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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준규 목포서장 유족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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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11 16:33:49
39년만에 무죄 선고 받고 감격의 눈물
"진상은 규명되지 않으면 상처만 남아"
파면취소·순직 신청 등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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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시스】박상수 기자 = 11일 오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고(故)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의 재심재판이 끝난 뒤 딸 향진 씨와 사위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가 무죄 판결에 대한 감회를 밝히고 있다. 2019.10.11.  parkss@newsis.com

【목포=뉴시스】 박상수 기자 = "그 동안 저희 가족은 억울한 마음에 한을 가슴에 지닌 채 지내왔습니다. 저희 가족의 힘으로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결과를 얻어 너무 감사합니다."

11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39년만에 열린 5·18 당시 목포경찰서장으로 재직하다 파면당한 고(故) 이준규 서장의 재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딸 향진(61)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 윤성식(66) 고려대 명예교수와 법정을 찾은 향진 씨는 무죄가 선고되자 두눈이 붉게 물들었다.

향진 씨는 "아버지 혼자 겪었을 외로움과 저희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던 미안함을 이제 조금은 덜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서장은 5·18 당시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라"는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항쟁이 끝난 6월23일 파면을 당했다.

이 서장은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시민군이 목포에 내려오자 경찰의 무장을 해제시켰다. 투항이 아닌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지만 자신은 신군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보안사령부로 끌려간 이 서장은 90일간 고문을 당하고, 8월 군법회의에서 포고령 위반혐의로 유죄(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위 윤 교수는 "당시 면회를 갔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장인은 얼굴이 퉁퉁 붓고, 서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이 서장은 "속이 거북하다"는 말을 많이 했고, 결국 위암으로 1985년 세상을 떠났다.

윤 교수가 5·18특별법에 따라 장인인 이 서장의 재심을 청구한 것은 지난해 7월께이다.

재심은 군법회의의 유죄선고가 잘못됐다며 제기한 무죄청구 소송으로 윤 교수는 지난해 7월 이 서장이 5·18민주유공자로 결정된 때에 맞춰 재도전했다.

5·18특별법에 따라 일반재심과 달리 절차가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되고, 문재인 정부의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이전 정부는 답답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5·18진상규명에 대해 과거정부와 달랐다"면서 "무엇보다 경찰에서도 5·18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윤 교수의 판단은 적중했다. 선고에 앞서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검찰은 무죄를 구형했다.

그는 "당시 계엄사령부가 내린 판결이지만 검찰에서 무죄를 구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으로 다른 정부 같으면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서장은 신군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13명의 경찰간부 중 유일하게 파면을 당했다.

윤 교수는 "장인의 과중한 징계는 5월17일 기소된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에서 평화롭게 시위가 끝난 것에 대한 신군부의 불만"이라며 "이번에 확실히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말했다.

그는 "39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해자들은 뉘우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망언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완전히 끝나려면 망언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고, 가해자는 사죄하고 뉘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40여년 전의 일이니까 지겹다며 덮어두자고 한다.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면 상처만 있고 역사적 교훈은 없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단은 무죄가 됐기 때문에 파면취소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면서 "3개월 모진 고문을 받고 5년뒤 돌아가셨기 때문에 순직 신청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parks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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