 인간의 실존 문제를 성찰해왔다. .

특히 여성 존재를 통한 인간 성찰은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이런 점에서 작년 '미투 여파'로 홍역을 앓고, 수상자 발표가 취소된 노벨문학상이 최근 문학계에 분 여성 작가 바람을 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노벨문학상 발표 직전 영국 베팅업체 나이서오즈는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 5순위를 모두 여성 작가로 뽑았다. 

토카르추크는 역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열다섯 번째 여성작가다. 여성 작가가 상을 받은 것은 2015년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이후 3년 만이다.

그래봤자 여성의 비율은 올해까지 노벨문학상을 받은 116명의 수상자들 중 10%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토카르추크가 그린 여성 캐릭터들을 주목해야 한다.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에 나오는 크워스카가 대표적이다. 홀로 출산하는 크워스카는 신화적 인물로, 데메테르를 닮았다.

데메테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 대지의 여신으로, 성장과 땅의 생산력을 관장한다. 크워스카는 자주적이며, 독립적이다. 가부장적 세계에서 동경할 수 있는 캐릭터다.

바르샤바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치료사로 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독자들의 공감대를 짚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미투 시대에 그녀가 주는 공감 능력이 주는 울림은 클 수밖에 없다. 

토카르추크는 2000년 4월 폴란드 문예지 '문학생활'과 인터뷰에서 "글을 쓸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다른 존재 혹은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려는 시도"라고 짚었다. "공감의 가능성, 바로 여기에 글쓰기의 본질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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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2018년 제118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2018년 5월 22일 자신의 책 '플라이츠(Flights)'로 2018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당시 사진.
그녀에게 글쓰기는 정직한 행위이기도 하다. 문학생활에 "뭐든 생생하게 겪고 느껴야만 글로 옮길 수 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감흥이 솟아나지 못하면, 자연히 할 말도 없게 된다. 글로는 절대 속일 수가 없다. 그렇기에 글쓰기야말로 가장 정직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성은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 교수는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은 타인과의 공감, 연민이다. 심리치료를 할 때처럼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글쓰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타문화에 대한 열린 시각,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를 한다"고 짚었다.

'태고의 시간들'은 토카르추크가 1996년 내놓은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로 40대 이전의 작가들이 받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차지했다.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 폴란드 시사 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도서'로도 뽑혔다.

이 작품은 올해 은행나무를 통해 국내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폴란드 가상의 마을 '태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작품 속에서 태고는 현실과 허구가 중첩돼 있는 가상 공간이다. 신화와 전설, 외전을 차용해온 토카르추크답게 작품에는 원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녀는 철학과 문화인류학에 조예가 깊다.

이런 점을 기반으로 삼아 '태고의 시간들'에서 러시아·프로이센·오스트리아로부터 분할 점령당했던 시기, 1·2차 세계대전 등 실제 사건과 주민의 신화적 삶을 결합시켜 야만적인 20세기의 삶을 살아가는 폴란드인들의 궤적을 기록했다.

현실과 허구의 접점을 기묘하게 찾아온 그녀의 인장이 깊숙이 박혀 있다. 다큐멘터리와 판타지의 중간 지점을 겨냥하는데 실제보다 더 현실적이다.

고국인 폴란드에서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고루 받는 작가다. 1993년 펴낸 등단작 '책의 인물들의 여정'이 폴란드 출판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으로 뽑히며 단숨에 주목 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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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2018년 제118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 spkas). 2017년 2월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스웨덴 아카데미를 뒤흔들었던 성추행 의혹으로 2018년 노벨 문학상이 연기된 뒤, 2019년 10월 10일,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됐다. 2019.10.10.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은 '방랑자들(Flights)' 영어판으로 작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다. 당시 한국 작가 한강의 소설 '흰'도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2007년 고국에서 먼저 출간됐던 '방랑자들'은 니케 문학상 대상도 받았다. 세계를 여행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다. 경계와 인종을 머물면서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최 교수는 '방랑자들'을 토카르추크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물리적인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인간의 몸이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서 인간의 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불멸을 꿈꾸며 몸을 방부처리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의 몸을 탐구하는 것도 일종의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폭넓다는 것이 최 교수의 판단이다. "관련 없어보이는 조각들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은 조각, 소소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하나의 역사적인 담론을 보여준 것도 한림원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봤다. 이런 첫 시도가 '태고의 시간들'이었고, 이런 경향을 계속 실험하다가 '방랑자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출판사 민음사는 '방랑자들'을 21일 출간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현재 폴란드는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폴란드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토카르추크까지 5명으로 늘었다. 폴란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1996년 시인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이후 22년 만이다. 쉼보르스키 역시 여성이다. 

토카르추크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을 받아 '2006 서울, 젊은 작가들'에 참가했다. 칼 융의 사상과 함께 불교 철학에 관심이 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템플스테이를 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realpaper7@newsis.com,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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